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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표 Sep 13. 2023

관광세 토론(2)

그래도 관광세라는 개념 소개에는 적절했다.

관광세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보게 하는 활동을 했다. 학생들을 총 6개의 국적을 가진 국민으로 분류한 후 각 나라를 방문하는 활동을 했다. 오늘 수업을 위해 미리 20개의 모형 여권과 달러 세트를 준비했다. 지난여름부터 기획해서 준비했던 물품을 이제야 선보이다니. 게으름을 자책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어서 각 조에서 1명씩 출입국 사무소 직원을 뽑아 인터뷰 설문지에 따라 여행객들을 맞이하도록 안내했다. 학생들은 모처럼만의 역할놀이에 다소 들뜬 모습이었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나도 열심히 설명을 했다.

학생들은 마치 공항 immigration을 받는 것처럼 손에 있지도 않은 짐을 척척 검사하는 시늉을 했다. 출입국 사무소 직원 역할을 맡은 학생들도 자발적으로 입국민 들을 한 줄로 서게 하고 주의를 집중하게 하는 등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렇게 왁자지껄한 상황 속에서 입국 심사를 마친 학생들은 하나씩 그 나라로부터 도장을 여권에 찍도록 했다. 15분 여가 지나자 모든 나라로부터 입국 심사를 받아 거의 모든 학생들이 스티커를 다 모았다. 그래서 학생들을 모두 자리에 앉도록 정돈시키고 다음 활동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모인 학생들에게 새로운 상황을 제시했다. "여러분은 모두 각자 50달러가 있습니다. 그 상황에서 칠판에 안내한 대로 나라마다 제가 관광세를 거두어가겠습니다."

학생들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한 순간은 바로 이때부터다. 본인의 국적이 미국인 학생들은 20달러의 세금을 지불했지만 베트남 국적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49달러를 세금으로 내야 했기 때문이다. 곧바로 베트남 국적을 맡은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아니, 선생님 저희 세금으로 49달러 내면 한 사람당 1달러씩 남아요. 이걸로 어떻게 여행을 해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발표하게 했고 공통적으로 제시된 의견은 한 마디로 '차별'이었다. 학생들에게 이러한 차별을 받았을 때의 기분을 설명하게 한 후 이를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게 했다.

그렇게 관광세에 대한 역할극을 마무리한 후 학생들과 함께 검색엔진을 통해 배운 내용에 관해 하나하나씩 차근차근 정리를 했다. 관광세의 정확한 개념을 다시 한번 학생들의 손으로 정리하며 자기 주도적으로 체득하게끔 유도했다. 또한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어떻게 '관광세'를 부과하게 하는지 검색해서 정리한 후 장단점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였다. 남는 시간에는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며 정리하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다소 어려운 개념이라 2시간 수업으로 학생들에게 '관광세'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거나 조사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다음 차시에는 또 나름대로 교육과정에 제시된 대로 수업을 해야 하기에 오늘 미처 못한 공부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수업을 마무리했다. 오늘을 계기로 해서 학생들이 세계 여러 나라의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사회 여러 곳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한다. 앞으로 나보다 더 훨씬 넓은 세상에서 많은 것을 마주하게 될 너희들의 미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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