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84일 동안 실패해도 괜찮아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이 한 말이다. 84일 동안 고기를 잡지 못한 노인은 85일째 되는 날, 다시 바다로 나간다. 그리고 거대한 청새치를 낚는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 상어 떼의 습격으로 고기는 뼈만 남는다. 결과만 보면 완벽한 실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이긴 사람처럼 보였다.
바다에서 매 순간에 집중한 그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가 매 순간에 집중하는 모습 앞에서 목표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런 생각을 들게 했다. 나라면 그 상황에서 저렇게까지 싸워낼 수 있었을까.
실패를 실패라고 부르지 않는 사람
어떤 사람들은 실패를 기록하지 않는다. 그저 다음 날을 산다. 노인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었으니까.
자신의 인생을 사는 사람에게 목표는 전부가 아니다. 노인에게 바다는 목적지가 아니라 집이었다. 고기를 잡은 순간만이 그의 인생이 아니었다. 고기를 잡지 못한 84일도, 상어 떼에게 고기를 빼앗긴 시간도 모두 그의 인생이었다.
노인은 패배하지 않았다. 애초에 싸우고 있지 않았으니까. 노인이 바다 세계를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물었다. 나는 실패 앞에서도 매 순간에 집중할 수 있을까.
나에게 바다는 무엇일까
노인을 떠올리며 생각해 보았다. 노인은 바다라는 세계에서 매일 자신을 단련해 왔다. 나에게 바다 같은 존재는 무엇일까. 나는 글쓰기를 떠올렸다.
문득 매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매일 할 수 있는 것은 좋아하는 것뿐이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글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쓰고 있다.
하지만 발행하지 못한 글들이 쌓인다. 84일 동안 고기를 잡지 못한 노인처럼. 노인이 84일 동안 고기를 잡지 못했어도 다음 날이면 바다로 나가는 것처럼, 나도 앞으로도 매일 그래야 할 텐데. 그래서 생각했다. '노인이 나의 세계에 들어왔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노인에게는 오직 오늘만 있었다
노인은 늘 현재를 산다. 노인에게 과거는 없었다. 미래도 없었다. 오직 지금 이 파도, 이 바람만 있었다. 그에게는 현재만이 존재했다. 노인은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 사람처럼 움직였고, 그 덕분에 과거의 실패에 절망하지도, 미래의 불확실성에 흔들리지도 않았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현재를 사는 노인은 눈앞의 '여기, 지금'에 온 힘을 쏟을 수 있었다. 그래서 실패하는 순간에도, 그는 거기 있었다. 지금 보면, 그것들은 그냥 시간이었다. 그렇게 이어진 시간들이 인생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나도 그렇게 쓰고 싶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처럼. 그러면 습작도 습작이 아니게 된다. 쓴 시간 자체가 인생이니까. 노인은 증명했다. 인생은 결과가 아니라 시간이라는 것을. 실패도 그냥 하루였다. 마치 그 여정들의 총합이 곧 인생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과정이 그에게는 인생 그 자체였다.
목표와 과정 사이에서
노인의 삶의 양식을 보면서 목표와 과정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매일 계속 쓸 수 있을까.
목표에 대해 생각했다. 목표는 순간이고, 과정은 시간이었다. 오래 쓰려면 쓰는 시간을 좋아해야 한다.
글을 쓰면서 이상을 실현하려면 늘 좋은 기분일 순 없겠지만, 지금 쓰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목표만 보는 습관을 내려놓고, 쓰는 시간 속에서 가끔 웃고 싶다. 마지막 날에도 바다로 나가는 노인처럼, 나도 마지막 날에 쓰고 있으면 좋겠다. 그때 가봐야 알겠지만.
오늘 써야 내일도 쓸 수 있으니까
쓰기 싫은 날에는 노인을 떠올린다. 85일째도 바다로 나간 사람. 오늘 써야 내일도 쓸 수 있다. 어제 썼으니까 오늘도 쓸 수 있다. 잘 안 써지는 날에도 쓴다. 실패를 지나가는 방법은 그냥 계속 가는 것이니까. 지운 글도 쓴 시간이다. 멀리서 보면 다 똑같은 하루다. 노인이 그렇게 가르쳐줬다.
노인이 얻은 것
노인은 두 가지를 얻었다. 첫 번째는 스스로를 작게 여기지 않는 것. 매일 바다로 나가는 사람은 작아지지 않는다. 작지 않은 사람은 무엇과도 싸울 수 있다. 두 번째는 자신의 인생을 산 것. 실패하는 날도 그날을 살았기 때문이다. 나도 매일 바다로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