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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숭깊은 Nov 10. 2023

맞벌이의 어려움. 왜 늘 엄마만 동동거리고 가슴 졸여야

"저, 그만하게 되었어요. 다음주까지밖에 못할 것 같아요."

맞벌이의 어려움. 왜 늘 엄마만 동동거리고 가슴 졸여야 하나요? 

"저, 그만하게 되었어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다음주까지밖에 못할 것 같아요." 



아이가 돌 지나부터  6살 될 때까지 계속 친정엄마께서 아이를 돌보아주셨다. 늘 아침 7시까지 우리 집에 오셔서 옷입히고, 밥 먹이고,  등원시키고 다시 집에 들어오셔서 나의 집안일을 일하는 딸, 사위 힘들까봐 손을 보태시고, 오후 3시쯤 아이 하원 시켜 간식먹이고 딸사위 먹을 저녁까지 준비해 놓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런 생활을 5년 꼬박 하셨는데 많이 지치신건지 7살이 되는 올해 1월 돌연 퇴직을 선언하셨다. 건강상의 문제가 가장 컸다. 갱년기 호르몬 불균형의 원인으로 잠을 거의 못주무셨는데 그것이 환갑이 될 때까지 계속 이어진 것이다. 여러 원을 다니며 상담, 신경치료, 수면치료 등 곳곳의 도움을 받아보았지만 약을 복용하고 억지로 잠을 청하는 것을 겨우 할 정도로 미미한 회복을 한 채 최근 1년을 버텨온 것인데 더이상은 안되겠다고 판단을 하신 것이다. 


그동안 힘든 엄마를 나 편하자고 계속 붙들어 놓는 것 같아 마음 한켠이 불편했던지라 그만두겠다는 엄마의 말에 결코 붙잡을 수 없었다. 


우리 집과 친정은 6.5 km,  엄마는 운전을 못하기에 매일 아침 6시 20분에 집을 나와 버스를 타고 우리 집에 7시까지 오셨다. 7시 40분까지 와도 된다 해도 저 버스를 놓치면 다음 버스로 와야하는데 그럼 늦어진다고 기어코 새벽같이 나와 버스에 몸을 실었다. 여름엔 해가 빨리 떠서 그나마 덜 마음이 쓰였는데 밤이 더 길어지는 가을, 겨울엔 캄캄한 하늘 보며 우리집으로 출근했다가 캄캄한 하늘 보며 다시 집으로 퇴근하는 엄마에게 항상 미안하였다. (때때로 아침엔 아버지가 태워주시고, 저녁땐 내가 모셔다 드리기도 하였다.)


게다가 아이가 9시쯤 등원하면 3시에 하원을 하는데, 종일반을 시키려했더니 너무 유치원에 오래있으면 아이 힘들다고 기어코 다른 친구들처럼 3시에 하원하도록 하셨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에도 굳이 바로 옆에 할머니가 있는데 왜 낮잠을 거기서 재우냐며 어린이집 다니는 1년 반 동안 단 한번도 우리 아이는 낮잠을 자고 오지 않았다.) 차가 없으니 집으로 갔다가 다시 우리 집으로 오는 것이 힘드니 그냥 우리 집에 머물며 3시까지 시간을 보내셨는데 아는 사람 아무도 없이 내 집도 아닌 빈 집에 덩그러니 있으니 적잖이 공허한 마음이 드셨던  모양이다. 때때로 집 앞 천변을 산책하며 알게 된 몇몇의 이웃들과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긴 했으나 그래도 많이 외롭고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여러가지 사정들로 자식 사랑이 유별난 우리 엄마가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만하겠으니 새로 사람을 구하라고. 남의 손을 그렇게 못믿던 엄마가 남의 손을 구하라고 하라니 놀랐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당장 출근을 해야했기에  일단 지역 맘카페에 구인 공고 글을 올리고 종일반 신청을 급히 하였다. 나의 출근은 일주일 후. 다행히 좋은 분을 만나게 되어 몇몇의 아슬아슬함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큰 어려움없이 맞벌이 생활 잘 이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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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아침 등원선생님 오시고 출근을 하려는데, 

"저, 그만하게 되었어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다음주까지밖에 못할 것 같아요." 라고 하셨다. 순간 정말 당황스럽더라구요. 일주일간의 말미는 있지만 아직 하기중이기도 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어서 더 놀랐다. 일단 출근을 해야하니 알겠다고 하고 나왔는데 출근하는 내내 

뭐부터 해야하지? 만약 선생님 구인이 안되면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하며 머릿속 생각이 요동쳤다. 먼저 구인 공고가 우선일듯 싶어 아파트 커뮤니티에 올릴 글부터 작성하였다.


좋은 선생님이 지원해주길 바라며 한숨 돌리고 일에 집중하였다. 그러던 찰나, 남편에게도 이야기해야겠다싶어 다시 핸드폰을 찾았다. 


그동안 야근이며, 친구들 모임이며, 회식이며 마음 편하게 잘했지. 엄마가 봐주셔서도 그렇지만 정시퇴근 보장에 여름, 겨울 방학 다 있는 와이프 두는 바람에 정말 하고 싶은대로 마음 편하게 사회생활한 남편. 나는 회식도 정말 없는 편인데 정말 1년에 회식 한두어번 하는 것, 한달 전에 얘기해놓아도 갑자기 회사에 일정생겼다며 일찍 못간다고 하는 때가 수회. 


종종 우리 엄마 고생은 신경도 안쓰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해서 정말 얄밉기도 했던 터, 이 벼락같은 소식에 나 혼자 동동거릴 순 없지. 얼른 이 불운한 소식을 전했다. 그랬더니 남 이야기 하듯, "난리났네~" 

내가 어차피 다 해결할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건지, 정말 걱정이 되긴하는지 앞으로의 계획은 있는지 고민조차 안하는 것 같은 남편의 반응에 언짢은 기분을 숨길 수가 없었다. 이번엔 기필코 우리 엄마에게 도움의 손을 내밀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고 확실히 구인 된 후 말씀드리기로 마음 먹었다.


좋은 인연이 닿길 바라며. 

다들 이렇게 사는거죠? 저만 이렇게 사는거 아니죠? ㅠㅠ 

워킹맘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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