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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톤 Jul 19. 2024

엄마는 엄마 방을 지킬게

나는 나의 방을 지키기로 했다

임신을 하고 나서 우리 가족 구성원의 숫자는 둘에서 셋으로 바뀌었다. 순간 고민했다. 아기방을 만들어야 할까? 나의 대답은 간단했다. 아니! 물론 태어날 아기의 방도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 물론 언젠가 아이방을 만들어주겠지만 지금은 나의 방을 지키기로 했다.  




현재 살고 있는 곳은 결혼하고 나서 두 번째 집이다. 첫 번째 집도 지금 집도 방이 3개다. 용도를 구분하자면 안방, 옷방, 서재방이다. 서재방은 사실상 나의 방이다. 이전 집에서도 용도는 같았다. 결혼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나의 서재방은 늘 있었고 나만의 공간이 존재했다.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프리랜서로 나는 나만의 공간에서 작업을 해왔다.




서재방은 내가 좋아하는 책장에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이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단순히 책들이 나열된 곳만은 아니다. 그곳에서 요즘 나의 화두는 무엇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한다. 그리고 읽고 쓰게 만들어준다. 내가 무언가를 하고 싶게끔 만들어주는 곳이다. 나의 취향을 가꾸고 자아실현을 이루는 공간이다. 나를 나로서 있도록 만들어준다. 그래서 나는 나의 방을 지키기로 했다.




출산을 앞두거나 아기가 있는 엄마라면, 아이방을 어떻게 하면 예쁘게 꾸밀까 생각할 것이다. 물론 나도 태어날 아기방을 귀염뽀짝하게 꾸며주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 물론 아기가 성장하면서 공간의 필요성을 인지할 때가 되면 나의 방을 아이방으로 만들어줄 생각이다. 무작정 나의 방을 고집하겠다는 게 아니다. 물론 그때쯤 돼서 방이 4개인 곳으로 이사 가서 아이방, 나의 방을 각각 쓰는 게 최선이겠지만.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아이의 방을 만들어주고 나는 집 안에서 나만의 공간을 작게라도 만들 것이다. 1인용 책상과 의자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나의 방을 지키기로 했다.




아기가 태어나면 나의 라이프스타일은 확 바뀔 것이다. 양가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서 독박육아의 세계로 접어들게 된다. 혼자만의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거의 없다고 봐야겠지. 그래서 오히려 아이가 태어나는 시기가 다가올수록 미리 이 서재방을 다시 꾸며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에게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서재방을 다시 꾸밀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서재방을 꾸미는 데 진심이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서재방 인테리어를 끝내야 한다. 인테리어라고 해서 거창한 건 없고 할 수 있는 선에서 만들고 싶은 방을 만드는 것이다. 원하는 화이트 책상이 있었는데 운 좋게도 당근에서 2개 모두 구했다. 의자는 정말 오래 써서 가차 없이 새로 바꾸었다. 오렌지 색으로 바꾸었는데 요새 앉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우리 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거실에 있는 책장은 나의 방으로 데리고 왔다. 이렇게 나의 서재방은 새롭게 태어나는 중이다.




들어갈 때마다 기분 좋은 방이었으면 했다. 가끔씩 들어가더라도 아주 잠깐 있더라도 나의 방에 들어설 때마다 평온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이 방에 있다가 나오면 산책을 하고 나온 듯한 기분이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나의 서재방을 꾸미는데 진심이다.




나는 나의 방을 지키기로 했다. 엄마가 되어서도 지금처럼 나로서 잘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독박육아로 잠깐도 시간을 내어 들어가지 못한다고 해도 내 공간이 있다는 그 자체가 나에겐 쉼이다. 그리고 육아로 힘든 날엔 엄마로서의 마음도 같이 돌볼 것이다. 마음대로 되지 않은 날엔 엉망진창 감정을 쏟아내는 일기도 쓸 것이다. 나로서도 엄마로서의 인생도 잘 챙길 것이다. 그러려면 나의 공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랬을 때 행복한 글들도 수없이 쌓이겠지.




나의 방에서 뽀송이 엄마로서도 나의 인생도 차곡차곡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나의 방을 지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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