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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맞이 만두 공장 오픈

by 홍윤표

보통 만두는 설날에 빚습니다. 그러나 추석에도 할머니 집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만두를 빚던 추억이 있어 아이들에게도 그와 비슷한 것을 선사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마트에 가서 숙주나물, 간 고기, 두부, 만두피 등의 재료를 사서 세팅하였습니다. 원래 다진 마늘, 부추, 파 등을 가미하면 훨씬 더 맛이 풍성해지지만 아이들의 기호를 고려하여 향이 강하거나 매운 재료를 배제하였습니다. 대신에 간을 좀 싱겁게 하면 되니까요.

실은 만두소를 평소에 만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렸을 적에 만두소를 만두피에 넣은 적은 있어도 만두소를 직접 차려본 적이 없기에 인터넷을 검색하여 만들었죠. 뭐 그럴싸하지는 않습니다만 적어도 제가 만두소라고 알고 있는 형태와 비슷한 것의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만져보니 질감도 축축하거나 딱딱하지 않은 딱 적당한 부드러움과 냉기가 어려 있는 만두소가 만들어졌습니다. 아이들에게 검사를 받으니 아이들도 본인들이 알고 있는 만두소와 비슷했는지 별다른 민원(?)은 제기되지 않았고요.

그다음에 밀가루와 만두피, 따뜻한 물을 준비하여 본격적으로 만두를 빚을 채비를 갖춥니다. 아이들은 난생처음 가족과 함께 하는 만두 빚기에 시작부터 굉장히 들떠있었고요. 저도 마냥 어린아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들과 마주 앉아 어렸을 때의 저처럼 만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대견했습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밀가루 폭탄이 터지는 참사(?)도,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괴식의 발생도 일절 없이 아주 차분하고 매끄럽게 만두를 빚을 수 있었답니다. 비행기 모양, 퀘사디아 모양 등의 창의성이 한껏 가미된 작품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만두 빚기는 여느 때보다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찜기에 빚은 만두를 넣고 10여 분간 쪄 냈습니다. 만두의 모양은 가지각색이었지만 가루의 흔적이 남아있거나 특별히 속이 문드러져서 못 먹을 정도의 형태를 지닌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게 온 가족이 만두를 나누어 먹으며 추석 연휴 첫날을 아주 순조롭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간이 조금 싱겁긴 했지만 조미 간장을 찍어 먹으면 되고 남은 소에 제가 참 좋아라 하는 MSG를 살짝 더하면 고향의 깊은 맛이 날 것 같다는 품평도 할 수 있었고요. 무엇보다 가족끼리 무언가를 함께 해낼 수 있었다는 것에 깊은 의의를 두었습니다.

오랜만에 빚어 본 만두였지만 화목한 가족이 지속되길 기원하며 빚어서 그런지 제가 만든 만두는 겉보기에는 꽤 괜찮았습니다. 부족한 아빠이지만 그럭저럭 꽤 괜찮은 아빠일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습니다. 두 자식 상팔자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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