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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표 Jun 17. 2023

Do you Know 'water foot-print'

물 발자국에 대해서 알고 계세요?

생태전환교육의 일환으로 '물 발자국'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물 발자국'이란 간단히 말해서 제품을 생산, 가공, 폐기하는 일련의 과정에 들어가는 모든 물의 총량을 발자국이란 용어로 수치화한 개념이다. 이 수업이 중요한 이유는 생각보다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물 발자국'이 굉장히 많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 즐겨 먹는 파스타 한 그릇에도 물이 200L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듣는 사람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이 수업은 학생들에게 다소 어려운 개념을 소개하는 것이기에 먼저 학생들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밸런스 게임'을 도입하기로 했다. 주어진 주제는 '만약 여러분에게 물 1L가 있다면, 당신의 선택은 A인가 또는 B인가?'이다. 선택 A는 '물 500ml로 라면 끓여 먹기 + 물 500ml로 머리만 감기'이고 선택 B는 '물 1000ml로 샤워하기 + 한 끼 굶기'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이 하나가 있다. 바로 1대 1로 토론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것이다. 이는 유대인들이 즐겨했던 '하브루타 양식'의 토의, 토론 방식을 차용했다. 학생들은 온전히 자신의 생각을 말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이를 통해 논리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방법을 체득할 수 있다.


주제가 재미있는지 교실 바닥이 아수라장이 된다. 그 와중에서도 학생들의 눈은 생기가 돌고 무언가 더 하나라도 얘기해서 나의 의견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선생님은 개입하지 않고 그저 관찰한다. 그리고 질문할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 의견을 모으기 위한 준비과정을 거친다. 눈 깜짝할 새 10분간의 1대 1 토론이 끝난다. 그리고 학생들의 의견을 하나하나 들어보며 칠판에 적고 생각을 모은다. 때때로 웃음이 오가고 탄성이 섞인다. 글씨는 엉망이고 방식은 다소 엉성할지라도 적어도 선생님과 학생이 집중한다. 이게 제일 중요한 포인트다. 나도 재미있고 학생들도 재미있어한다는 것.


그런 다음 자연스럽게 물 발자국에 대한 소개로 수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우리가 평소에 물 발자국을 얼마나 활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음식마다 발생하는 물 발자국을 조사하게 한다. 코로나로 인해 바뀐 일상 중 하나는 학교에 태블릿 PC가 넘친다는 것. 학생들에게 1인 1 태블릿을 제공하고 마음껏 검색하고 찾아보게 한다. 그리고 파파고 번역기를 통해 오늘 배운 주제를 영어로 번역할 수 있는지 여부도 알아본다. 교사는 크게 손 볼 것이 없다. 방법만 알려주고 학생들에게 간간이 들려오는 질문만 답해주면 된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음식들의 물 발자국 양을 알아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 방안에 대해 발표하게 한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도 좋다. 해결 방안을 생각해 낸다는 일련의 프로세스에만 집중한다. 그렇게 발표한 내용을 칠판에 적어 마인드 맵을 만든다. 학생들은 1주일 동안 각자의 생활 속에서 자신이 발표하거나 친구들이 발표한 물 발자국 방안 중 1개를 실천한다. 그 이후 그렇게 진행한 소감을 발표하고 생활 속에서 꾸준 물 발자국 감소 방안을 실천하리라 다짐한다.


단지 물 발자국 수업을 통해서 기후변화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한 사람들이 늘 그랬듯 학생들은 오늘 하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 발자국 내디딘 것이다. 다가올 미래가 두려워도 오늘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용기를 낸다면 우리 아이들 어쩜 더 대단한 일을 해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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