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인톤 Sep 22. 2024

하루는 망쳐도, 나의 기분은 망하지 않게 하는 법

잠들 때 오늘 할 일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면 뿌듯했다. 오늘 하루 시간을 잘 보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은은한 향기가 나는 뽀송뽀송한 이불을 덮고 자는 날처럼 푹 잠에 들었다. 반대로 오늘 하루 뭐 했나 싶은 생각이 들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시간을 헛되이 보낸 것만 같았으니까. 거기다 오늘 있었던 잘 풀리지 않은 사건까지 떠오르면 오늘 하루 아주 망친 것만 같았다. 맞지 않는 목베개를 베고 자는 듯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그 상태로 잠에 들면 오염된 기분이 무의식에 흘러가 꿈에서까지 괴로워했다. 




내 기분은 혼자서 힘을 쓸 수 없는 걸까? 그날 하루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에 따라 내 기분은 늘 따라갈 수밖에 없는 건가? 하루를 온전히 잘 보내지 못하면 내 기분도 그렇게 엉망이 되어야 할까. 나의 대답은 심플했다. 절대 그럴 순 없지. 하루는 망해도 내 기분까지 망치게 둘 수는 없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충만하게 보낼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생각지도 못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게 일상이다. 작고 사소한 일부터 시작해서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일까지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른다. 이렇게 예기치 않은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내 기분도 따라다닐 수만은 없다. 나는 여러 도구들을 시험해 보면서 나만의 방법을 찾았고 실제 내 삶에 적용하면서 지금도 도움을 받고 있다. 




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바로 나의 작은 루틴을 소중하게 지키는 것이다. 이 기본적인 것이 사람을, 나를 구원해준다. 작은 루틴을 꾸준히 하는 것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겠지만 나는 이보다 중요한 것은 왜 그 루틴을 지켜야하는지를 근원적으로 알고 있어야 그 가치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방법을 알고 있는 것보다 어떤 마인드로 그 방법을 해야 하는지 인지하고 있어야 꾸준히 행동할 수 있다. 그래서 방법이나 도구보다는 왜 그 방법을 해야하는지 그 마음에 대해서 알았으면 좋겠다. 방법은 알고 나서도 행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마음이 전해지면 깨달음을 통해 스스로 하게 되는 기적이 일어나는 법이니까.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 생각을 글로 풀어내고 싶은데.. 열심히는 쓰고 있다 ㅎ 




하루는 망쳐도 기분은 챙길 수 있었던 방법으로 돌아와 다시 말하자면, 나는 매일 꼭 해야 하는 '의식'이라고 생각하고 '아주 작은 루틴'을 수행했다. 루틴을 마치고 나면 '오늘 할 일은 다 한 거다!' 하고 마음속으로 나에게 말했다. 여기서 핵심은 오늘 할 일은 다했다는 생각을 하루 내내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생각을 놓치지 않고 하루를 보냈다. 그 결과 요즘의 나는 하루는 망했어도 기분까지 완전히 망친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는다. 하루가 어땠어도 나의 기분은 챙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그 일들이 내 기분까지 영향을 크게 줄 수 없도록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하루를 망쳤는데 어떻게 내 기분은 지킬 수 있었을까? 그건 생각하기 나름이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오늘 꼭 해야 하는 그 루틴만 지켰다면 남은 하루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더라도 '할 일은 다 했다'는 생각 덕분에 진짜 하루를 망친 건 아닌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 사실을 뇌가 인지하게끔 만들었다. 그랬떠니 정말 내 기분도 이 생각을 따라가는 듯했다. 하루 중 안 좋은 일이 있어더라도 마음속에 '그래도 오늘 꼭 해야 하는 일은 했잖아'라는 생각이 들면서 하루를 전부 망친 건 아니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게 되었다. 하루는 망쳤어도 기분까지 완전히 망칠 수 없게 된 이유이다.  




하루 중 꼭 해야 하는 루틴을 정할 때, 아주 작게 시작했다. 꾸준히 하려면 그래야 했다. 이불 개기처럼 1분 안에 끝낼 수 있고 쉽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부터 했다. 계속하는 게 중요했다. 그렇게 1분에서 5분으로 시간을 조금씩 늘려 나갈 수 있는 것들을 매일 했다. 루틴을 끝낸 후에는 '오늘 꼭 해야 하는 일은 다했다'는 생각을 하루 내내 인지하려고 했다. 




조금씩 루틴의 반경을 넓혀 요즘에는 요가 + 명상 + 글쓰기를 한 세트로 만들어 꼭 해야 하는 의식으로 만들었다. 이 한 세트를 마치고 나면 여전히 '오늘 할 일은 다했네!'라고 마음속으로 말한다. 루틴의 내용과 시간이 조금 늘어났을 뿐 과정은 똑같다. 꼭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오늘 할 일은 다했다는 생각을 하루 내내 인지하는 것이다. 이 의식들은 어느 순간부터 오늘 일어난 일에 영향을 덜 받고 내 기분을 늘 챙길 수 있게 도와주었다. 내 기분이 회복탄련성이 천천히 높아지고 있었다. 




시간은 오전에 하는 게 좋았다. 실제로 이른 시간에 나의 의식을 마치고 나면 좋은 점이 있다. 남은 하루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내 기분을 완전히 망칠 수 없는 짱짱한 보험을 든 채로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 오늘 할 일은 다했다는 생각 덕분에 지금 이 시간부터 저녁까지 일어나는 일들은 하나의 이벤트처럼 여기게 되었다. 좋은 일이 일어나면 럭키 데이라고 여겼고 나쁜 일이 일어나면 '그래도 오늘 꼭 해야 하는 일은 했잖아!'라는 생각으로 괜찮은 기분을 다시 데려올 수 있었다. 




'오늘도 할 일 다 했다'는 생각은 회복력이 꽤 높았다. 만약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면 잘 풀리지 않은 일이 내 기분까지 오염시켜 난 그곳에 하루 내내 침전되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그래도 할 일은 다 했잖아?'라는 생각 덕분에 기분이 완전히 오염되지 않는다. 어떤 사건에 침몰되더라도 빠져나올 수 있다. 





이런.. 늦잠을 잤다. 나의 의식 세트를 해야 하는 시간이 한참 지나서 일어났다. 어쩔 수 없이 루틴을 건너뛰고 일을 시작했다. 아뿔싸! 일도 잘 안 풀린다. 오늘은 정말이지 되는 일이 없다. 진짜 하루를 망친 것 같다. 터덜터덜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뒤늦게라도 요가와 명상을 했다. 자기 전에 꼭 해야 하는 것으로 정해놓았던 루틴을 하고 나니 조금씩 기분이 회복되었다. 오늘 하루 망했는데 그래도 할 일은 했네라는 생각이 든 덕분이다. 이 의식들이 나를 구원해 주었다. 땡쓰.  



나는 사람이다. 너무 바빠서 정신없어서 힘이 없어서 자기 전에도 나의 루틴을 못하는 날도 있겠다.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 날엔 어쩔 수 없다. 그냥 어쩔 수 없는 거다. '오늘 하루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뭐' 하고 가볍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일부터 다시 루틴을 수행하면 되는 거니까. 오늘 하루 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빠져 죄책감은 갖지 않기로 했다. 하루 망쳤다고 기분 망쳤다고 인생 망한 게 아니니까. 내일부터 루틴을 챙기면 다시 마음의 평화로움을 되찾아올 수 있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된다.  





노력하고 있다. 꾸준히 하면서 매일 하는 의식들의 반경을 넓힐 수 있었다. 계속해서 나의 루틴 반경을 다양하게 넓혀가고 싶다. 그런 날이 오면 '오늘 일은 다했다'는 생각을 너머 '오늘 하루 정말 충만하게 보냈다'는 기분이 들겠지. 자연스럽게 기분 좋음을 유지하고 있겠지. 그런 날을 위해 오늘도 쉽지 않지만 노력 중이다. 그래서 오늘도 글쓰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예! 오늘 할 일도 다했다!' 이렇게 생각하니 오늘도 내 기분을 챙길 수 있을 듯 하다. 정말 그렇게 되고 있는 중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