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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햇살 Jan 21. 2024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 때

일단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평온하던 하루에 문득 날아든 아주 작은 근심과 경계심이 불안을 만들고, 그런 이유 모를 불안이 머릿속에 떡하니 자리 잡아 점점 크기를 늘려갈 때가 있다. 타인이 의미 없이 던진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빗장을 걸어 잠근 듯이 딱딱하게 굳어 열리지 않는 순간이 있다. 몸에 있는 모든 에너지가 다 빠져나간 것처럼 기운이 없고 왠지 모르게 내가 연기가 되어 땅으로 가라앉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 순간 불안한 마음을 잠재워보고자 여기저기 전화를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지인들과 큰 소리로 통화를 하다 보면 잠시 마음이 가라앉는 듯 싶지만 전화를 끊고 나서 공간에 남은 적막은 오히려 더 독이 된다. 통화를 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나는 마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통화 후 가면이 떨어진 내 모습에 더욱 불안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대로 침대로 들어가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눈을 감아버릴까, 하다가 조금이라도 움직이고 뭐라도 하자는 마음이 들어 펜을 들어 다이어리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지금 내 감정을 숨기지 않고 오롯이 써보면서 지금 내가 가진 불안이나 걱정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관한 것임을 자각하며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는 음악을 듣는다. 나는 이런 순간에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주로 듣는데 그들의 노래에는 이런 불안한 순간과,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 솔직하고 담백하게 그려져 있어 듣는 이에게 아주 큰 위로이자 위안이 된다.




 


 글을 쓰고 노래를 듣고 나니 마음이 한결 정돈되고 가라앉은 느낌이 들어 이번에는 그림을 그려보기로 다. A4용지와 오일파스텔을 꺼내 들고 무엇을 그릴까 생각하면서 유튜브로 검색을 하다가 달콤한 디저트를 그린 영상들에 눈이 갔다. 그중에서도 내 눈에 띈 건 노란 윤기를 뽐내는 푸딩이었다.



 아! 나도 저 푸딩같이 말랑말랑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자, 신기하게도 마음이 조금은 말랑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종이 위에 노란색 오일파스텔로 슥슥 밑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면서 완성하다 보면 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끝까지 완성해냈다는 성취감이 뿌듯하게 가슴을 채운다.


 

 알랭드보통은 '불안'이라는 책에서 생존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불안에 떠는 사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불안 덕분에 안전을 도모하기도 하고 능력을 계발하기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귀는 불안이 찾아오는 순간마다 나에게 큰 위로와 동시에 영감을 준다.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은 불안과 긴장이 결국엔 나를 성장시킨다. 불안은 없애버려야 하는 불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나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기회이다. 불안이 찾아오면 몸을 움직여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그 작은 움직임이 내 안에 큰 파도가 되어 나를 더 큰 세상으로 내보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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