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외출 (21년 1월)

가족행사가 많은 1월 , 추위를 뚫고 외출을 감행하다

by 홍윤표

1월은 가족행사가 많다. 1월 초에 본가 아버지 생신과 내 생일이 있고 중순에 처제의 생일, 말일 즈음에 와이프의 생일이 있다. 이따금씩 장인어른의 음력 생신이 1월인 경우도 있고 설 연휴 기간이 1월에 함께 있을 때도 있다. 그래서 1주일에 하루 날을 잡아서 2,3개의 행사를 한꺼번에 몰아서 진행하는 편인데 올해는 새로운 게스트도 함께 한다. 바로 우리 첫째 아들이다. 생후 3개월 차에 접어든 우리 아들이 가족행사를 위해 강추위를 뚫고 화려한 외출을 강행한다.

선물받은 우주복이 아가에게 너무 크다

때마침 지인으로부터 출산 선물로 받은 우주복이 있어 아들에게 입혀보기로 했다.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했던 옷이 아기에겐 아직 너무 컸다. 마치 걸리버 앞 릴리풋을 보는 기분이었는데 비단 옷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며칠 전부터 분리 수면을 시도하기 위해 아들 방에 새로운 매트리스와 침구를 마련해 주었다. 그 위에 곤히 자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침구세트가 너무나 거대해 보이는 것이었다. 곧 있으면 백일이니 많이 컸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이렇게나 작고 소중할 줄이야.

매트리스와 이불이 이렇게 커 보이다니

본가를 방문할 때도, 처가댁을 방문할 때도 행사의 주인공은 당사자가 아닌 우리 아들이다. 모두들 사랑스러운 눈빛과 제스처로 새로 생긴 가족을 환대하지만, 정작 아들은 그러한 관심과 주목을 반기지 않았다. 불안해서 주변을 살피는 눈빛을 날렸고, 부모의 품을 더욱 격하게 파고들며 우는 아들의 모습은 지금도 선하다. 3년이 지난 지금은 먼저 버선발로 다가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는 귀여운 손주가 된 게 신기할 따름이다.

육아에 지친 우리 부부에게 장모님 밥상은 늘 큰 힘이 되었다

어딜 가나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진수성찬을 내어 주시고 생일 상에 빠질 수 없는 미역국도 출신지 특성에 맞게 정성스레 장만해 주셨다. 맛있는 음식을 즐겁게 먹기만 하면 되던 지난날들은 이젠 아름다운 추억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되었다. 왜냐하면 누군가는 아들을 케어하면서 밥을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육아의 세계에 발을 들인 때였기에 우리 부부는 모든 것에 서툴렀다. 그때마다 육아 선배이신 우리 엄마나 장모님이 아들을 챙겨주셨고, 그 덕에 우리는 잠깐이나마 육아에 해방감을 만끽하며 편하게 식사를 했다. 4년 차 육아대디인 지금 돌이켜봤을 때 그 당시를 회상해 보면 웃음이 났다.


누워만 있을 때가 천국이었구나
몸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고
내가 누군지 아니?

백일이 점점 가까워 오면서 아들의 인상도 제법 또렷해지고 몸에 솜털처럼 붙어있던 일명 '태지'들도 점점 자취를 감추었다. 아직 목에 힘이 없어 두 손으로 몸을 받칠 때마다 신경이 곤두서지만, 그래도 하루가 지나면 지날수록 폭풍 성장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전혀 관심도 없었던 육아프로그램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브라운관에 비치는 이른바 '육아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일찌감치 아이를 키운 그들의 모습이 존경스럽기도 했고 부럽기도 했다. 또한 그들이 아이들과 친근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며 '나도 아들이 크면 나중에 저렇게 재미있게 놀아줘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최소 4~5년은 지나야 시도해 볼 수 있는 일이었고 지금은 눈앞에 닥친 해프닝들을 처리하기에 급급했다. 그때 나 스스로에게 약속했던 다짐이 있다. 꾸준하되 급하지 않고 세심하지만 단단하게 육아하기로. 다시 말해 육아를 게을리하지 않되, 과도한 부담과 욕심을 자식에게 보이지 않겠다는 것. 또한 자식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꼼꼼히 파악해 제공하지만 나름의 기준과 규율은 지키겠다는 것이다. 3년이 지난 지금, 아직 나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이 약속들을 지키려고 애쓰고 있으며 다행히 내 아들, 딸들은 아빠를 믿고 따라준다.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잠자는 모습도 매우 사랑스러운 아들

시간이 흘러 우리 아들이 곧 백일이 될 때쯤, 사람들이 말하는 '백일의 기적'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백일이 지나면 아기가 정말 어른처럼 8시간 이상 통잠을 자고, 이가 조금씩 나기 시작하며, 보채는 빈도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백일 즈음 되면 조금씩 저러한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던데 우리 아들에게선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백일의 기적이 정말 오긴 올까? 설마 안 올 수도 있나?' 그렇게 육아대디의 1월은 저물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