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인톤 Sep 27. 2024

내게 무해한 물건들과 함께 할 것

나는 나에게 무해한 물건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 나의 생활양식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것, 나의 심플한 취향을 닮은 것, 나를 보다 잘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쓰면서 마음이 편안한 것, 계속 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아끼면서 쓰고 싶어지는 것, 직관적으로 아주 마음이 가는 것,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것, 아름다운 것. 이런 무해한 물건들과 같이 지내고 싶다. 




나는 왜 무해한 물건들과 함께 하고 싶어 졌을까. 답을 알고 있다. 일상을 잘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매일 더 나은 일상을 보내며 건강한 삶의 양식을 만들어나가고 싶다. 평소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생각하다가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지향하는 삶이 조금씩 바로 서게 되었는데, 그 지점부터 내가 원하는 삶의 양식을 건강하게 지키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이 생각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나의 일상을 도와줄 수 있는 도구인, 물건의 영역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읽으면서 쓰면서 나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바로 서는 과정을 지나온 후에야 그제야 그 삶의 양식을 도와줄 수 있는 물건으로 올 수 있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는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어떻게 살고 싶은지 답할 수 있었을 때 그 도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수많은 물건 가운데서 나에게 무해한 물건은 그때서야 나의 눈에 보인 것이다. 나는 단정하고 심플한 삶의 양식이 좋다. 간결함에 오는 해방감이 참 좋다. 내게 무해한 물건들은 정신적으로 편안함을 주는 것, 심플한 생활방식을 더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이다. 나를 알아가며 이런 결의 편안함이 내게 무해한 물건이란 걸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나의 생활방식과 어울리는 물건을 안다는 것 

내가 물건을 소유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나의 생활방식이다. 어떤 물건이 나의 단정한 삶의 양식과 조화로울 수 있는지가 기준점이다.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어떤 형태로든 조화로울 수 있는지 그려본다. 집안에 데려와도 기분 좋은 가벼움을 유지할 수 있는지 생각한다.




나의 생활방식과 어울리는 물건을 알고 있는 일은 나를 유혹에서 멀어지게 했다. 나에게 무해한 물건을 알고 난 후부터 물건을 잘 들이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큰 물건을 들일 때는 더 신중하게 생각한다. 일단은 장바구니에 넣어둔다. 한참 기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라면 과감하게 장바구니에서 삭제했다. 안사길 다행이라고 안도했고 사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예뻐 보이는 것에도 유혹에 덜 흔들린다. 그 자리에서 눈에 담거나 사진으로 남긴다. 집에 데려온들 그 물건은 나와 같은 공간에서 조화롭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덕분이다. 물론 정말 예뻐서 눈이 가는 것들도 있다. 다만 나의 생활방식을 생각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마음을 빼앗는 정도일 때, 구매한다.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면 예술작품처럼 느껴져서 그 자체로 소유할만한 소장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소비의 틈은 늘 열어놓고 있다.  




곁에 두어야 할 도구를 인지한 다음부터는 나에게 필요한 물건 하나로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많은 물건을 지고 살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아, 무소유자는 아니다. 나에게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만큼 많은 물건이 아닌 나에게 가치 있는 하나의 물건이 더 충분하다는 의미이다. 많은 물건이 나에게 행복감을 주는 게 아니라 무해한 물건과 함께할 때 내가 나에게 무해할 수 있었으니까. 




나에게 무해한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일은 물건으로 인해 생기는 많은 문제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새로 나오거나 좋아 보이는 물건 앞에서 오래 서성이지 않게 되었다. 사지 못해 불안하거나 우울한 기분은 그 순간 강하게만 강하게 느끼는 찰나의 감정이라고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 잠깐의 거짓감정에 빠져 그 물건을 구매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한 발자국 떨어져 생각하면 그런 방식으로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이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사실은 물건에게서 나를 해방시켜 준다는 것을 알고 있는 중이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를 먼저 들여다볼 것 

나에게 가치 있는 물건을 소유하기 위해서 나는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보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이 물건을 왜 좋아하는지, 왜 사고 싶은지 알고 있어야 했다. 이런 질문은 나의 삶의 방식과 관련된 것들이다. 추구하는 삶의 방식은 내가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지 바로 섰을 때 간결하게 답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질문하고 답을 하고 나니 나의 소비 구매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다. 좋아 보이는 게 예뻐 보이지 않고 나에게 정말 가치 있는 물건이 예뻐 보였다. 점점 더 내게 무해한 물건과 함께 하고 싶어졌다. 




나에게 무해한 물건이 무엇인지 알게 된 덕분에 내게 생긴 가장 좋은 변화는 욕망 해소이다. 내게 무해한 물건은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욕망을 풀어주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삶의 양식 안에서 제대로 욕망을 펼쳐나갈 수 있게 해 주었다. 그 물건들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되었고 시간을 더 잘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맞는 무해한 물건을 알고 있다. 나는 단정한 삶의 양식과 조화로운 물건과 있을 때 잘 살고 있다는 기쁨을 느낀다. 덕분에 심플한 삶의 방식 안에서 나의 욕망을 풀어나가는 중이다. 그래서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보다는 내가 정말 원하는 하나, 그 하나를 들일 때가 훨씬 더 기쁘다. 그 하나는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하나를 가졌을 때 행복하다. 욕망을 잘 풀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만족감이 커지는 것 같다. 




만약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그리고 그 삶을 위해 어떤 물건을 곁에 두어야 하는지 몰랐다면 원하지 않은 삶의 방식 안에서 욕망을 풀어내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삶이 아닌, 좋아 보이는 삶을 위한 물건에 욕망을 풀어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제껏 소비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예쁜 물건을 집에 차곡차곡 쌓아둔다고, 많은 물건을 소유한다고 내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이전에는 알면서도 좋아 보이는 물건을 계속 들이는 모순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나에게 무해한 물건을 알아보는 안목이 없었으니까. 그전에 앞서 그 도구를 알아보지 못하는 이유 역시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잘 알지 못했으니까. 만약 누군가 지금 나의 생활양식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물건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물건에 대해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들여다보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내게 무해한 물건들과 함께 할 것

모든 것을 최선의 것으로 선택할 수 없겠지만 차선책으로 원하는 삶과 가장 닮은 결의 물건들을 옆에 두려고 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물건으로 모든 것을 완전한 무해함으로 무장시킬 수 있는 완벽한 타이밍은 없다. 하나하나 무해한 것들로 나의 공간을 채워가며 변화를 느끼는 일도 꽤 흥미롭다. 



나는 지금도 물건으로 둘러싸여 있다. 나에게 어떤 식으로든 크게 작게 영향을 주는 것들이다. 날씨에도 사람에도 음식에도 영향을 받는 것처럼 늘 쓰고 있는 물건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니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무해한 물건을 옆에 들이는 노력은 아깝지가 없다. 나에게 무해한 물건과 함께 할 때 나의 공간에서 어떤 것에도 자주 긍정할 수 있다. 그래서 무해한 물건과 계속 함께 하고 싶다. 나와 생활방식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무해한 물건과 함께하면서 나는 계속 좋아지고 있는 중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