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학교스포츠클럽 대회를 참가하고 있다. 6학년 남자 플라잉디스크 대회에 참가해서 본선 1위 성적을 거두었고 전국 플라잉디스크 대회 축전에 서울시 대표로 참여했다. 학교체육업무를 하면서 처음으로 소기의 성과를 이룬 경험이었고 도와주신 베테랑 선생님의 지도력을 어깨너머로 한 수 배울 수 있어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작년에는 남학생만으로만 꾸렸으니 올해는 남, 여 투 트랙으로 구성해서 대회를 참가해 보기로 했다. 공문이 오기 전인 4월부터 매일 아침 40분씩 지도를 했고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자체 청백전이 가능할 정도로 수준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지난 6월 21일, 여학생 플라잉디스크 본선 장소로 향했다. 주변 학교의 시선이 느껴졌다. 플라잉디스크 종목 작년 서울시 대표가 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상대 하얀팀의 신체조건이 상당히 우수하다
경기 시작 전, 몸을 푸는 데 다른 학교의 전력이 상당히 세다는 것이 느껴진다. 탄탄한 기본기에 정확한 패스와 잘 짜인 전술이 단숨에 느껴졌다. 느낌이 싸했다. 오늘 어쩌면 1위는커녕 1승을 거두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3달 남짓 매일 아침 열심히 손발을 맞춰왔으니 후회 없는 경기라도 하고 가자는 생각에 선수들과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다. 지더라도 후회 없이 게임에 임하고 가자는 다짐과 함께.
1경기는 홈 팀이자 올해 1위를 노리고 있는 학교로 170cm에 육박하는 에이스가 즐비한 팀이었다. 하지만 남자경기로는 작년에 우리가 대승을 했기 때문에 졸지 말고 적극적으로 하면 되리라 생각했다. 휘슬이 울리고 경기 시작 1분도 채 안되어 선제점을 내주었다. 15분 남짓 한 경기에 선취점이 주는 무게감은 굉장히 크다. 얼른 털어버리고 1대 1 마크를 철저히 하고 계속 이야기하며 경기를 하도록 했다. 하지만 또 실점.
나는 엔드라인에서 "막아" , "손 크게 들고" , "걸으면 안 돼" 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가며 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실력차는 현저했고 우리는 첫 경기를 0:8이라는 큰 점수차로 내주고 말았다.
기죽어 있던 학생들을 열심히 달래며 패인을 분석했다. 그리고 2경기 이후부터는 1경기에서 했던 실수들을 줄이고 좀 더 차근차근히 경기를 풀어나가도록 독려했다. 하지만 올해 참가한 학교들 모두실력으로 보나, 투지로보나 우리보다 한 수 위였고 우리는 나머지 경기를 0:3 , 0:5 등으로 속절없이 내주고 말았다. 마지막 경기는 3년 내내 1위를 하고 있는 학교와의 경기였기에 6학년이 아닌 5학년이 경험 삼아 뛰도록 했고 결과 또한 0:7 완패였다.
출처 : 슬램덩크 17권
돌아오는 버스에서 여학생들은 경기 결과에 아쉬워는 했으나경기장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돌려 보며 화기애애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해야 할까. 결국 나를 비롯한 지도교사들만 패배가 주는 후유증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했다. 정말이지 슬램덩크에 등장하는 무림고의 감독이 된 기분이었다. 만화에서 무림고는 능남, 북산, 상양, 해남의 들러리일 뿐 현저한 실력차를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데 오늘 내 꼴이 딱 모양새였다.
물론 1위를 한다고 해서 나의 명예가 올라가거나 승진에 도움이 되거나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학교 타이틀을 걸고 참가한 대회에서의 결과가 기대한 것에 미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일단 다친 사람 하나 없이 좋은 경험 하나 또 했다고 생각하고 다음 게임을 또 준비해보려 한다. 보람이라는 것을 먹고사는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