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전환교육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천 중이다. 교육청에서 여러 교육 자료를 제공하고 있지만 내가 맡은 영어 수업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다. 그렇다고 영어로 온전히 '지구온난화', '탄소발자국'등의 개념을 접근하는 것은 무리다. 그리고 매 시간마다 꼭 배워야할 단어와 문장 표현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늘 수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고민하기 일쑤다.
학생들이 요즘 배우는 단원의 핵심은 '원하는 것을 묻고 답하기' 이다. 그래서 제시한 키워드는 '계절'이다. 동기 유발자료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사계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계절을 고르고 그 이유를 하나씩만 짝궁에게 설명하도록 했다.
역시나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가 등장하니 교실이 아수라장이다. 각종 제철음식과 스포츠 이름이 교실 여기저기를 수놓는다. 누가 영어 시간 아니랄까봐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핼러윈 등 외국의 기념일도 들려온다. 설명 시간이 끝나고 학생들에게 좋아하는 계절의 키워드를 자유롭게 얘기하도록 했다. 누가 보면 하버드생 저리가라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발표를 하는 아이들이었나 싶을 정도로 너도나도 발표를 했고 나는 그 결과를 계절별로 유목화했다.
그리고 태블릿PC를 활용해 자신이 왜 그 계절을 좋아하는지 한글로 적은 문장을 스스로 번역해보도록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원하는 것을 영어로 묻고 답하기'의 학습 목표를 자기주도적으로 달성하게끔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영어로 쓰는 과정이 어려운 친구들도 생전 안하던 질문을 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에서 그래도 이 수업을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학습내용을 학습지에 정리한 후 자신의 실천 소감을 들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도 짧았기에 소감문 작성은 후속 과제로 제시하고 수업을 마무리 했다. 그리고 1주일간 내가 사랑하는 계절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실천하도록 했다. 굳이 잔소리하지 않아도 오늘 수업 태도로 미루어볼 때 잘 실천할 것으로 짐작된다.
몇 년 전, 태국 겨울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수십명의 태국 학생들과 귀국을 했다. 기내에서부터 생전 처음 입어보는 파카를 신기해하며 인솔 교사의 설명을 듣는 그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겨울을 처음 맞이하는 그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그의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꾸준히 우리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보전해야겠다. 일단 눈앞의 페트병들부터 치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