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7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부리나케 산부인과로 향했다. 예정일보다 2~3일 이른 시기이긴 하나 와이프가 오늘 아기를 낳을 것 같다고 해서 미리 싸 둔 조리원 물품들을 챙겨서 이동했다. 이동하는 와중에 동학년 부장님께 연락해서 오늘 원격수업을 다른 반과 합동으로 진행해야 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 심한 시기였기에 부부동반 조리원 입소가 불가하니 일단 복무는 나중에 달겠다는 말씀도 함께 말이다. 오전 11시부터 분만을 진행했는데 2~3시간 뒤, 탯줄이 아기 목을 감고 있어 제왕절개가 불가피하단다. 그렇게 수술이 진행되었고 불안, 초조, 긴장의 시간이 흐르던 찰나 오후 3시 3분, 우리 아들이 세상에 태어났다.
" 우리 아들, 엄마 아빠한테 와 줘서 고맙구나"
첫째 태어난 날 사진
아들은 손, 발가락 5개 모두 가진 3.42kg의 건강한 모습으로 신생아실에서 나와 마주했다. 순간 내가 이 경이로운 순간을 감히 만끽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감개무량한 순간이었다. 5분 남짓 마주하고 아들을 신생아실로 돌려보낸 뒤, 수술을 집도해 주신 의사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5분 동안 열심히 찍었던 동영상을 처가, 외가 식구들께 전송하여 잘 태어났다고 전달드렸다. 고생은 와이프가 했는데 고생했다는 메시지를 군 제대 이후로 제일 많이 들었던 순간이다. 머쓱함을 뒤로 한채 수납원 한분이 전달사항을 알려준다. 자연분만은 2~3일, 제왕절개는 5일 동안 보호자 동석이 가능하단다. 사전에 와이프와 계획해 둔 대로 1인실에서 5일간 부부가 함께 생활하도록 했다. 하루종일 아기 낳느라 고생한 와이프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별 탈없이 산모, 아이 모두 건강해서 그저 감사합니다라는 생각뿐이었다.
5일간 같이 병실에서 지킨 것은 딱 3가지이다. 식사 시간, 의사 선생님과의 미팅, 코로나 방역 수칙이 바로 그것이다. 그것을 꾸준히 지키고 실천하다 보니 쏜살같이 5일의 시간이 흘렀고 나는 그렇게 홀로 집에서 2주일간 출퇴근을 했다. 그땐 혼자 집에서 밥 먹고 출퇴근하고 잠자는 것이 생각보다 우울하고 쓸쓸하다고 생각했는데, 3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니 더욱더 열심히 내 시간을 보내지 않은 것이 다소 아쉽다고나 할까. 그렇게 시간이 지나 11월 13일, 우리 세 식구는 온전히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선물로 받아 설치한 신생아용 카시트에 아기를 싣고서 말이다.
신생아용 카시트에서 잠든 아들
그다음부터는 본격적인 육아가 시작되었다. 생전 타 본 적도 없는 분유 타기, 젖병과 젖꼭지 열탕 소독하기, 기저귀 갈아주기, 목욕시키기 등 해야 할 것은 너무 많았고 나는 아는 것이 너무 없었다. 그래서 선물로 받은 '똑게 육아'책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믿어 보기로 했다. 그야말로 '똑똑하고 게으르게' 육아하는 방법을 작가의 경험과 관련 지식이 잘 버무려 소개한 책이었다. '먹텀, 잠텀' 등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차근차근 읽었더니 이해도 쏙쏙 되고 잘 키워보고 싶은 욕심도 마구마구 샘 솟아났던 기억이다. 하루에 몇 ml씩 먹는지, 회당 수유하는 양은 어느 정도인지부터 시작해서 용변 보는 시간, 잠자는 시간과 깨는 시간을 꼼꼼하게 기록해서 아들에게 최적의 루틴을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부터 비로소 깨달았다.
아, 백일의 기적이라는 게 이래서 기적이라고 하는 거였구나
먹고 자는 시간에 대한 통제는 학창 시절과 군대 있을 때뿐, 그 외에는 너무도 자유롭게 나만의 시간을 향유했던 시절이 더 이상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니 숙면을 취할 수 없고, 일어날 때마다 기저귀 상황을 체크하고, 분유 먹은 지 시간이 꽤 되었구나 하면 새벽에 분유도 타서 먹였다. 그렇게 소화를 시키고 재우고 나면 언젠지 모르는 시간에 다시 잠자리에 들게 되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새벽 3시고, 4시고 도대체 언제 일어날지 감이 오지 않으니 처음 느껴보는 불안감과 막연함에 마주하며 고된 밤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육아 4년 차인 지금은 아가들이 자다 깨도 쳐다보지도 않고 토닥이면서 재우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유아용품 가게에 가면 배냇저고리를 예쁘게 전시해서 팔고 있길래, 배냇저고리를 많이 입히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키워보니 없어도 될 정도로 몇 번 안 입히게 되고 오히려 그냥 일반 내복이 활용도가 훨씬 높았다. 그리고 손톱을 보호해야 하는 손싸개도 필요하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막연하게 알고 있는 육아 지식은 실전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함을 깨달았다. 역시 직접 낳고 길러봐야 아는 것이구나. 그리고 생각보다 손목이 너무 아프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3~4kg 되는 아기를 계속 안아주고 있으니 손목보호대를 하지 않으면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다. 평소에 운동을 나름 열심히 해 왔는데 육아는 정말 너무나도 많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사했다.
정말이지 근 한 달 만에 나의 삶이 완전 통째로 바뀌었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준비해 뒀던 아기 침대에 정말로 우리 아들이 누워있고, 초점 책과 모빌 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고요하기만 했던 새벽이 아가의 울음소리로 가득 수놓아졌고,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다 보니 단출했던 부엌과 찬장은 분유포트, 젖병소독기, 신생아용 분유, 기저귀 등으로 맥시멈을 이루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가족의 탄생'이 아주 희미하게나마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며 아빠로서 내가 어떤 포지션을 취해서 육아를 담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꾸준히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