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알코올중독자의 딸입니다.
40 퇴원을 준비합니다
술로 인해 알코올전문병원을 찾았던 2017년 이후 아빠는 4년 만에 두 번째 입원을 했다.
오늘은 아빠가 입원한지 348일째.
며칠 후면 꼬박 1년을 채우고 퇴원을 하게 된다. 그 사이에 아빠의 둘째 딸은 아빠없는 결혼식을 올렸고 아빠는 환갑생일을 병원에서 맞이했다.
알코올중독커뮤니티에서 누군가 정신병원에 아빠를 입원시킨 나에게 날 선 댓글을 달았었다. 그런곳에 있으면 멀정한 사람도 미쳐버린다고..아빠를 생각한다면 알코올전문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고.
나에게 이 선택이 아빠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설명하지 않았다. 중병에 걸린 가족을 위해 전국팔도를 뒤져 명의를 찾아내어 진료를 보게 하고 수술을 받게 하는 것처럼 알코올중독도 회복의 지름길이란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백하건데, 아빠의 퇴원을 생각하면서 범죄자를 둔 가족들의 심정이란 이런걸까 생각해봤다. 전과 17범쯤? 되는 가족이 출소를 앞두고 있다면 과연 반가울까? 두려울까? 나에게 아빠는 중범죄를 수차례 저지른 범죄자 들과 별반 다를것없는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과연 아빠는 얼마쯤이나 단주하며 버틸 수 있을까? 다시 폭음으로 식음을 전폐하고 무너지는데 얼마간의 시간이 걸릴까? 다음번 입원을 할 때에는 강제이송을 해야할지도 몰라. 아빠의 몸은 언제까지 견뎌낼 수 있을까?
사람들이 흔히 우리가 걱정하고 조바심내고 애태우는 일의 99퍼센트는 일어나지 않는다고들 말하는데 나에게 어김없이 일어나는 1퍼센트의 나쁜일들은 모두 아빠와 관련된 일들인 걸.
요동치는 마음을 부지런히 꽉 부여잡고,
쉼없이 속삭여본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아빠도 아빠의 인생을 살아야하니 어디 한 번 알코올중독자의 인생을 지켜보자고.
나는 내 인생을 살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