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을 먹고 카이로 터미널에 도착했다.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를 가는 날이다.
비행기가 좌석 간 거리가 넓고 쾌적했다.
비행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통로에 사람들이 일어서서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우리 좌석 주변에서 한바탕 다툼이 일어났다.
승무원들이 말리고 양쪽이 팽팽하게 맞서 한참 동안 어수선했다.
이런 일은 처음 겪는 일이라 한동안 적응이 안 되었다.
사람 사는 곳이니 여기서도 똑같군.
비행기 안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니 이해가 되었다.
5시간 30분을 날아 드디어 도착했다.
말로만 듣던 카사블랑카.
어떻게 시내까지 가야 하는지 안내소에 가서 물어보니 버스나 기차가 있다고 친절하게 안내해 줬다.
기차를 이용하려고 표를 사고 역으로 가니 조금 흐름 한 기차 한 대가 들어와 있다.
사람들이 일시에 탑승하는데 우리도 합류를 했다.
기차비는 1인당 7천 원 정도로 약 50분을 달려 카사포토(casa port)라는 종착역에 도착했다.
역전에 와이파이가 잡혀서 숙소까지 우버택시를 이용하려니 모로코에서는 영업을 하지 않네.
역전을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가는데 기사가 다 왔다고 내리라고 한다.
"우리 호텔 맞나?"
"오게이"
두세 번 물어도 맞다고 해서 내렸는데 벼리는 기사를 못 믿겠다며 안 내린다.
"거스럼돈 주쇼. 거스럼돈."
안 준다고 한다.
"왜 안 주나요?"
팁이라 생각하고 내리라고 해도 계속 기사와 실랑이를 벌인다.
탈 때부터 잘 알지 못한 듯한 눈치가 이상했고 우리 호텔이 아닌 것 같은데 내리라는 것 같아 믿을 수 없어 안 내리고 시간을 끌고 있었단다.
그동안에 구글맵으로 숙소 위치를 찾아보니 다른 곳에 내려 있는 게 아닌가?
구글맵을 보여주며 "여기가 아니다. 이쪽으로 갑시다."
내려놓은 짐을 다시 택시에 담아 싣고 내 구글맵을 보여주며 안내했다.
이국천리 처음 온 사람이 현지 택시기사에게 길을 안내하는 게 맞는가???
주객이 전도되었다.
귀에 익숙한 우리말 안내로 손가락과 입으로 "왼쪽, 오른쪽..."
차가 움직인다.
잠시 뒤 호텔에 도착하여 짐을 내리니 택시기사가 요금을 더 내놓으라고 시비를 건다.
종이에 적힌 주소까지 보여 주면서 몇 번을 말했는데도 빙빙 돌아서 온 두 번째 장소에서 추가 요금을 내라고?
미안함은커녕 고약한 인상으로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따발총처럼 혼자 쏘아대고 있다.
"엉터리 기사야, 우린 못 주겠다."
끈질기게 가지 않고 내놓아란다.
호주머니에 있는 동전 하나를 주면서 "안녕"
기분이 안 좋은지 한마디 하고는 그냥 간다.
역에서 걸어서 오면 10분도 안된다.
가방을 있어 힘들까 봐 택시를 탔는데 걷는 시간의 두 배 이상 탔다.
잠시 휴식을 한 뒤
주변 검색을 하다가 조금 떨어진 곳에 서울가든이라는 한국음식점을 발견했다.
왕복 한 시간 정도의 거리를 운동 겸 시내구경하면서 걸어갔다.
짐이 없으니 홀가분한 게 날아갈 듯하다.
들어서니 주인아저씨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잠시 한국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순간
'이크, 담배연기에 민감한 벼리. 어떡하지.'
역시나다.
"어어 담배 냄새 심하다."
코를 막고 참으면서 휴휴거린다.
식당 안에는 모로코인 남자 3~4명과 여자 2명이 담배를 피워가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벼리는 도저히 숨이 막혀 있을 수 없다며 잡채를 취소하고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돌솥밥과 맥주를 주문하여 먹었는데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주인아저씨는 약 30년 전에 이곳에서 사업을 하다가 지금은 음식점을 하신다고 하셨다.
어제부터 내일까지는 모로코 최대의 명절기간(양을 잡아서 신에게 재물로 바치는 행사)이라 종업원들이 모두 휴가 가고 자기 혼자서 하고 있다고 한다.
먼 이국 땅에서 사는 동포들은 무슨 사연이 있을까?
한국이 많이 그리울 텐데...
후딱 먹고 나가야겠다.
주인아저씨가 미안해하며 맥주값을 계산에서 빼줬다.
다른 식당으로 옮겼어야 했는데 그만 돌솥밥에 빠져서..
나도 미안하다.
식사 후 하산 2세 모스크와 전통시장으로 갔다.
하산 2세 국왕은 1929년생으로 재임기간 중에 아랍민족주의들로부터 여러 번의 쿠데타를 당하였다고 한다.
그때마다 위기를 잘 넘겨 1999년 서거 후 아들에게 왕위를 계승하였다고 한다.
아랍에서 쿠데타로 왕정이 전복된 사례는 이집트, 이라크, 리비아, 예멘 등이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모스크다.
대서양의 바다와 맞닿아 파도가 모스크의 외벽을 철썩 치고 돌아간다.
늦어서 들어갈 수 없어 입구에 서니 쿰쿰한 곰팡내가 코를 자극한다.
바닷물의 습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이 아름답고 웅장한 모스크가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약간 걱정스러운 마음이다.
쓸데없는 걱정 말고 중앙시장에 가서 재밌는 구경이나 하자.
여행에서 시장은 뺄 수 없는 참새 방앗간이다.
오래전부터 나라 곳곳을 많이 둘러봤지만 이렇게 무시무시한 시장은 처음 본다.
한 사람 지날 정도의 좁은 샛길을 중심으로 작은 가게들이 총총 붙어있다.
축축하고 습해 발 딛기가 꺼림칙한 길에 들어서니 흑인들이 허연 이를 드러내고 시끌벅적이다.
'아뿔싸, 잘못 들어왔네.' 이미 때는 늦으리.'
못 볼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흑인여자들 머리카락 땋아 붙이기, 손톱 발톱 다듬기, 면도하기, 이발하기, 염색하는 모습들이 고와 보이지 않았다.
충격적인 건 문신.
고통에 시달리며 몸부림치는 옆을 지나는데 이상한 물이 튀어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아이고 무서워라. 세상에 이런 곳이 다 있네."
뒤따라 나온 벼리는 무서워하면서 흑인들의 모습에 대한 궁금증이 풀린 듯 말한다.
'꼬불거리는 머리카락을 얼마나 기르고 싶었을까?'
쫑쫑 땋아서 길게 또는 예쁜 모양을 내는 거였구나.
살다 살다 처음 보는 흑인들의 생활을 엿본 시장은 기억에 콕 박혔다.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겁다.
많이 걸었으니...
한번 와 보고 싶었던 곳 카사블랑카.
'아프리카에 웬 하얀 집(카사블랑카)???'
스페인어로 카사는 집, 블랑카는 흰색을 뜻한다.
영화로 유명해진 카사블랑카이지만 사실 영화촬영은 미국에서 주로 하고 전통시장 등 몇 곳만 이곳에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
카사블랑카 노래는 또 어떻고?
마음을 사로잡는 음악을 들으면 가슴이 울렁이며 간질거린다.
호텔에 들어오니 늦은 시간이다.
낭만적인 카사블랑카 음악의 진한 향에 빠져 부르스를 추면서 하얀 밤에 젖어든다.
카이로 공항 모습
카이로 출국하는 벼리
카사불랑카로 날아갈 비행기
남자 승무원들의 써비스
기내식
타툼을 말리는 승무원들
기차표를 사기 위하여
공항에서 시내가는 기차
택시기사와 한바탕
전통시장에서도 싸움
한식당
하산2세 모스크
대서양 해변가
전통시장 길가의 중고물품 가게
전통시장내 미용실
길가 음식점
전통시장 입구 모습
호텔 객실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