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믿지 마세요.

아니, 왜 저래?

by 담하

나는 사람 간의 관계가 늘 어려웠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었기에,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했지만 미움과 실망으로 끝나는 관계가 많았다. 그런데 누군가 그러더라.


'사람을 믿지 마.'


사람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은 원래 불완전한 존재이니 무언가를 바라기 보다는 내가 먼저 잘해주고 아껴줘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오만하게도 사람이라면 응당 해야한다는 기준들을 세워놓고, 그 기준에 벗어났을 때 상대방에 대한 실망감을 감출 수 없어 했다. '아니 왜 굳이 저렇게 행동하지?', '저 위치의 사람이라면 그렇게 행동하면 안되지 않나?'하는 생각들로 가득차서 그 사람 행동 하나하나를 신경쓰며 결국 그 사람이 왜 좋지 않은 사람인가에 대한 이유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그리고 계획대로(?) 미워했고, 거리를 두었다.


차라리 미워하는 것에서 끝났어야 했는데. 그렇게 누군가와 거리감을 두는 일이 생길때면 '나는 결국 사람들하고 제대로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인가,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한 사람인가, 평생 외로울 수 밖에 없는가.'하는 생각이들어 불안하고 괴로웠다. 굉장히 모순적이다. 상대가 좋지 않은 사람 같다고 거리를 둘 땐 언제고, 자책과 자기연민이라니. 내 일생의 사람 간의 관계는 항상 '이런 식'의 반복이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믿고 애정을 주다가, 결국 실망하고 미워하게 되고 나만의 벽을 세우고 멀어지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 좋아하고 또 실망하고 하는 식의 일을 반복했다.


이건 '나'자신과의 관계에서도 빗겨갈 수 없는 문제였다. 어쩌면 자신한테는 너그러울 수 있었음에도 나는 나에게 조차 엄격했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제 몫은 해내고, 악하지 않고, 사람들과 적당히 잘 어울리고,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내가 생각하는 사람으로서의 도리와 기준을 세워놓고 병적으로 그것을 지키려 애썼다. 그러다 내 생각과 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이 불쑥 튀어나 올 때면, 스스로 자책했고 실수했던 그 순간을 오랫동안 곱씹으며 민망해하고 죄책감을 가졌다. 자신에게 기대했던 부분이 실망으로 끝나는 일이 많다보니 자존감은 늘 바닥이었다. 그런데,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니 믿지 마. 사람은 믿어야할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아껴줘야 하는 존재야."


라는 말을 들으니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나를 포함한 세상 사람 모두가 너무나도 불완전한 존재이다. 그렇다면 굳이 '왜?'라는 의문을 품을 필요가 있을까? '저 사람 대체 왜저래?', '굳이 왜 저렇게 까지 하지?', '그렇게 하면 안되는데 왜 저렇게 뻔뻔하지?'하는 무수한 '왜'라는 질문들이 사실상 무의미했던 것이다. 그건 그냥 사람이니까 당연히 완전하지 않았던 거였고, 그래서 어쩔 수 없는 거였다. 물론 나 역시도.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그간 사람들과 스스로에게 향했던 화가 한층 누그러지고 옅어짐을 느꼈다.


나아가 '믿지말고 아껴줘야 한다.'는 말이 따뜻하게 다가왔고 실천해보고 싶었다. '기대'가 아닌 '애정'을 가지고 상대를 대하고 나 자신을 돌보는 것 말이다. 아직 낯설지만 누군가와의 관계와 그리고 나 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시도해 볼거다. 그래야 주변의 모든 관계가 변할테니까. 무엇보다 더이상 기준에 맞는지 아닌지 행동을 평가하며 전전긍긍해 하지 않고, 먼저 손내밀고 배려해야하는게 당연한 거라고 사고를 바꾸니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사람을 믿지 않기로 했다. 대신 그 자체로 아껴주는 사람이 되어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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