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의 악필 편지
저는 점을 믿지는 않지만, 가끔은 그런 것에서 삶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발견하곤 합니다. 사주에서는 사람의 인생에 아주 좋은 시기인 대길과, 아주 나쁜 시기인 대흉이 세 번 있다고 해요. 내게 좋은 시기를 잘 보내는 건 두말할 것 없이 중요하죠.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내게 나쁜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도 중요합니다.
인생이 먼 여행이라고들 얘기합니다. 당신이 자전거를 타고 여행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누군가는 걸을 테고, 누군가는 자동차를 타고 여행하겠죠. 그러나 중요한 건 당신이 무엇을 가졌느냐보다 가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일 거예요. 도로를 지날 때는 자동차가 편하겠지만, 험한 산길을 만났을 때는 뚜벅뚜벅 걸어가는 게 낫겠죠. 조그만 오솔길을 지날 때에야 비로소 시원하게 자전거의 페달을 밟을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중요한 건 그 오솔길을 만날 때까지 당신의 자전거를 잘 지킬 수 있느냐는 거예요. 험한 산길에서는 자전거를 버리고 남들처럼 뚜벅뚜벅 걸어가고 싶을 거예요. 차가 달리는 도로에서 눈비가 몰아친다면 택시라도 잡아타고 싶겠죠. 그러나 그런 열등감의 순간들 속에서, 당신이 가진 것들이 가치 없다고 느껴질 때 더더욱 당신을 지켜야 합니다. 그래야 오솔길을 만났을 때 쌩쌩 달릴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당신의 자전거는 무엇인가요? 당신이 평생 끌어안고 가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대답하기 쉽지 않죠.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코로나는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거센 물살이에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이 휩쓸려 내려가고 있죠. 이 물살이 지나간 후에 우리가 걷는 길에 무엇이 남아있을지, 저도 감히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어요. 물살이 거센 만큼, 당신의 삶을 가리던 가벼운 것들은 떠내려가지 않았을까요? 지금까지 흙먼지에 뒤덮여 당신조차 잘 알아보지도 못했을 당신의 가장 무겁고 소중한 것이 이제는 드러나지 않았을까요? 거센 물살 속에서도 제 자리를 지켜낸 당신의 무언가가, 당신은 보이나요? 아마 당신이 발견한 것 중 하나는 글쓰기인 것 같아요.
당신이 글쓰기를 발견하고, 당신의 글쓰기를 소중하게 안고 있는 모습이 저는 어쩐지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당신이 당신의 소중한 것들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기를 꿈꿔요. 그리고, 그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이 여행길의 끝에 닿을 수 있기를 꿈꿔요. 이따금 우리의 여행길이 겹치기도 하겠죠. 그 때, 당신이 웃으며 페달을 밟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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