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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옥 Sep 05. 2023

[어처구니 이야기]

그림책이 삶의 철학이 되다!

"어처구니"라는 말을 아시나요? 대부분 맷돌의 손잡이 부분을 "어처구니"라고 불린다는 설을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난감한 상황에 쓰이는 관용구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맷돌의 손잡이가 없어 문제가 생겼을 때 쓴다라고도 알려져 있지만, 이것은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라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입을 통해 전해지고, 전해지니 어느 순간 진실로 굳어져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확한 상황을 바로 알고, 제대로 사용하는 언어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저자인 박연철 작가님은 잃어버리고 지나치기 쉬운 전통적인 옛이야기 들을 그림책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알리고자 하는 작가인 듯합니다. 

작가님을 통해 옛 것의 다양한 부분을 다시금 바라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들의 계기가 되는 듯합니다. 기발한 창작적 작품들 하나하나가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떼루떼루], [안녕! 외계인], [지구를 지켜라]


그럼, 이야기 속으로 떠나보겠습니다. 출발~


하늘나라는 말썽꾸러기 어처구니들 때문에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습니다. 

" 어처구니 놈들을 당장 잡아 오너라!" 


이구룡 거짓말로 하늘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든 죄 

<"입이 두 개라 어디서 거짓말이 나오는지 알 수가 있나!">

저팔계 술을 먹고 하늘의 천도복숭아나무를 몽땅 뽑아 버린 죄

<"천도복숭아나무가 그렇게 쉽게 뽑힐 줄 알았나!">

손행자 하늘나라 임금님과 똑같은 허수아비를 만들어 선녀들을 골탕 먹인 죄

<"허수아비한테 속은 선녀들이 바보지!">

사화상 하늘나라 임금님이 아끼는 연못의 물고기를 죄다 죽인 죄

<물고기는 물이 없으면 죽는지 정말 몰랐다고!">

대당사부 사람들의 죽는 날을 똑같이 만들어 큰 말썽을 일으킨 죄

<누구는 일찍 죽고 누구는 늦게 죽고 너무 불공평하지 않아?">


어처구니들을 잡아들인 하늘나라 임금님은 하늘 끝에 "손"이라는 못된 귀신의 행동에 골치가 아팠습니다. 

그래서 어처구니들을 불러다가 제안을 합니다. 

열흘 안에 '손'을 잡아 오면 너희 죄를 모두 용서해 주마


힘을 합치면 쉬울 꺼라 생각했는데 "손"에게 혼쭐만 나고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왔던 어처구니 중 리더인 대당사부는 먹지도 자지도 않으면 하늘도서관에서 밤 낮 책을 읽으며 방법을 찾아냅니다.


이구룡! 너는 입이 두 개니 다른 목소리를 내도록 연습해

저팔계! 너는 힘이 좋으니 커다란 연과 청동그릇을 만들고

사화상! 너는 물을 다스릴 줄 아니 청동그릇 안에 물을 가득 채워

손행자! 너는 재주가 좋으니 구백아흔아홉자의 긴 밧줄을 만들어. 꼭 엄나무로 만들어야 돼. 다른 나무는 절대 안 돼! 알겠지?

이렇게 각자의 역할 분담으로 "손"을 잡기 위한 준비를 열심히 해 나갑니다. 


그러나,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다른 어처구니들이 하는 것만 말참견하던 손행자는 뒤늦게 엄나무를 찾으러 갑니다.

열심히 엄나무 껍질을 벗겨 밧줄을 엮기 시작하던 손행자는 구백아흔아홉자가 되기 조금 모자라는 엄나무 끝 마무리를 찾아 나서기 귀찮다는 이유로 두릅나무로 엮습니다. " 생긴 것도 비슷한데 누가 알겠어?"


모두가 합심하여 "손"을 유인하고 밧줄로 묶는데 까지 성공했는데....!!! 그러나, 손행자가 만든 줄이 말썽이 생겨납니다. 손을 연에 묶어 하늘로 띄워 보내는 과정에서 줄이 "뚝" 끊어져 손은 멀리멀리 달아나 버렸답니다. 


결국 손은 멀리멀리 달아나 숨어버렸고, 어처구니들은 하늘나라 임금님께 벌을 받았답니다. 


그 벌이 바로

궁궐 추녀마루 끝에 올라가서 손으로부터 사람을 지키게 했단다.


"어처구니"는 전통 한옥의 처마 위에 있는 사람과 동물모양의 토우를 말합니다. 주로 홀수로 놓여있고, 어처구니 또는 잡상이라고도 불립니다. 불교식으로는 삼장법사,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을 비롯한 보살과 서유기에 등장하는 신들이 줄 서 있습니다. 도교식으로는 신선을 필두로 용,봉황,사자,기린,천마,해마,산예,압어,해태,두우,행십의 특별한 의미를 가진 동물들로 되어 있습니다. 불교식과 도교식의 공통점은 맨 앞에 사람이 서있음입니다

궁이나 성문을 지을 때 마지막으로 올리는 장식인데  필요한 모든 부분을 끝마치고 올리는 장식이라 실수로 잊어버리는 경우도 생겨납니다. 악재를 막아주는 주술적 의미의 장식이라 궁전이나 성 등에 화재 같은 악재가 발생하는 경우 "어처구니가 없어서 저렇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답니다. 


이사하는 날 달력을 보면서 "손 있는 날, 손 없는 날"을 확인해 본 적 있으신가요? 

이 또한 어처구니들이 놓쳐버린 "손"을 피하기 위한 옛사람들의 방법이 지금껏 내려오는 건 아닌가 싶네요. 


나 하나쯤이야로 행동했던 손행자의 중요한 역할분담에서 모든 것이 잘 준비되었지만 소소한 문제의 티끌이 큰일이 그르치듯,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분위기가 참으로 마음 아픈 어두운 일상에 절정인 듯합니다. 

존중받아야 할 스승의 권위가 바닥을 향해 떨어지고,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들추어 해결하기보다는 자꾸만 묻어버림의 해결책으로 내세워 겉으로는 멀쩡하나 속으로 곪아가고 있음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지혜로운 방안으로 모두가 좋을 수 있는 사회분위로 전환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가정과 학교가 협력하여 사회의 새로운 희망인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살기좋은 나라가 될 수 있기를... 한쪽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닌 모두의 힘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입니다.



대체로 어진 사람은 자신이 서고자 하면 남을 세우고, 자기가 도달(바라는 것)하고 싶으면 남을 도달케 한다. 가까운 것을 통하여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남의 입장을 미루어 아는 것) 그것이 바로 인(仁)에 이르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논어<옹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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