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족
대가족
설민
가족의 의미가 어디까지일까?
가족의 사전적인 의미는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다.
대가 끊긴 [대가족]이라는 영화가 어떤 구성원으로 이루어졌는지 궁금하여 보게 되었다.
평양에서 잘 살았던 무옥은 6.25에 동생을 잃고, 함 씨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하는 사명을 가졌다. 만두 하나에 기대며 평생을 깐깐하게 살아온 그는 부를 이뤘고, 매일매일 속이 꽉 찬 만두를 만들며 장사를 시작하지만 정작 자신의 속은 허하게 비었다. 엄마의 죽음 이후 출가를 선언한 것이다. 대를 이으려는 그의 소망이 무너졌다. 출가한 스님에게 집안 제사에는 꼬박꼬박 참여하라는 조건으로 허락은 했지만, 무옥의 그 마음 끝에는 아들 함문석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다.
맛집 사장 무옥. 승려가 된 외아들 문석 때문에 마지막 함 씨 가문의 대가 끊겼다. 줄 서서 먹는 평만옥의 사장이 자신의 대에서 끊겨버릴 예정인 가문을 걱정하던 가운데 무옥의 생일날, 문석이 자신의 아빠라며 민석이와 민선이가 등장한다.
평생 최고의 생일 선물이라며 무옥은 기뻐하지만, 문석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니 문석이 의사가 되기 위해 학교생활을 할 때, 과거 여자친구 가연의 아버지에 의해 여러 차례 정자를 기증했던 게 화근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의과 대학교수이자 불임에 권위적인 의사였다. 가연과 사귄다는 이유로 강제적인 조치였기에 버거웠던 문석이 이때 정자기증을 하면 주는 돈으로 몇 번을 중국집 배달원에게 대신 부탁한다. 이름은 문석이가 한 정자기증이지만 그중에는 중국집 배달원의 것도 있다는 이야기. 이것이 업보가 되었다. 문석이 스님이 되었지만, 자식이 생긴 것이다.
갑자기 문석이 아버지라며 찾아온 아이들은 부모가 없었다. 정자기증으로 태어난 아이들을 키우던 엄마가 죽자, 법적 보호자인 삼촌이 아이들을 키울 수 없다며 보육원으로 보낸다. 어린 민석과 민선이는 서로 의지하며 지내는데 일이 생긴다. 민선이를 해외로 입양시킨다는 것이었다. 이 일로 민석이가 자신들의 아버지를 찾아 나선 것이다. (실제로는 그럴 수 없을 것 같지만) 민석이가 의사를 찾아가 아버지가 누군지 물어봤다는 게 당돌하면서도 얼마나 간절했으면 그 생각을 했을까 싶다.
무옥은 아이들이 보육원에서 지내므로, 유전자 검사를 해서 친자를 확인하고 데려오려고 하지만 일치하지 않았다. 중국집 배달원의 것이라는 사실을 안 문석이 죄책감을 느낀다. 대를 이을 손자, 손녀가 생겨서 기뻐하던 무옥. 그들에게 최선을 다해 먹을 것도 해주고, 옷도 사주고, 놀이동산도 가지만 결국에는 문석의 자식이 아니었던 것에 허탈해하지만, 벌써 정도 들고 키워주겠다고 약속을 한 터였다. 이때 총지배인으로 무옥의 곁을 지키던 정화의 말실수로 문석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민석과 민선이는 둘이 헤어지지 않기 위해 도망을 친다.
없어진 아이들을 찾으러 다니면서 무옥은 절박한 심정으로 정화에게 청혼한다. 결혼해야 입양할 수 있다고. 이후 해마다 아이들을 입양해 16명의 자식이 생긴 대가족이 된다.
문석이 출가한 이유가 어머니의 병을 자신이 고쳐주기 위해 의사가 되려고 했지만 더 그럴 수 없다는 허망함과 병원비와 장례비조차 아끼는 자린고비 같은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장례도 안 치르고 엄마가 죽은 날에도 만두 장사를 하는 아버지에게 염증을 느꼈다. 하지만 나중에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머니의 뜻이 시신 기부였다는 것을.
무옥은 무뚝뚝한 구두쇠이지만 속정이 깊은 전형적인 한국 아버지의 캐릭터다. 무옥과 정화의 중년 로맨스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 혈연보다 더 중요한 건 진심을 주고받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통과 혈연을 중요하게 여기던 꼰대 같은 인물인 무옥이 그 고정관념을 깨는 과정과 정화에게 청혼하는 모습이 진솔하게 느껴진다. 문석의 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이에 개의치 않는 무옥의 성품이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