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병실 생활 7
"모든 이는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법을 어린 시절을 통해 배울 필요가 있다.
외로워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혼자 있는 걸 지루해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과 함께 하는 걸 지루해하는 사람은
자존감 면에서 위기에 놓인 것이나 다름없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날마다 가족이 보호자로 오고 가는 어르신들은
심심해 죽겠는 표정이다.
TV 연속극 뽕짝에 심취해 계신 분
답답해 죽겠다며 복도를 돌고 도는 분
시간이 안 간다며 구시렁대는 분
빨리 나가고 싶다고 집에 가고 싶다고 하소연하는 분
한 분이 슬쩍 내 눈치를 보더니 TV 보고 싶은 거 있음 보라고 내게 리모컨을 건네주신다.
그래서 노트북을 보여주었다.
전 인터넷 하니까 TV 안 봐도 괜찮아요.
그랬더니 어르신 급화색이 편다.
무료함을 끌어안고 시간과 씨름하는 환자들.
환자 네 사람 눈동자 여덟 개가 TV 브라운관에 꽂혀 있다.
이들에 비하니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편안한 내가 오히려 이상한지도 모르겠다.
어쩌다 보니 이 병실에서 우습게도 나는 최연소 환자다.
평균 연령대가 적게는 예순. 많게는 일흔에서 여든 이상.
내 어머니를 떠올리는 어르신들이다.
그러다 보니 다들 날 더러 젊은 사람이 어쩌다가 쯧쯧 한다.
처음엔 저 젊지 않은데요 했지만 환자 바뀔 때마다 토 달기도 귀찮아서 그냥 웃는다.
우리의 영혼은 육체에 갇혀 있다.
내 영혼이 아무리 자유롭다고 한들
나이 드는 것 늙고 병들어가는 것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
그래도 가끔은 나이를 잊어버리는 게 좋다.
하고 싶은 걸 할 때
홀로 있을 때
하늘을 바라볼 때
사랑할 때
그 순간만큼은.
혼자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만끽하면서.
고양이 졸음 같은 오후.
햇살이 병실 안을 깃털처럼 날아오른다.
기적 같은 화사함이다.
빛이 속삭인다.
좋, 다.
그 순간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