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가 없는 그녀들

히든 피겨스

by 설민

한계가 없는 그녀들

히든 피겨스

설민


영화를 보다 보면 가끔 드는 생각이 있다. 허구의 세계가 이러하다는 것은 실제로는 더 가혹할 수도 있을 거라는 추측이다.

최근 본 몇 편의 영화가 '인종차별'이나 '남녀차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풀어내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더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사실 이런 문제는 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뿌리 깊이 박힌 고질병처럼 현재에도 남아있다고 본다.

내가, 혹은 내 자녀가 이런 차별을 받는다면 억울할 것이다. 하지만 이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녀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멋지고 당당한 모습에 반하게 된다. 한계는 스스로 정한다. 다른 사람들이 지워주지 않는다.


KakaoTalk_20250404_074247791_01.jpg

영화 [히든 피겨스]는 1960년대 NASA에서 일한 세 명의 흑인 여성 수학자인 캐서린 존슨, 도로시 본, 메리 잭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이들이 인종과 성별 차별을 극복하며 NASA의 우주 프로젝트에 중요한 기여를 한 이야기를 다룬다.

‘히든 피겨스’라는 제목은 '숨겨진 숫자들' 혹은 '숨겨진 영웅들'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영화는 이들이 단순히 계산원이 아닌, 복잡한 수학 공식을 해결하고 우주 비행의 성공을 이끌어 낸 천재적인 능력을 지닌 인물들로 묘사한다.

캐서린 존슨은 궤도 계산을 통해 우주선의 안전한 비행을 지원했으며, 도로시 본은 프로그래밍 기술을 독학하여 팀의 리더로 성장했다. 메리 잭슨은 NASA의 첫 흑인 여성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법적 투쟁을 벌이며 자신의 꿈을 이룬다. 능력이 있음에도 법적으로 흑인 여성이 할 수 없는 일에 도전하며, 최초의 타이틀을 많이 가진 판사에게 메리 잭슨은 당당하게 말한다. 또 한 번 최초의 일을 하시라고.

이 영화는 차별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세상을 변화시킨 이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다양성과 포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미국과 러시아의 치열한 우주 개발 경쟁으로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던 시절, 천부적인 두뇌와 재능을 가진 그녀들이 NASA 최초의 우주 궤도 비행 프로젝트에 선발된다. 하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800m 떨어진 유색 인종 전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중요한 회의에 참석할 수 없으며, 공용 커피포트조차 용납되지 않는 따가운 시선에 점점 지쳐간다.

자꾸만 사무실을 비우는 캐서린에게 왜 찾을 때 자리에 없느냐며 화를 내는 상사에게 당당하게 맞선다. 하루에 두 번은 화장실에 가야겠다고. 이에 상사는 백인들만 사용하는 화장실 문패를 때려 부수며 말한다. 이 안에서는 다 똑같은 화장실이라고.

또 그녀의 능력을 알아보고 여성이고 흑인이라 참석할 수 없는 회의에 들어오게 하는 기회를 주는 장면 등이 감동적이다.

한편,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는 난항을 겪게 되고, 해결방법은 오직 하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수학 공식을 찾아내는 것뿐인데 캐서린이 방법을 찾는다.

도로시 본은 계산원의 일이 컴퓨터로 인해 사라질 것을 대비해 독학으로 프로그램을 공부하고 자신의 팀을 이끌고 당당히 전산실에 입성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실존 인물들. 여성보다는 남성이, 흑인보다는 백인이 우월하다고 생각했던 시대에 우주 산업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운 여성들의 이야기. 백인들의 차별과 멸시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면서 미국 우주선을 하늘로 쏘아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모습이 감격적이다.

천재성에는 인종이 없고, 강인함에는 남녀가 없으며, 용기에는 한계가 없다. 세계를 놀라게 한 그녀들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keyword
이전 15화슴슴한 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