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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의 소비 중계석 Oct 11. 2022

한 가지만? 우리는 멀티로 사는데?

온라인 세상을 배우다 보면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세요.", "한 가지 카테고리를 선택하세요.", "한 가지 관심 주제로 글을 발행하세요." 한 가지! 한 가지?

블로그를 제대로 해 보겠다고 배우기 시작하면서 내 머릿속에는 멘붕이 왔다. 지금 현재도 운영하고 있지만 내 블로그는 그야말로 전문 블로거들이 이야기하는 '잡블'이였다.(사실 나는 '잡블'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왜? 호기심이 많으니까, 한 우물을 파지 못 했으니까, 삶은 하나의 주제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당장에 나의 하루를 들여다봐도 그렇다. 새벽이면 일어나 책을 읽는다. 책을 필사한다. 출근하고 등교할 아이들 아침을 챙겨준다. 가족이 먹을거리를 고민하고 관심 가져야 하고 생활에 필요한 소모 제품들을 구입해야 하고 자기 계발을 하겠다고 강의 비용을 결제해야 하고 또 어떻게 하면 잘 성장할 수 있을지 다양한 정보를 찾아보고 배우고 적용하고 해야 한다. 이뿐인가 '나'라는 한 사람의 역할은 '나'에 그치지 않는다. 되려 '나'는 묻혀버리고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 누구의 딸로 살아가기 바쁘다. 이렇게 놓고 보면 어떻게 하나의 주제를 선택하고 하나의 카테고리를 선택하고 어떻게 하나에만 관심을 두고 살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하나"를 찾으란다. 

그 하나를 찾겠다고 그 하나를 선택하겠다고 골머리를 앓았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다들 찾는 것 같은 그 '하나'를 찾지 못하는 내가 바보같이 느껴지기까지 했었다. '다들 찾는데 나는 왜 못 찾을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면서 나의 자존감은 더 내려가기 바빴다. 

그런데 이것도 성격의 차이일까? 찾다 찾다 안되니까 답답증이 나고 화가 났다. 강의를 내 돈 내고 수강하면서도 그다음으로 못 넘어가는 내 모습에 또 화가 났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지금 당장 하나를 못 찾으면 어때! 일단 해 보고 나중에 찾자!'라고 마음을 먹고 그다음부터 그냥 내가 관심 가는 대로 내게 있었던 일상과 내가 배운 것들, 내게 필요한 것을 구매한 것들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일단 썼다. 잘 썼는지 못 썼는지 누가 얘기해 줄 사람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저 잘하고 있나요?'하고 누군가에게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그냥 했다. 

처음엔 이런저런 이야기로 글을 쓰다 보니 관심 주제가 8개까지 됐었었다. 그러다가 점점 줄어들었다. 5개, 4개, 3개 지금은 꾸준히 글을 발행하다 보니 일상, 생각 관심 주제, 문학, 책 관심 주제, 교육 관심 주제 이렇게 세 가지의 관심 주제에 글을 발행하고 있다. 

본인이 가야 할 방향이나 목적이 정해진 사람은 하나의 관심 주제를 설정하고 글을 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자기 계발을 시작하고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고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관심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고 배우고 하라는 것은 정말 고문과도 같다. 일반적인 학교 교육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대학 입학이라는 골문을 만들어 놓고 대학 입학에 필요한 주입식 교육만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40년, 50년을 이미 주입식으로 배우고 고정된 범위 내에서만 살아온 사람이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도 힘든데 그 안에서 내가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은지 뭘 잘하는지 알아볼 시간도 주지 않고 '하나만' 선택하라는 것은 잘 못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방향을 잡을 수 있었던 방법을 권해 드린다. 

"글을 쓰다 보니 관심 주제가 너무 많아서요"

"괜찮아요. 일단 관심 가는 것들을 써 보세요. 그러다 보면, 쓰다 보면 범위가 자연스럽게 좁혀집니다. 자신의 선호도가 반영되는 글을 쓰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매일 고민해 보세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잘하는 게 뭔지, 뭘 하고 싶은지 꾸준히 고민하고 선택하고 해 보다 보면 전원 스위치 켜지듯이 탁! 하고 '이거다!' 하는 게 생길 겁니다."

시간도 들고 돈도 들고 옛말에 '열두 가지 재주 가진 사람 이가 서말이다'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해보지 않고 추측만으로 잘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선택했다고 진절 넌덜머리를 낸 적은 없었는가?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가 지루해 죽은 적은 없었는가? 내가 하고 싶은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정작 다른 걸 하고 싶은 적은 없었는가? 이런 것들은 돈이 들지 않고 시간이 들지 않는가? 이래도 저래도 시간이 들고 노력이 들고 돈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나는 '방황의 시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21년은 방황의 시기였다. 투자의 시기였다.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서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시도해 보고 내 것을 찾기 위해서 1년 365일이라는 시간을 투자했고 40여 가지를 탐색해 보느라 노력과 돈을 투자했다. 그리고 나의 방향을 찾았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이미 내가 갈 방향이 정해진 사람은 '하나'만 보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하지만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사람들은 다양한 것을 해 봐야 할 수밖에 없다. 한 가지만 정하고 하라는 데 못 한다고 주눅 들 필요 없다! 마음껏 방황하고 나서 그 '하나'를 선택해도 늦지 않는다. 

"방향이 잘못 잡혀 있다면 빠르게 달려갈수록 빠르게 이탈한다."(출처 : 걷는 독서 박노해)

빠르게 이탈한 만큼 원점으로 돌아와 다시 시작해야 한다. 차라리 다양한 것들을 접해 보고 정말 원하는 것을 찾아 방향을 잡고 올바른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면 가속도가 붙어 속력을 더 낼 수 있을 것이다. 

하나가 아닌 여럿이라고 실망할 필요도 좌절할 필요도 없다. 충분한 방황기를 즐기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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