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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단상

숨바꼭질 같은 인생

by 홍재희 Hong Jaehee




유년시절. 집 안 곳곳을 휘저으며 동생과 숨바꼭질을 했었다.

어린 시절. 동네 앞 골목길에서 학교 운동장에서 동무들과 숨바꼭질하는 재미에 해 떨어지는지도 몰랐다.

어디에 숨을까 어디로 가야 안 보일까 어디 숨었을까 반드시 찾고 말 거야.

숨으면 찾고 찾으면 또 숨는다. 숨 한 번 막고 숨 한 번 참고 숨 막질 숨, 바, 꼭, 질.

방문 뒤에 다락방에 장롱 안에 책상 밑에 항아리 속에 쓰레기통 뒤에 전봇대 뒤에 담벼락 사이에 버려진 집 대문 뒤에 아름드리나무 등걸 위에 교실에 강당에 음악실 커튼 뒤에 곳곳에 여기저기에.

세상은 온통 숨을 곳 천지였고 세상은 전부 찾아내야 할 보물 투성이었던 시절.

그 시절 그 아이에게는 생은 숨으면 찾고 찾으면 또 숨는 돌고 도는 바람개비.

시작이 끝이고 끝이 시작인 뫼비우스의 띠.

그래서 기뻐하고 그래서 즐거워한 생에 환호했던 그 아이는

어느덧 세월이 흘러 숨기에는 피로하고 찾기에도 지쳐버린 나이 든 어른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시간을 따라 멀리 흘러가버린 것은 나였을 뿐 삶도 사랑도 나이를 먹지 않았구나.

그 시절 그 자리에서 발자국과 기억을 남겨놓은 채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구나.


인생도 사랑도 숨바꼭질 같다.

찾으려 하면 눈앞에서 사라지고 잡았다 싶음 손아귀에서 빠져나간다.

어쩌면 사랑은 나보다도 더 자유로워지고 싶었는지도.

살다가 어느새인가 길을 잃고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어쩌면 인생은 발자국과 시간을 남겨놓고 저만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몰라.

우리는 모두 생 앞에 사랑 앞에 바보니까.

너무 쉽게 찾으면 너무 빨리 찾으면 소중한 줄 모르니까.

또다시 사라지는 게 사랑이고 인생이라는 걸 깨닫지 못할 테니까.

그러니 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꼭 꼭 숨어라.


- 문득 숨바꼭질을 하고 싶다. 삶과 사랑과. 동무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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