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경제를 배우게된 청년의 이야기 - Chapter 1
청춘의 시간을 고스란히 묶어둔 끝나지 않을 거 같던 26개월의 군 생활이 끝을 향해 가고 있을 때 여느 말년 병장들이 그렇듯 하루하루 전역날만 꼽으며 의미 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 다들 비슷한 고민이 하나 있다면 나가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아니 살아야 하는 가입니다.
학자금 대출로 복학 등록금을 마련하고 없는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알바도 해야 할 거고 뭐 대충 그런 생각들이 다들 머릿속에 있지만 그저 있을 뿐인 그런 고민들......
자격증을 준비하는 부지런한 동기들을 바라보며 존경심과 함께 나도 해볼까 하다 이내 나 자신을 잘 알고 있어서 빠르게 접습니다. 생각 없이 하루하루 시간만 축내는 나 자신이 뻘쭘해서 집어 들게 된 책하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2년이란 시간 동안 책이라고는 잡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책의 내용이 뭘 말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마치 대단한 걸 발견한 마냥 아드레날린이 폭발했습니다. 좋지 못한 머리로 몇 번을 다시 읽고 나서야 이해한 내용은 평생을 평범한 공무원으로 살아온 나의 아빠와 대형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친구의 아빠가 돈을 바라보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을 깨닫고 인생의 이정표를 얻게 된 필자의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었습니다.
편의점에서 걸레질 열심히 하고 상품 진열 예쁘게 해서 한 달을 꽉 채워 일하고 나면 내 손에 쥐어지던 작은 월급봉투 한 달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돈은 순식간에 흩어져 사라지고 조금이라도 흔적을 남겨보겠다고 몇 만원이라도 저축을 하면 몇 달이 지나야 겨우 존재감을 드러내는 통장 잔고가 내가 알던 돈의 세상 이였습니다.
우리 집의 가난을 말하던 부모님이 떠올랐습니다. “TV만 봐도 밥도 못 먹고 굶주려 죽는 아프리카 사람들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우린 행복 한 거다.” 항상 궁금했습니다. 우린 대한민국 서울에 살고 있는데 왜 아프리카 사람을 보며 위안을 삼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당시 부모님의 수입이 얼마인지 모르나 아마도 우리집은 평생을 부자로 살긴 글렀다는 걸 어렴풋이 나마 알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대학을 간 아들 잘 되길 기대하시는 거 같은데 서울에 있는 전문대 졸업해 봐야 역시나 대단한 인생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은 전혀 생기지 않았고 혹시 복권이나 당첨되면 모를까 내 힘으로는 바뀔만한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했습니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책을 보고 돈에 대한 개념을 저렇게 가지고 살아야 하는구나 정도는 느껴졌으나 그래서 지금 뭘 해야 하는지는 감도 안 옵니다. 책에 나온 부자아빠처럼 슈퍼라도 해야 하나? 슈퍼 할 돈 있었으면 걱정도 안 합니다. 수능을 다시 봐서 좋은 대학을 가야 되나? 내 머리로 될까 싶은 것도 있지만 재수하겠다 하면 부모님이 아마 저를 미친놈 쳐다보듯 볼 겁니다.
평생을 한 푼 두 푼 모으다 보면 언젠간 내 집 마련도 할 수 있고 더 나은 삶을 살 거라 굳건히 믿는 어머님은 아들이 어떻게든 졸업하고 빨리 취직해서 돈을 벌어오길 바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출구 없는 고민은 부모님처럼 살기는 싫고 꿈만 꾸는 치기 어린 나를 괴롭히기만 할 뿐입니다.
군에서 전역을 하고 나를 맞이해준 세상은 16강을 진출한 2002년 월드컵으로 정말 난리도 아니게 들썩거리고 있는데 돈 없는 예비 복학생은 구차하게 얼굴에 철판 깔고 혹시 술이라도 한잔 사줄 사람 없나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는 일 말고는 딱히 할 일도 해야 할 일도 없습니다. 세상은 나와 동떨어져 있었고 그 괴리감에 몸부림치는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만 생각납니다.
그러던 차에 아는 형이 전화를 합니다.
"야 인마! 할 거 없으면 빈둥거리지 말고 며칠 나와서 일해 여기 사람 없어 난리야 여기 회식도 맨날 해서 술값 걱정도 없다.”
다른 것 보다 일 끝나고 매일 회식한다는 말에 찾아간 곳이 ‘동대문 평화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