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텍이 Dec 20. 2021

왜? 라는 질문으로 새롭게

삶기술학교 뉴스레터 제삶지대 70호 2021. 12. 3. Fri

오늘의 BGM - A.G. Cook 의 'O.S'

독자님! 마지막 달, 12월이 되었어요. 요즈음 날이 생각보단 따뜻해서 그런지, ‘이제 정말 한 해가 가는구나‘ 이런 생각은, 전 글쎄요... 잘 안 들더라고요. 그래도 지난여름 한산에 와서 두 계절을 지나는 동안, 평생 안고 갈 배운 점들과 기억들을 정리하고 있는데요. 정리하며 제가 배운 것 중 하나를 독자님과 나눠보고자 해요.


지난가을 즈음부터, 삶기술학교 멤버들에게 ‘(각 호의) 주제에 어울리는 즐겨듣는 음악’을 추천해달라고 했어요. 그 질문을 할 때, 저도 저만의 곡을 같이 리스트에 올려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요. 그때마다 매번 마주하는 문제! 이상하게 저 조차도 노래가 바로바로 떠오르지 않는 거예요. 급하게 결정할 때에는 ‘과연 이게 내가 제일로 꼽는 곡인가?’ 하고 생각하게 되고, 시원 탐탁지 않기도 했고요.


독자님도 해보셔요. 5초 안에 대답해 보세요! 독자님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무엇인가요? - 어때요, 성공하셨나요? 이런 질문을 갑자기 받으면, 한 치의 고민 없이 바로 대답하실 수 있나요? 제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는 그다지 많지 않아서 혼자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의 이유를 ‘매번’ 생각해두지 않아서 인 것 같아요.

뭐, 음악만 그러겠어요? 음악뿐만 아니라 우리가 마주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에 적용되는 말 일 거예요. 각자가 추구하는 모든 것들에는 스스로도 잘 모르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그냥’이라는 말로 내버려 둬도 괜찮지만, 왜라는 질문을 붙여가며 끝없이 파고드는 것도 추천해 보고 싶어요. 우리가 향유하는 것들의 본질에 다가가는 것, 그것이 바로 자기 세계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고 스스로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거든요.

    

크게 감명받은 영화 속 대사가 있어요. 영화 비긴 어게인에서 나온 ‘난 이래서 음악이 좋아. 지극히 따분한 일상의 순간까지도 의미를 갖게 되잖아. 이런 평범함도 어느 순간 갑자기 진주처럼 아름답게 빛나거든. 그게 바로 음악이야’라는 문장이에요. 영화관을 나선 뒤에도 내내 저 말이 생각이 나는 거예요.  마치.. 있는지도 몰랐던 비상금을 발견한 기분이었어요.

‘내가 왜 이럴까?’하고 생각을 해보니, 전 늘 음악을 좋아했고 항상 음악이라는 문화를 향유해왔는데 ‘왜 좋았는지’ ‘왜 계속 듣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생각해 본 적도 없었는데, 그 과정을 한 주인공에게 충격을 받은거였죠. 제게 너무 당연해서 생각조차도 안 해봤던 것들을요. 영화 속 주인공은 자기 스스로에게 ‘왜 좋아하는지’를 물어도 봤고, 답변도 들은 것이니까요.


이렇게 한 번 즈음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던걸 다시 생각해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세요. 굳이 색다른 것을 하지 않더라도 독자님의 하루가, 2021년의 11개월이 다르게 보이실지도요? 전 세계 사람 모두에게 동일하게 남겨진 2021년의 날들에, 우리는 지난날들에 대한 후회로 채우지 말고, 새로운 발견으로 채워갔으면 해서 이렇게 편지를 써보았어요. 


독자님! 한 주 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많이 바빴고, 앞으로도 바쁠 12월입니다. 나 참 수고 많았다, 스스로 위로 한 번 해주시고요! 그 마음에 남은 날들도 잘 되기를 제 마음도 얹을게요.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곤 거 아시죠? 감기 조심하시고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 삶기술학교 yon


소개하고 싶은 것들
우리는 여기서 따로 또 같이, 12월을 맞이해요
슬텍이네 바이닐샵 플레이리스트 VOL.3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가끔 삶기술학교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기 위해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멤버들에게 ‘각자 좋아하는 곡’을 추천받아왔어요. 그 때 마다 새삼스럽지만, 우리 너무나도 다른 취향을 갖고 있구나 생각해요. 흔하지 않은 메시지를 보고 온 사람들이 한산이란 시골에 모여 살고 있는데도 겹치는 게 단 하나도 없다는 게 신기하고요. 


‘2021년 겨울, 한산에 이런 사람들 있었음.’ ‘우리는 좋아하는 게 다 다르지만, 로컬에서 하나의 메시지를 품고 살아가고 있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흔적을 남기고 싶어요. 무엇으로? 너무나도 다른 스타일의 노래들로 뭉쳐진 삶기술학교 슬로우테크 12월 플레이리스트로!


벨의 추천 코멘트 (벨의 추천곡 : King Gnu - 白日)

2020 테마형 한달살기로 참가했던 친구랑 유독 친해졌는데 그 친구가 추천해 준 J-POP 중에 하나였어요. 그 친구랑 밤공기가 쌀쌀하다고 싶을 만큼 느낀 그 달 에, 같이 드라이브를 한 기억이 잦아요. 그 때 이 노래를 들었는데, 하나같이 기억들이 가로등 하나 없는 서천에서 한산으로 들어오는 길에 창문을 열고 찬바람이 함께 해 유독 저릿한 노래입니다.


 그 계절이 온 거 같아 나지막이 슬텍이네 12월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 봅니다.



류이치 사카모토 : 코다 (2017)



"암은 편도선 안쪽, 3기 판정. 림프절까지 전이될 수 있다, 현재 3개 있음."


christmas mr. lawrence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류이치 사카모토. 류이치 사카모토는 그만의 실험적인 음악으로 각종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제작하고, 전 세계 음악인을 위한 상들을 차지한 일본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데요.


류이치 사카모토가 2014년 암 판정으로 중단된 작업을 다시 시작하여 2017년 새로운 앨범 async를 내기까지의 기간을 담아낸 다큐멘터리입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지진, 쓰나미로 인해 일본의 원전 사고를 겪은 다음 탈원전, 반핵을 주장하는 사회운동가적 활동을 하기도 했답니다.


메시지와 음률로 그려진 류이치 사카모토만의 철학을 이 영화에서 보실 수 있어요. 그중에서도 특히 한 장면! 많은 이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으면서, 2018년 서울 회현동의 piknic에서 열린 류이치 사카모토 개인전에도 실린 구간이 오늘 주제와 연관되는 듯해 가져왔습니다.


숲속에 있던 물건의 소리, 빗방울이 창문에 떨어지는 소리, 양동이를 뒤집어쓰고 듣는 비의 소리에 집중하며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장면이에요. 그가 다시 음악 작업을 시작하면서,이전에 갖고 있던 작업물들을 비워내고 '소리의 영원성'과 '자연스러운 소리'를 공동으로 갖고 있는 '사물의 소리'에 집중하기로해요.

"앞으로 몇 년을 살 지 잘 모르겠는데, 그래서 언제 죽더라도 후회 없도록 부끄럽지 않은 것들을 좀 더 남기고 싶어요"라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인터뷰를 보며, 언젠가 이 영화를 마주한다면 '세상을 어떻게 음악적으로 볼 수 있을지' '세상의 장면을 어떻게 들을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것은 곧, 원래 있던 것들을 ‘왜’라는 질문 말고도, 다른 방면으로 새롭게 볼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할 듯하고요. 어떠세요, 이 영화로 앞으로 남은 우리의 날들에 가득 찬 소리들을 다른 태도로도 마주할 수도 있다면- 한번 시청해 보시겠어요?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



다시 들어보는 기계의 소리들 : OS – A.G. COOK

10월 18일에 애플에서 신제품 발매를 알리는 이벤트를 했었죠.

애플의 프레젠테이션 영상이 곧 각 사이트에 업로드되었는데요,

사람들의 이목을 끈 건! 물론 애플 신제품과 그 사양들도 맞지만,

본론 시작에 앞서 삽입된 음악 때문이었답니다. 

이 음악은, 영국의 프로듀서 A.G Cook이 만든 노래로

지난 45년간 출시되었던 애플 기기들의 소리들로‘만’ 만들어진 노래에요.

-----  

+ 이 곡에 쓰인 애플 사운드들


Apple sounds used: iMac G3 Startup, MacBook Pro Startup, AirPods Case Closing, iOS Alert, HomePod Minimum Volume, iPod Click Wheel, Note Alert, Email Whoosh, MagSafe Charger, Night Owl Ringtone, HomePod Nope, HomePod PingPong, Mac 2020 Alert, Empty Trash, Message Sent, Message Received, HomePod Device Identify, iPhone Keyboard, Airdrop Invite, Mac Sosumi, Apple Pay


-----

어때요, 우리 생활 속 당연한 소리들도 이런 음악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재밌지 않나요?


오늘도 여기까지 읽어주신 독자님!

감사합니다 :-)

다음 주에 뵐게요 


- 사랑을 담아, 삶기술학교 yon


편지를 보낸 삶기술학교@한산캠퍼스 둘러보기


작가의 이전글 인생의 그래프에 그려진 언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