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학의 종류 - 이론 윤리학, 실천 윤리학, 메타 윤리학, 기술 윤리학
다들 '나의 말'로 윤리를 정의해 보았나요?
우리는 지난 시간에 '윤리란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규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규범을 탐구하는 학문이 바로 '윤리학'입니다.
아마 여러분들이 앞으로 가게 될 대학에도 '윤리학과'가 있을 거예요.
윤리학은 2천 년이 넘는 오래된 전통을 가지고 있는 학문이랍니다.
그래서인지 윤리학과는 보통 대학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에 위치하고 있답니다.
쌤도 '윤리교육과'를 나왔어요.
윤리를 뜻하는 영어 단어인 'ETHICS'가 새겨진 과잠바를 입고 캠퍼스를 누비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쌤에게 그 시절은 여전히 '인생의 봄'과 같이 훈훈한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여러분들도 조금만 더 힘내서 조만간 대학 캠퍼스에서 봄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모든 학문이 그렇듯이 윤리학도 깊이 들어가 보면 다양한 분야로 나누어지게 됩니다.
같은 축구 선수여도 역할에 따라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골키퍼로 세분화되는 것처럼요.
윤리학은 다음과 같은 종류로 구분됩니다.
규범윤리학, 메타윤리학, 기술윤리학은 모두 규범을 연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규범을 연구하는 방식에 따라 각각 서로 다른 차이점을 보인답니다.
조금 어렵나요?
그러면 실제 우리 주변에 있는 규범을 예로 들어 볼까요?
아마 현재 여러분들의 삶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규범은 '교칙'일 거예요.
몇 시까지 등교해야 하는지, 급식은 어떤 순서로 먹어야 하는지, 심지어 교복의 길이는 몇 센티가 되어야 하는지 등등
교칙은 학교생활 전반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요.
쌤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최근 새롭게 만들어진 교칙 때문에 논란이 일어나고 있어요.
'불건전한 이성 교제로 풍기 문란을 야기한 경우에는 20점 이하의 벌점에 처한다.'라는 교칙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성 교제를 제한하는 교칙은 과연 옳은 규범일까요? 아니면 그른(잘못된) 규범일까요?
규범의 옳고 그름을 연구하는 것이 바로 윤리학의 전문 분야랍니다.
다음 학생들의 가상 대화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윤리학에서 각각 어떤 방식으로 규범을 탐구하는지 살펴봅시다.
A: 학생에게도 다른 사람을 사랑할 권리가 있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학생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격체입니다. 학교에서 이성 교제를 처벌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입니다.
B: 아무도 없는 곳에서 둘이 조용히 연애를 한다면 학교에서 왜 처벌하겠습니까? 소수의 커플들이 공공장소에서 과도한 애정행각을 버려 다수의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게 문제인 겁니다.
C: 저는 A와 B의 의견이 둘 다 일리가 있는 것 같아요. 학교 내에서는 다수의 학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이성 교제를 제한하도록 하고, 학교 밖에서는 이성 교제를 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 줄 수 있도록 교칙을 개정해야 합니다.
D: 저는 교칙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일단 이 교칙 자체가 성립 가능한지 의문입니다. '불건전'하다는 말의 의미가 뭔가요? 손을 잡으면 불건전한 건가요? 아니면 포옹을 하면 불건전한 건가요?
E: 저는 한 달 동안 실제 학교에서 일어나는 이성 교제의 실태를 낱낱이 기록해보았습니다. 현재 우리 학교에서 이성 교제를 하고 있는 학생은 총 35명입니다. 숫자가 홀수인 이유는 모 군이 비밀리에 두 명의 여학우와 만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A~E 학생 중 누구의 의견에 '좋아요'를 누르고 싶은가요?
A 학생은 학생인권을 근거로 이성 교제를 제한하는 교칙이 그르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B 학생은 다수의 이익을 근거로 이성 교제를 제한하는 교칙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A, B와 같이 이론적 근거를 통해 규범의 옳고 그름을 연구하는 윤리학이 '이론 윤리학'입니다.
이론 윤리학에는 대표적으로 의무론, 공리주의, 덕 윤리 등이 있습니다.
C는 A와 B의 이론을 응용하여 교칙을 개정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C와 같이 이론 윤리학을 응용하여 윤리 문제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윤리학이 '실천 윤리학(응용 윤리학)'입니다.
실천 윤리학은 인공 임신 중절, 안락사, 생명 복제, 사형 제도 등 현대인이 겪는 다양한 윤리 문제의 해결책을 찾습니다.
A, B와 C는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규범의 옳고 그름에 대해 연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론 윤리학'과 '실천윤리학'은 모두 '규범 윤리학'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D와 E는 규범이 옳은지 그른지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D는 '불건전'이라는 말의 의미가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교칙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D와 같이 도덕적 언어의 의미를 분석하며 규범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윤리학이 메타 윤리학입니다.
'메타(meta)'는 '더 높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이랍니다.
메타 윤리학은 규범의 옳고 그름을 뛰어넘어,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규범을 분석하는 윤리학입니다.
E는 좀 엉뚱한 친구인 것 같아요. 아마도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성 교제를 하고 있는 친구들을 관찰하며 노트에 꼼꼼하게 적어놨을 거예요. E와 같이 규범과 관련된 현상을 기록하는 윤리학이 '기술 윤리학'입니다. 참고로 기술 윤리학의 '기술'이라는 말의 뜻은 'technology(과학 기술)'가 아닌 'description(기록, 서술)'입니다.
우리가 공부하고 있는 '생활과 윤리'는 '실천 윤리학'을 밑바탕으로 만들어진 과목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수능 사회탐구 과목인 '윤리와 사상'은 '이론 윤리학'을 밑바탕으로 만들어진 과목이고요. 실천 윤리학은 이론 윤리학을 응용한 학문이라고 했죠?
따라서 여러분들이 생활과 윤리와 윤리와 사상을 함께 공부한다면 한 과목만 공부할 때보다 훨씬 수월하게 두 과목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윤리학의 종류가 어떻게 구분되는지, 각각 어떤 특성이 있는지 이제 좀 이해가 되나요?
쌤은 교과서에 나오는 어려운 개념을 최대한 쉬운 말로 바꿔서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쌤의 설명이 이해가 된다면, 그다음엔 교과서를 읽어보세요.
교과서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면, 그다음엔 수능 기출문제를 풀어보세요.
공부를 할 땐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가는 것이 중요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