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를 하려고 한라도서관 앞에 있는 에이바웃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인데도 카페에는 많은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내가 원했던 좌석은 없었다.
의자는 불편하지만 뷰가 좋은 곳으로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켰다
지난번부터 고민을 해보았지만 진행이 되지 않는다.
글수다 강의 단톡방에 지난번 올린 댓글이 있을까 해서 톡방을 들어갔는데 댓글이 없다.
다른 회원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카페 사진을 찍고 톡방에 올렸다.
작가님은 열정적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지도한다.
지도 강사님의 열정에 감사하지만 이번 주 과제는 조금 버겁다.
지금껏 글쓰기를 일기 쓰듯 너무 쉽게 편안한 마음으로 고민 없이 술술 써왔다. 이렇게 노트북 켜놓고 고민하는 지금의 내 모습은 나답지 않아 어색하다.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본다.
고민하며 몇 시간을 쓰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결국 이번 과제는 나의 한계라는 것을 느낀다.
고전을 현대물로 각색해서 글을 쓰려고 하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헤매다 도저히 물꼬를 틀 수가 없어 과제는 포기
학창 시절 문학소녀였던 나.
사회인이 되어 즐길 거리가 많았기에 글쓰기는 접었다.
그러다 결혼하고 나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다.
신혼 초, 제주 MBC 여성 백일장에 도전했다.
대회장에 도착해 보니 나는 새파란 어린애에 불과했다.
나를 포함한 참가자들은 학창 시절 글을 날렸다는 분들이었다.
아니 나만 글을 접었었고 참가자들은 계속 쓰고 계신 분들이었다.
글제가 주어졌다. 나는 술술 써 내려갔다. 그런대로 만족했고, 조금 기대를 했다.
그런데 나의 자만심이었다. 그 이후, 글쓰기는 나와는 먼 나라 얘기로 내려놓았다.
내가 좋아하는 독서와 다양한 취미 생활로 나날이 성장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이어나갔다.
그러다 큰애가 대학생이 되면서 서울로 올라갔다. 큰애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다가왔다. 그래서 공허한 마음을 달래려 글을 쓰기 시작했다. 공모전에도 도전했고 운이 좋아 수상하기도 했다. 시와 에세이로 등단을 하게 됐다.
작은애까지 대학을 가면서 애들이 없는 집. 빈둥지증후군을 앓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 그래서 각종 기자단 활동, 모니터링단, 홍보서포터즈등 다양한 활동에 뛰어들었다. 원하는 일마다 다 이루어졌다. 여전히 자신감 뿜붐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의 이렇게 자신이 없어 무력하기는 살면서 처음인 것 같다.
고전 각색 부분은 시도해보지 않았고 그래서 접해보지 않은 부분이라 시도할 수가 없다. 아무런 지식이 없는 부분에 무턱대고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과제에 충실해야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시도하는 무모함이란 내 사전에 있을 수가 없다. 미안하지만 과제는 포기하기로 결정
햇빛도 적당하고 선선해서 야외로 가서 산책하면 딱 좋은 날씨다.
이 날씨에 과제가 뭐라고……
실내에 쳐 박혀 시간을 낭비하는 소중한 내 시간
답답하여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마침 친구는 약속이 없었다.
친구랑 드라이브하고 맛난 음식 먹으며 과제로 받았던 스트레스를 날려 보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하여 일상의 놀이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