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 오기 전, 이것저것 검색을 하다 피나클스 사막을 알게 되었다. 퍼스에서는 차로 3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인데 사막에서 밤에 별을 보는 투어가 있었다. 아직 쏟아지는 별을 본 적도, 사막을 가본 적도 없는 나에게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어학원에서 같이 피나클스에 갈 친구를 찾아 수업을 반나절을 째고, 밤늦게 집에 도착하는 무리한 일정을 추진했다. 별을 보러 사막에 가기 전에 몇 곳을 들렀는데 그중에 샌드보딩을 하려고 간 하얀 모레 사막이 기억에 남는다.
Beacon Rd, Lancelin WA 6044 오스트레일리아
사막 모레 위에서 보드를 타다니!
영화에서나 보던, 꿈에서나 할 수 있었던 일을 직접 하며 눈앞에 펼쳐지니 얼떨떨했다. 뜨거운 태양 빛을 곧바로 받는 사막은 상상 이상으로 눈이 부시다. 한 발씩 내딛으면 푹푹 꺼지는 감각도 생소하다. 투어 장소라 사막 여기저기 사람들이 점처럼 보인다. 일상에서는 사람이 작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내가 키가 작은 탓도 있겠지만, 길을 걷고 고작 몇 미터 떨어진 곳정도로 시야가 제한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길이 꺾이고, 상가에 막히고, 아파트에 가리고. 하지만 여기서는 눈에 방해되는 것들 없이 끝없는 사막이 펼쳐진다. 사막에서 사람은 정말 작아 보였다.
곳곳에 있는 모레 언덕 가운데 하나를 잡아 보드를 탔다. 보드 위에 앉아서 탔으니 썰매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어렸을 때 눈 위에서 탔던 썰매보다 빠르다. 내려가면서 속도가 붙어 무서울 때는 두 손을 모레에 넣어 짚으며 스르륵 내려갔다. 타고 내려오는 건 금방인데 다시 언덕으로 오르는 과정이 버겁다. 모레가 나를 쭉 잡아당기는 느낌.
오스트레일리아 6521 Western Australia
이동하며 저녁시간에 이르러 별을 볼 자리를 잡았다. 저녁으로 핫도그를 준비해 주시는데, 소시지도 두 종류, 야채도 푸짐하니 맛있었다. 투어 예약 전에 이 날 구름이 많이 껴서 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역시 구름이 자욱했다. 많은 별을 보고 싶었던 목적이 컸던 터라 아쉬웠다. 별은 나랑 뭐가 없는가, 시골을 가도 항상 흐렸던 것 같아.
아무튼, 사막 한가운데서 꽤 긴 시간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이럴 때 쓰는 단어가 경외감이 아닐까. 광활한 자연 아래 내가 너무 작게 느껴지고, 하늘은 시시각각 바뀌고, 자연이 새삼 크게 느껴졌다. 내가 보고 듣는 것, 살고 있는 세상이 전부가 아님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새벽에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긴장이 풀리면서 노곤함이 배가 되었다. 퍼스를 떠날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퍼스를 다녀 온지 일년이 다 되어 가는데 다시 한번 떠나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