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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Jun 19. 2024

잠 못 이루는 시애틀

시애틀 날씨 적응하기




해가 뜨고 해가 지네


시애틀은, 춥다. 


6월인데도 추움. 오늘은 니트를 입었다. 간편하게 매일 원피스만 입고 다니던 나도 긴바지를 찾는다. 그리고 바지 안에 윗옷 넣어 입기. 크롭티 같은 거 입으면 바람이 숭숭 들어와 배가 차다. ㅋㅋㅋ 수족냉증 생길라 양말도 필수 발을 덮는 따뜻한 신발도 필요하다. 


여름 최고기온이 80도 (26도) 육박한다고 기사가 나고, 작년에는 이상고온으로 90도 (30도) 까지 올랐다고 하니까, 여름치고는 따땃한 정도의 날씨인가 보다. 최저기온은 60도 (15도) 하와이에서 온 사람 얼어 죽겠네 ㅋㅋㅋㅋ 진짜 하와이에서 입었던 옷들 하나도 못 입겠다.




시애틀은, 해가 길다. 


9시 반까지 해가 떠있고, 새벽 5시면 또 해가 뜬다. 암막 커튼 필수. 일출과 일몰 시간이 1년 내내 일정했던 하와이에서 살다가, 갑자기 저녁 내내 대낮처럼 훤하니 늦게까지 깨어있게 되고 다음 날도 일찍 일어나야 하니 잠이 부족해진다. 이게 하루 이틀이면 몰라도 계속되면 나 같은 사람은 일상이 무너진다. 


이 두 개가 합쳐져서 밤에 덥고 아침에 춥다. 특히 우리 방은 서향이라 저녁에 햇살이 저녁에 들어오는데, 맑은 날에는 잘 시간이 될 때쯤 방이 덥혀져 있고, 다시 밤에는 추워져서 아침에는 이불 밖으로 나가기가 싫게 쌀쌀해진다. ㅠㅠ 




시애틀은, 48도.


북위로 따지면 서울은 38도, 하와이는 18도. 확실히 북쪽이긴 하구나. 사람이 기후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변화를 체감하니 정말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같은 북위 선상에 위치한 영국에서 혼자 지낼 때에는 사실 기후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남편과 같이 생활하니 더 영향을 받는다. 여러 명이 같이 생활해야 하거나, 특히 생활 패턴이 중요한 노인과 아이에게는 더더욱 큰 영향이 있을 것 같다.  




달이 뜨고 달이 지네


새벽에 잠들고 오후에 일어나는 저녁형 인간인 남편. 심지어 시애틀보다 더 높은 캐나다에서 자랐다고. 그래서 그런가 밤에 안 자는 습관이? 집안 내력인가? ㅠㅠ 


저녁형 생활 습관은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해야 하는 회사를 다니면 새로운 적응이 필요하다. 특히 시애틀에 온 첫 주 남편은 30분 정도 운전해서 출퇴근을 해야 했는데, 풀타임으로 일하고 운전하려니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내가 운전을 할 수 있었더라면 라이드라도 해줬을 텐데. ㅜㅜ


하기사 원래는 자고 있을 시간에 출근해서 일을 한 것만으로도 정신력으로 해냈지, 하루 일과가 마무리되고 긴장이 풀리니 피곤한 것도 당연했다. 차라리 깜깜해지면 늦었다 느껴져서 잘 준비라도 할 텐데. 그래놓고 저녁에 해 질 때까지 이것저것 한다고 안 자고 있으니 ㅠㅠ 옆에 있는 나도 답답하고 ㅠㅠ 자기가 생각하기에 괜찮은데 잔소리 들으니 답답하겠고 ㅠㅠ


게다가 나도 아침에 일어나기가 왜 이렇게 힘든 건지 ㅠㅠ 진짜 남편이 나 출근할 때 매일을 그렇게 자고 있었는지 이해가 확 돼버린다. 그런데 또 내가 안 일어나면 남편도 세월아 네월아 하고 ㅠㅠ 본인이 늦게 자 놓고 잠 못 잤다 불평해 대니... 살기가 빡세다 빡세.


어쨌든 남편은 출근을 해야 하니까, 안전을 위해서라도 저녁에 잘 쉬고, 밤에 푹 자고, 아침에 제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좋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하지만 내가 남편을 아들처럼 수면교육(?)시킬 수는 없고 본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하겠지. ㅜㅜ





완전 웃긴 <좋아서 하는 채널> 에서도 그랬다. ㅋㅋㅋ 무리한 미라클 모닝은 부작용이 있다고. 


나나 잘해야지. 나는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잡으면 더 생산적이고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니까. 나를 위해 건강한 생활을 하자!!


내가 남편의 생활 패턴에 휘둘리며 영향을 받는 변수가 되면 안 된다. 변하지 않는 상수가 되어 나의 루틴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남편이 내 리듬에 맞춰줄 수 있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함께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부지런해야 한다는 거 ㅠㅠ




다음 날 8시 반 출근이라 8시에 출발해야 한다면, 아침 먹고 샤워하고 준비하고 하는 데 1시간 잡고, 통근 30분 잡고, 7시 기상 목표. 


남편에게도 계속 말한다.


제시간에 출근하려면 나는 7시에 일어날 거야.

8시간 자고 7시에 일어나려면 11시에는 잠들어야 돼.

자기 전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하려면 9시 반에는 준비하고. 

9시 반에 잘 준비하려면 저녁 먹고 설거지까지 그전에 끝내야지. 

적어도 7시 반에는 저녁을 먹어야 하니까 7시에는 요리 시작해야 해.

냉장고에 식재료 뭐가 있는지 기억해서 장 볼 거 있으면 그 사이에 다녀올 수 있어.

회사에서 5시 퇴근이니까, 일을 다 마치려면 일정을 잘 분배해서 제때 끝내야겠다. 


그리고 매일 알린다.


5시 반이야.

7시 10분 전이네.

9시 다 돼 간다.

10시 넘었어.


11시에 잠들면 8시간은 잘 수 있어. 

12시에 잠들면 7시간은 잘 수 있어. 

1시에 잠들면 6시간 밖에 못 자 ......




정해진 24시간, 하루의 끝에서부터 거꾸로 시간 계획 세우기.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목록을 만들고 실천하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그래도 막상 말해주면 잘 따라오긴 하니까. 대부분의 습관은 3주 정도 실천하면 잡힌다던데, 주말에 리셋돼서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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