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 무어와 패트릭 스웨이지가 물레에서 기물을 만들어 가는 모습에 가슴 설레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도예를 접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켰던 장면이다. 도자기 만들기는 쉽게 접합 수 있는 취미가 아니었기에 맛보기로 컵이나 접시, 꽃병 등을 빚어 만들기, 흙가래 성형 기법으로 가끔 체험만 하곤 했었다.
15년 전 가족과 함께 여행하면서 감동받았던 도예 공방 카페.
제주에는 도예 공방 카페가 없었기에 신기하기도 했고, 감동이었다. 이는 애들 키우고 나면 과수원 한쪽에 도자기 카페를 만들고자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된 ‘피그말리온 효과’가 나에게 이뤄졌다. 제주에서 ‘도예 강사 자격증반’ 주 5일 하루 5시간씩 6개월 과정이 생겼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되었다.
첫째 주에는 이론 수업이 이뤄졌다.
2주 동안은 실기와 함께 이론 수업으로 진행되었다.
그다음 1달 동안은 꼬막 밀기, 흙가래 성형으로 커피잔 만들기 시작으로 압문 기법으로 도장을 만들었다.
그 이후에는 제주도를 상징할 수 있는 독창적인 상품 만들기 과제가 있었다. 각자 아이디어로 창의적인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나는 돌하르방 모양으로 다용도 장식장을 만들었다. 주위에서 칭찬이 넘쳐났다.
“어쩜 이렇게 콧날을 반듯하게 만들었는지 대단하시네요”
“돌담을 상상하여 바구니를 만들었다는 게 독창적입니다”
“누나 만드는 거 보면서 모자 모양 응용했어요”
수강생들 칭찬과 부러움 속에 선생님의 충고가 있었다.
“작품은 훌륭합니다. 그런데 창작물로 내놓으신다고 한다면 상품성이 있을까요? 상품은 대중성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멋있는 작품만 생각하고 대중성을 생각하지 못했던 점이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전기 물레 사용이 시작되었다. 또한 토련도 이루어졌다.
토련 이란, 흙의 수분과 입자를 균일하게 하는 과정이다.
발로 밟으면서 흙의 입자를 균일하게 하고 중간중간 자리 잡고 있는 기포들을 터트리는 방법이다. 그런데 요즘은 대부분 ‘진공 토련기’라는 기계를 많이 사용한다.
전기 물레에서 기물을 만들기 위해 중심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기물 만들기에 중심 잡는 기술이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 중 제일 중요한 핵심이다. 물레에서 완성된 기물을 건조 과정을 거치고 어느 정도 마르면 도자기에 문양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도자기 성형이 이루어진다. 성형이 끝나면 건조 과정을 마치고 가마에 소성하는 과정으로 초벌구이가 진행된다. 1차 소성된 기물에 그림을 그려 넣는 장식이 이루어진다. 일명 ‘도화’라고도 한다. 장식이 끝나면 유약을 바른다. 유약을 바른 후 가마에 2차 소성하는 과정, 재벌구이가 진행된다. 재벌구이가 끝나면 드디어 도자기가 탄생하는 것이다.
물레에서 중심을 잡아가며 기물을 만들고 성형하고 장식하는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설레었다. 그러나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손이 많이 거칠어질 뿐만 아니라 토련을 하면서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도 내가 도자기를 계속 만들었던 이유는 도자기가 완성되었을 때의 느끼는 만족감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흙을 만진다는 것, 흙을 빚어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 참으로 매력적이고 치유 적이다. 무수히 만들고 부숴야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완성되었을 때의 희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