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The discovery: 퍼스, 한달을 끝맺으며

오롯이 나에게 집중한 시간

by 또랑

퍼스에서의 생활은 나에게 꽤 큰 도전이었다.


나는 자취 경험이 없다. 대학교 4학년 때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잠깐 기숙사에 있었던 것이 전부이다. 이런 내가 스스로 해외에 혼자 지낼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교사의 꿈을 품고 들어간 대학이지만, 교대에 진학해서 같은 목표를 가진 친구들과 제한된 과목을 공부하는 환경이 한편으로 답답했다. 또 교대의 특성상 여러 과목을 얕게 공부하는 데, 그 점 또한 나는 아쉬웠다. 그 와중에 자기만의 길을 찾아 이것저것 새로운 경험을 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소수였고, 나는 그만큼의 용기가 없었다.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어디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이렇게 학부생활을 마치면 임용고시를 치고 선생님이 되는 것은 분명했다.



그렇게 교사가 되었지만 나의 마음 한 구석에 있던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 '한 분야의 전문성'에 대한 갈망이 남아있었다. 교사로서 첫 해는 적응을 하며 보냈다. 선생님은 이런 일을 하는구나, 요즘 아이들은 이렇구나 생각하며. 그리고 학교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은 (좋은 말로) 정말 다채로웠다. 성격이 적당히 사교적이고 집단에 잘 융화되며, 공부를 곧잘 해서 학교생활에 크게 어려움이 없었던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학생들이 더러 있었다. 또 나는 소질이 없는 그림, 체육에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들도 있었고, 각각의 개성을 가진 아이들을 각자의 방향으로 이끌어 주기에는 내가 살아온 세상과 시야가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로 둘째 해를 맞이하며 이런저런 생각이 커졌고,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기에 이른다. 좋아하는 음악과 영어 중에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조금 더 쓸모가 있을 것 같은 영어를 다시 공부하게 되었다. 특히 Conversation Analysis 대화분석 분야를 접하고 논문을 준비하며 언어는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라 그 문화가 담겨있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 예를 들면, 우리는 '완벽한'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영어권에서는 어떤 스케줄을 정하다가도 '좋아, 그렇게 하자'라는 의미로 'perfect!'를 쓴다. 또, 우리는 일상에서 '사랑스럽다'를 남발하는 것은 어딘가 이상하고 오글거리다고 느끼지만, 영어권에서는 (주로 영국식, 나이가 지긋한 여성) 수업을 하다가 학생의 정답에 대한 칭찬으로 'lovely'라는 단어를 일상적으로 쓰기도 한다.



이렇게 영어라는 언어와 호주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내가 살아온 익숙한 방식만이 정답이 아니며, 다른 방법과 길이 있음을 몸소 알게 되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 수도, 편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 불편했던 것이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아직은 잘 모르지만 나에게 어울리고 잘 맞는 또 다른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퍼스에서의 경험이 나의 고정관념 벽들이 조금씩 허물어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주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맞닥뜨렸을 때도 '그럴 수도 있겠다.'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고, 나에게 남은 과업은 '결혼'과 '출산' 뿐이라고 여기던 것도 흐릿해졌다. 나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남은 인생을 살고 싶다. 또 내가 한 경험들과 지식들을 나누어 앞으로 만나게들 아이들이 각자만의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면 더 행복할 것 같다.



한 달간 함께 한 꼬질이 강아지
홈스테이 가족들에게 선물한 떡볶이와 라면
어학원에서 BBQ 파티


궁금한 점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제가 아는 만큼 알려드릴게요. 날은 춥지만, 따뜻한 저녁 보내세요!

지금까지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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