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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햇살 Jan 20. 2024

고독과 아픔 속에서 비로소 꽃피는 예술

처절하게 혼자 있어 본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선물 같은 재능

 혼자 시간을 보내는 주말 아침, 아이를 할머니집에 데려다주고 나는 책 한 권을 챙겨서 낯선 동네의 스타벅스 커피숍으로 향했다. 매일 가던 장소가 아닌 새로운 장소에서,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곳에서 조용히 사색하며 독서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선택한 책은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정여울 작가가 애정하는 50가지의 미술 작품을 친절한 설명과 함께 보여준다. 평소에 화가들의 생애와 작품 해석에 관심이 많은 나는 얼른 이 책을 읽고 싶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전에도 '방구석 미술관'과 같은 책들을 읽었고, 미술 교과서에서도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이나 생애에 관하여 많이 접해봐서 이 책에도 내가 아는 내용이 종종 나오기도 했지만, 내가 피상적으로 접해서 대충 알고 있거나 아예 처음 보는 새로운 작품들도 많아서 굉장히 흥미롭고 좋았다.


 그중에서도 내 마음을 가장 아프게 울린 화가는 단연 '프리다 칼로'다.


출처: 도서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프리다칼로는 척추성 소아마비로 어린 시절부터 다리를 잘 쓰지 못했고, 18세에 버스 안의 철기둥이 온몸을 관통하는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해 한동안 누워서 지내야만 했다. 하지만 그녀는 삶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지 않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며 자신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그 후 그녀는 멕시코의 유명 화가 디에고 리베라와 결혼하게 되고,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계속해서 유산을 하게 된다. 여성편력이 강한 남편이 자신의 친동생과 외도를 하는 등 끔찍한 고통을 겪는 와중에도 그녀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부서지는 듯한 아픔 속에서 그녀는 그림으로 자신의 예술혼을 숭고하게 꽃 피웠다.




 


 수많은 예술가들의 생애를 통해 나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놓치지 않는 법을 배운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 고독과 슬픔을 느끼지만, 처절하게 혼자 있어본 사람만이 사색과 고통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예술로 피워낼 수 있다.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즐겁고 유쾌하지만 나 자신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는 없다. 타인과 어울리는 시간 못지않게 오롯이 혼자가 되어 스스로를 똑바로 마주 보고,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내 안의 깊은 고민과 아픔을 보듬고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나태주 시인의 시 '혼자서'를 필사해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나태주 시인의 시 '혼자서'는 나에게 큰 울림을 준다. 이 시는 '혼자'의 의미를 외로움과 슬픔이 아닌, 고결함과 당당함으로 바꿔버린다. 나는 이 고결한 시를 한 글자씩 또박또박 따라 쓰면서 다시 한번 음미해 본다.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꽃보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 때 있다


두 셋이서 피어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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