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디아 Dec 15. 2023

작가로 살아가는 의미

내서니엘 호손, 작가로서 한 인간으로서

 미국의 작가 내서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은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때때로 내 생각들은 땅 아래에 묻힌 귀중한 돌과 같다. 그것들을 파내려면 땀을 흘려야 하고, 흙을 닦아내어 빛나게 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그래야만 생각의 물줄기가 한 번에 뿜어져 나와 한 페이지를 적신다. 마치 사막 한가운데서 물이 샘솟듯이!”

 (The Devil in Manuscript, 의역)


 책 속에서만 존재하던 호손이 처음으로 나와 같은 인간이구나 싶었다.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내가 지금까지 봐온 호손은 글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에게 글은 자신의 감정을 풀어놓을 수 있는 비밀 친구였으며 세상과 소통하는 또 다른 ‘창구’였다.


 독자가 자신의 글을 읽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길 바라면서도 자신의 어두운 감정으로 인해 독자의 순수한 마음이 변질될까 두려워한 그런 사람이었다. 글을 쓰는 사람이 수용자를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내 글이 어떻게 읽힐지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 말은 글 하나가 가진 영향력이 크다는 뜻이며 한 편으론 그만큼 작가는 수용자와 본인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글을 써야 하는 숙명을 지닌 사람으로, 지닌 책임감이 엄중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호손은 자신의 작품에서 작가의 영향력을 “wizard power(마법사의 힘)”으로 표현한다. 내 글이 한 사람에게 닿아 어떤 결과를 파생시킬지 알 수 없다는 건 그만큼 대단하면서도 무서운 일이다. 작가가 위대한 이유는 그런 무거운 압박 속에서도 끊임없이 세상에 없던 이야기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호손에게 자신의 작품은 너무 소중해서 세상에 나올 수 없는, 다시 말해 출판되어 상품으로 흥정될 수 없는 그런 존재였다. 흔히 작가가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일을 아이를 낳는 것에 비유한다. 둘은 존재하지 않던 것에 생명력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유한한 인간이 낳은 산물이 생명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또한 비슷하다.


 어떠한 제약 없이 생각을 풀어내고 싶으면서도 글 하나가 지닌 영향력을 알아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그 경계에서 항상 고민한다. 자유롭게 생각을 풀어내면서도 틀에 박히길 원하지 않는. 내 글이 세상에 닿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나만의 비밀친구로 남기를 원하는 양가감정이 든다. 호손이 자신의 원고를 태운건 이런 이유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전 13화 다른 세계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