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후의 햇살 Jun 09. 2024

번아웃은 열정적인 삶의 증거다.

열심히 살되 때로는 스스로에게 쉼을 주자.

 또다시 6월이 왔다.

 3월 새 학기가 시작하고 작년처럼 학년부장을 맡아 매일 저녁 야근을 하며 교육과정을 짜고,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학부모 상담을 하고, 5월까지 각종 공모사업 관련 계획과 강사 초빙, 학년 업무를 하며 열심히 살던 나에게 잠깐 여유가 주어지는 순간, 여지없이 번아웃이 온다.  



 올해는 그래도 다행히 번아웃 증상이 작년보다는 약하게 왔음을 느꼈다. 작년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집에서는 입조차 열기가 힘들 정도로 에너지가 없었던 반면 올해는 '아, 이제 슬슬 오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나를 쉬게 할 수 있는 창구를 스스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해에 걸쳐 힘든 순간마다 나를 쉬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다섯 가지로 간추릴 수 있었다.

 첫째는 초록이 싱그러운 자연을 감상하는 것, 둘째는 내면을 차분하게 가다듬고 성장시켜 주는 독서, 셋째는 잔잔하고 부드러운 음악을 들으며 따뜻한 차 한잔을 음미하는 것(예쁜 꽃이 잔에서 은은히 피어나는 꽃차라면 더욱 좋다), 넷째는 나의 마음을 글로 옮겨보는 것, 다섯째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이제는 번아웃의 미약한 신호가 오면 바로 위의 다섯 가지 중 가장 접근성 있고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한다. 특히 너무 지쳤을 때에는 가수 권진아의 '위로'나, 엑소 멤버 D.O(도경수)의 '괜찮아도 괜찮아' 음악을 들으며 모락모락 김이 나는 수국차 한 잔을 마신다. 그러면 따뜻하고 구수한 기운이 온몸에 서서히 퍼지면서 포근하고 행복해진다.


녹음이 가득한 자연은 언제나 사람에게 쉼을 준다.

 

 지난 주말에는 아들과 함께 충주 장자늪에서 카누 체험을 하고 왔는데 3.3km의 짧지 않은 거리였으나 초록이 만연한 풍광을 음미하며 천천히 카누를 탈 수 있어 너무나 좋았다.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춤추는 나비들과 맑게 지저귀는 새소리, 노를 저을 때마다 출렁이며 반짝이는 윤슬과 물소리..

 이런 것들이 가만히 내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아무 말하지 않아도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순리대로 흘러가는 평화로운 모습 그 자체로 사람을 위로한다.



 지난주에 학교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말하게 되었다.

 나는 번아웃이 올 것 같은 시점에 매년 똑같은 꿈을 꾼다. 꿈속의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없는 무욕의 상태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덩그러니 있다. 그게 바로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열정을 갖고, 스스로 가치 있는 일을 찾아 부단히 노력하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기에 나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삶에 대한 열정을 잃는 일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나 같은 사람들은 잦은 번아웃을 겪는다.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은 정해져 있는데 매번 무언가를 끊임없이 열심히 하다 보면 에너지가 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내가 계속 열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나를 잘 알고, 잘 쉬게 해주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어제는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독서를 했다. 책 속에 나온 글귀가 너무나 마음을 울려서 독자분들께도 소개해보고자 한다.



 삶의 끝에서 우리는 유성처럼 찰나의 속도로 스치고 사라지는 우리의 짧은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깨닫게 된다. 밀러는 그걸 좀 더 일찍 발견하는 사람이 더 풍요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삶은 매 순간 예측할 수 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한평생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분명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중간에 뛰어내리느라 그 누구도 생의 마지막 역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 (중략)


-출처 : 도서 '타이탄의 도구들'

출처: 도서 '타이탄의 도구들'


 인생에서 나의 예측과 다르게 발생하는 수많은 일들은 나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된다. 때로는 아프고, 고통스럽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 또한 나의 인격을 더욱 너그럽고 풍요롭게 하는 거름이 된다.


 아무 고통과 등락이 없는 잔잔한 인생을 살 것이냐, 아니면 희로애락이 있더라도 변화와 성장이 가득한 인생을 살 것이냐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가슴에 열정을 가득 품고 대답하겠다. 당연히 후자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