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 저물아가는 12월, 이제 막 50일이 넘어가는 아들은 부모와의 대화를 위해 열심히 애쓰던 시기였다. 2023년 오늘 우리 아들은 층간소음이 걱정될 정도로 뛰어다니고, 1부터 50까지 숫자를 세며, 먹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얘기할 정도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하지만 육아 2개월 차인 당시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지금의 모든 것이 요원하게 느껴질 정도로 막막했다. 누워서 우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는 요 핏덩이의 요구조건을 내 몸의 모든 신경 세포들을 동원해서 충족시켜야 했다. 결국 경우의 수를 총동원하여 하루하루 아들에게 즐거운 나날을 선사하기 위한 퍼즐을 맞춰 나갔던 것 같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아가가 우는 경우는 3가지이다. '배고플 때, 기저귀가 불편할 때, 졸릴 때'. 나는 이 당시 '똑게 육아' (1화 참고)를 바이블처럼 모시고 다녔기에 철저하게 '먹텀, 놀텀, 잠텀'을 기록해 가며 아들의 루틴을 공고히 하는데 주력했다. 다행히 우리 아들은 이 3가지의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80ml의 정량 분유를 꼬박꼬박 섭취하고 '놀텀 100분에 잠텀 1시간'이라는 공식을 나에게 선물해 주었다. 다시 말해 졸리면 1시간의 수면을 취하고 잠에서 깬 뒤 100분간 아빠랑 함께 놀았다는 이야기이다. '하루 종일 누워만 있는 아기랑 뭘 하고 놀지'라는 질문은 우선 '국민 육아템'들로 해결하기로 했다.
국민육아템 '피O프라이스 모빌'과 '역류방지쿠션'의 컬래버레이션
'육아는 아이템빨'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그냥 맨손으로 놀아주는 것보다 적재적소에 아이템들을 활용하니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때가 또 연말이라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특수를 노린 각종 육아템들의 할인 경쟁이 진행되던 시기였다. 육아 초보 단계였던지라 소비 요정이 고개를 번쩍 들어 무엇이든 다 사야 할 것만 같았던 나를 다행히도 와이프가 제지해 줬다. 그리하여 '아기체육관', '역류방지쿠션', '피O프라이스 모빌' 등 가장 널리 사용하는 아이템들만 활용하기로 합의를 보았고 이것들은 고스란히 둘째도 잘 사용한 후 당근마켓 거래로 다른 가정에 보냈다.
누구보다 목욕을 좋아하던 생후 2개월 째인 아들의 모습
지금은 전혀 걱정거리가 되지 않는 문제이지만 초보 육아 아빠에게 걱정거리를 안겨주었던 과제는 바로 잘 씻기는 것이었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재우는 것은 어느 정도 하겠는데 잘 씻기는 건 어떻게 하는 것일까라는 고민이 똬리를 틀던 시기. 장모님의 특훈을 받아 씻기는 순서와 특히 잘 씻겨줘야 하는 부분 등을 꼼꼼히 체크해서 아들이 즐겁게 목욕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2023년 요즘은 정말 안 씻으려고 하는 아들에게 당근과 채찍의 콤비네이션을 선사하지만 태어난 지 2개월 된 아기는 정말 씻는 걸 좋아하고 즐겼다. 물속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변했고 할 줄 아는 것이 손발짓 밖에 없었지만 누구보다 역동적인 몸짓을 선보였던 아들의 모습이 눈가에 선하다.
결국 둘이 먹을 건데 3인분이라 가정하고 차린 크리스마스 음식
그리고 2020년 12월 25일, 올해 크리스마스는 여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뜻깊은 날이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우리 부부에게 새 식구가 등장했으니 말이다. 셋이 맞는 첫 크리스마스이기에 우리 부부는 '크리스마스날 먹는 음식' 등을 검색해서 케이크도 사고 음식도 만들어 기념하기로 했다. 지금에서야 돌이켜 보면 우리 2명이서 먹을 건데 너무 오버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또 해보겠냐는 마음에, 연말인데 이 정도 분위기는 내야지 하는 마음에 즐겁게 준비했던 것 같다. (내 기억에 절반은 못 먹고 버린 것 같긴 하지만... )
우리 아들에겐 생에 첫 크리스마스, 우리 부부에겐 셋이 함께 하는 첫 크리스마스
그렇게 우리 가족만의 크리스마스 파티가 시작되었다. 집안 곳곳은 크리스마스 장식들과 화려한 조명들로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으며 우리 부부와 아들은 모자, 사슴뿔 장식, 루돌프 코 장식들을 갖추며 크리스마스를 만끽할 준비를 했다. 아들은 저 때 당시 머리에 무언가가 올려져 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으며 지금도 절대 모자를 쓰지 않는 한결같음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몹시 졸린 상태여서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울고불고 떼를 쓰는 상황. 우리는 사진만 잽싸게 찍고 약 2시간의 사투 끝에 무사히 아들을 침대에 눕혀 재우고 그렇게 '셋이 맞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종료했다. 그리고 증류주를 한두 잔 기울이면서 올 한 해 고생했고 내년에도 열심히 잘 살아보자는 멘트를 주고받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음식맛이 어땠는지, 케이크는 달콤했는지 모르겠으나 정확하게 기억이 나는 질문이 하나 있다.
'내가 이렇게 하는 게 제대로 된 육아가 맞나? 열심히는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잘하는 거 맞겠지?'
'그 해답은 2021년부터 다시 찾기로 하고 몇 시간 뒤 또 일어날 아가를 위해 우선 얼른 먹고 잡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