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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햇살 Aug 11. 2024

웰빙이란 무엇인가

이타주의와 자기 존중 사이의 balance를 유지하는 것

 호주에 와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는 나는 운 좋게도 다양한 교수님들의 값진 강의를 들을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내 안에 큰 울림을 주었던 강의는 '웰빙'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강의였다. 당시 강연장에는 한국에서 온 교사들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온 교사들도 함께 있었는데 마치 공연장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공간에서 각자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며 서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스스로 골똘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강의 초반부에 '행복(Happiness)'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강사님의 말씀에 사람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는데, 그 답안은 '자신이 무엇을 할 때 행복을 느끼는가'와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사람들이 이야기했던 다양한 행복의 정의를 기억나는 대로 써보면 아래와 같았다.



- 행복은 수영장에서 자유롭게 수영하는 것. 단, 경쟁이 아니라 '자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중년의 남자 일본인 선생님께서 제일 처음 발언하셨던 대답. 일본도 한국 못지않은 경쟁사회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경쟁 속에서 겪는 스트레스가 꽤 큰 것 같다.)

- 행복이란 달콤한 초콜릿을 맛보는 것.

- 행복은 높은 연봉! (이건 젊은 일본인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일본도 교사의 월급이 높지 않은 것 같다.)

- 행복은 가족들, 친구들과 사랑을 나누는 것.

- 행복은 기대하지 못한 타인의 친절함을 마주했을 때. (나의 답변)



 나의 답변에 어떤 교수님은 '기대하지 못한 친절함' 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친절함'이 행복 아니냐고 되물으셨다. 물론 맞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마주하는 친절함은 나의 행복을 더욱 크게 만든다.



 그렇다면 웰빙이란 무엇일까?

 웰빙. 영어로는 Well-being이라고 쓰며,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해석하면 '잘 사는 것'이다. 사람마다 자신의 가치관이나 귀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개개인이 정의하는 웰빙의 의미가 다를 수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웰빙의 기본적인 개념은 'Balance between work and life'이다. 일과 삶 사이의 균형. 삶에서 일의 비중이 너무 커지면 과도한 스트레스와 신체 피로를 겪게 되고, 일의 비중이 너무 없으면 빈곤이나 자칫 무료함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생각하는 웰빙에 대해 생각하려면 우선 내가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행복'의 정의부터 살펴봐야 한다. 나는 위에서 답변한 것처럼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들과 친절함을 나누고, 따뜻하게 살아가는 것에 가장 큰 가치를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의 웰빙은 그들과 무관할 수 없다. 그러나 너무 타인을 배려하려다 보면 스스로를 홀대하기 쉽다. 나의 욕구나 감정을 꾹꾹 눌러두고 타인만을 생각하다 보면 번아웃이 올뿐만 아니라 쉽게 지쳐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내가 생각한 웰빙의 정의는, 'Balance between Altruism and Self-respect'이다. 이타주의와 자기 존중 사이의 균형을 지키는 것, 그게 나에게는 웰빙인 것이다.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되, 나 스스로도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임을 절대로 잊지 않는 것. 내가 너무 고통스러워지고 힘들어질 때까지 타인을 배려하는 것은 잘못된 이타주의다. 나와 남이 함께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어야 웰빙인 것이다.



 오늘 아침, 세인트 메리 성당에 미사를 보러 7시 반에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갑자기 지하철 안에 있던 한 사람이 자신의 친구가 오늘 생일이라며, 지하철에 타고 있는 승객들에게 자신의 친구를 위해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환하게 웃으며 "Happy birthday to you~"하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도 어느샌가 그들에 스며들어 함께 미소 지으며 노래를 불러주고 있었다. 게다가 어떤 여성분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달라고 부탁한 사람에게 다가가 자기가 동영상을 찍어줄 테니 핸드폰을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이었다. 그래서인지 나에게는 그 풍경이 눈물날만큼 따뜻하고, 행복했다.


 호주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기 때문에 egalitarianism(평등주의)이 굉장히 중요한 가치라고 한다. 어느 국적의 사람이, 어느 국적의 인종이 우월한 것이 아니라 우리는 모두 평등한 인간이라는 가치.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누구에게나 따뜻하고 친절하다. 물론 일부의 사람들은 아직도 인종차별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개개인의 문제일 뿐 내가 봤을 때 호주라는 나라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나와 남을 존중하면서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호주에서 경험하고 생각한 웰빙의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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