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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떨림 Sep 30. 2022

만남과 헤어짐

떠날지 알면서 우리는 살아간다.

만남과 헤어짐.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숱하게 만남을 갖고 숱하게 이별을 한다. 


직장으로 인해. 돈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하고 새로운 만남을 이어간다. 


적어도 또다른 삶의 시작을 위해 떠나는 헤어짐은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거나 새로운 삶을 기대하며 마무리가 된다. 


그래서 슬프지만 덜 슬프다. 


내가 겪었던 가장 슬픈 헤어짐은. 


더이상 그 자리에 있을 수 없게 됐을때. 어쩔 수 없이 만남을 이어가지 못하게 됐을 때 내려놓는 인연의 끈이다. 


오늘 둘째 아들 유치원 원장선생님이 긴 편지를 보내왔다. 


평소, 지긋하게 나이드신 원장선생님이 매일 열심히 유치원 일을 하시는 게 멋지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벌써 정년을 맞이하고 퇴직했을 나이다. 느긋하게 삶을 누리며 노년을 보낼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뒹굴며 교육인으로서의 철학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원장선생님은 건강상의 이유로 몇십년 운영해온 유치원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것도 오래전 부터 계획해 왔던 것 같다. 그동안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학부모를 만났을 지 짐작을 하려니 가슴이 저려왔다. 


안그래도 지난해 10월 갑작스레 개인적인 사정으로 본가가 있는 네덜란드로 떠난 부원장님이 지난 5월 돌아온 게 신기했다 .


부원장 선생님은 원장선생님과 함께 15년을 함께했고 원장선생님의 마지막을 함께 마무리하기 위해 돌아왔다고 했다. 


원장선생님의 인성을 엿볼 수 있는 인간관계다. 


내일부터 원장선생님을 만나 뵙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 


10월 부터 새 원장선생님이 유치원의 일상을 파악하기 위해 원장선생님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나기로 했다는 말씀을 전했다. 


원장선생님은 학부모들이 안타까워하고 슬퍼할 것을 알았을 것이다. 

 

교육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 원장선생님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운다. 


더이상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이어가지 못했을 때. 그런 안타까움을 짊어지는 사람의 뒷모습은 어느때보다도 쓸쓸해 보인다. 


하지만 감히 짐작컨대 그는 웃으면서 그 자리를 떠났을 거라 생각한다. 


나 또한 그런 날이 올 것이다.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살아온 사람은 박수치며 떠날 것이다. 그리고 영원히 누군가의 마음에 새겨질 것이다. 


씁쓸하면서도 외롭고 슬프지만 아름다운 헤어짐. 


헤어질 걸 알면서도 만나는 인연. 떠날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살아간다. 


살아온 무게 만큼 절대 가볍지 않을 이별을 박수 치며 떠나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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