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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표 Sep 12. 2023

관광세 토론

주제가 너무 어려웠나? 하지만 즐겁게 활동한 아이들

'생태전환교육'을 주제로 하여 5학년 학생들과 함께 단원마다 1시간씩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단원은 'Where are you from?'으로 출신지를 묻고 답하는 표현을 배웠다. 그리하여 세계 여러 나라의 명소를 방문할 때마다 부과하는 'Tourist tax' 이른바 '관광세'에 대한 찬반 토론을 우선적으로 진행해 보도록 했다. 1:1 방식으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하브루타 학습법'을 차용하기로 하고 먼저 '갈라파고스 섬'의 현실에 대해서 지도했다. 동기 유발 자료로는 '지구마불 세계여행 - 원지 편'에 등장한 여정을 보여주었는데 학생들이 비교적 최근에 방영했던 프로여서 그런지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갈라파고스 섬을 입장할 때 내, 외국인마다 입장료가 다른 것에 주목하면서 영상을 보도록 했고 그 사이 이미 몇 명의 친구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내뱉었다.

"선생님, 저거 완전 차별 아니에요?"

그렇다. 학생들이 느끼기에도 이상할 정도로 내국인과 외국인 간의 입장료의 간극은 상당했다. 내국인은 한국돈으로 7,500원의 입장료를 내는 반면에 외국인은 이를 훨씬 상회하는 한국돈 125,000원을 입장료로 내기 때문이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입장료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학생들에게 제시하며 잠시동안 자신의 입장은 찬성인지 반대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했다. 그리고 곧바로 약 5분간 1:1 대화를 통해 찬성과 반대인 친구들이 마주 앉아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상대편 앞에서 개진하도록 했다. 소란스러워도 좋고 고성이 오가도 상관없으니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주고받으라고 격려해 주었다. 단, 수업 주제와 동떨어지지 않은 선에서.

그렇게 약 5분간 학생들이 토론한 내용을 모아서 칠판에 가지런히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찬성을 선택한 학생들의 근거는 내수 진작을 위해서라도 내국인을 유치하는 것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인으로서 내국인의 독도 방문을 더 장려하고 애국심을 갖고 관리하길 요구하는 것과 똑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일리 있다. 그 말을 경청하고 있던 반대 입장의 친구들도 어느 정도 근거의 타당성과 적절성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이어서 반대를 선택한 학생들의 근거는 외국인들에게 '갈라파고스 섬이 얼마나 관광하기 좋은 곳인가'를 어필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비싼 입장료를 내고 방문해야 하는 곳이라면 외국인들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정도로 기분이 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운영을 하지 않거나 유네스코와 같은 기구에서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자 그럼, 여러분들이 토론을 통해 알게 된 문제점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쏟아진다. 영어시간에 늘 퀭하게 있던 친구들도 저마다의 입장에서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무수하게 쏟아내기 시작했다. 북한군부터 해서 마을 공청회까지 학생들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심지어 오늘 처음 들어본 장소에 대해 가지각색의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공유했다. 뉴스를 많이 보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이 많은 친구들의 입에서는 제주도의 '입도세'까지 언급이 될 정도였다. 학생들이 발표한 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자신의 생각과 가장 일치하는 아이디어를 골라 자신만의 표현으로 재구성해서 학습지에 정리하도록 했다.

창의적인 해결방안까지 정리하여 발표를 하고 난 후, 오늘 수업을 통해 느낀 점과 새롭게 알게 된 점에 대해서 학습지에 정리하도록 했다. 이는 하브루트 학습법 중에서 특히 강조되고 있는 부분인데 배운 내용에 대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구성하여 표현하는 것이 이른바 '체화'에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 배운 내용을 일상생활과 연관 지어 꾸준히 실천할 수 있도록 '실천약속'을 스스로 부여하도록 유도했고 시간이 된다면 다음에 더 알아보고 연구하고 싶은 주제도 간단하게 적어보며 수업을 마무리했다.


다음 수업시간에는 역할놀이를 통해 공항 입국 심사와 인터뷰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를 방문하는 상황극을 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이 또한 '관광세'에 대해 생각해 볼 문제를 제시하기 위한 과정인데 학생들의 태도와 이해력을 보니 매끄럽게 진행이 가능할 것 같은 기대가 되었다. 영어시간에 주요 단어와 문장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세계 여러 나라에서 볼 수 있는 이슈와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그만큼 넓고 생각해봐야 할 문제도 많기 때문에 초등학교 현장에서부터 차근차근 경험과 생각의 폭을 간접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수업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자, 그럼 내일 수업을 한 번 또 궁리해 볼까...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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