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엄마여도 좋아
내 나이 오십하고 하나이다.
취미생활하기 위해 직장 생활을 했었다. 지나가다 마네킹에 걸려 있는 신상이 맘에 들면 고민 없이 샀었다. 남들이 입기 전에 내가 먼저 입고 다니는 즐거움에 만족을 느꼈던 시절이 있었다. 주변 지인 중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정의감에 팔 걷어붙이고 처리해 주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랬던 소녀가 중년의 여인이 되어 있다.
큰애가 태어나 6개월쯤 지난 주말 어느 날, 신랑이 아기를 봐준다기에 모처럼 언니랑 단둘이 데이트했다. 애 없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게 얼마 만에 느껴보는 행복인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오후 늦게 쇼핑을 시작했다. 쇼핑을 할 때면 마냥 행복했던 나였다. 아기도 없이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어서 내 세상인 듯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쇼핑하면서 눈이 가는 곳은 내 물건을 파는 매장이 아니고, 대부분 유아용품점이었다. 집에 와서 쇼핑한 물건들을 펼쳐보니 대부분 딸아이 물건이었고 신랑 물건 몇 개였다. 내 물건은 고작 바지 하나였다. 나중에 큰언니에게 들은 얘기다. 작은 언니가 나랑 단둘이 데이트한 후 엄청 놀라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전화했었다는 내용이다.
“언니, 윤화랑 오늘 모처럼 단둘이 돌아다녔는데, 글쎄 그렇게 쇼핑 좋아하는 아이가 주현이 물건이랑 제부 물건만 잔뜩 삽디다.”
“설마, 우리 막내가?”
“네, 적응 안 되언 게
“막내는 마냥 애기인 줄 알아 신디. 가이도 애기 엄마는 애기 엄마인 모양이여?”
그렇게 두 분이 통화하면서 달라진 내 모습에 엄청나게 놀랐다는 거였다.
엄마가 된다는 것, 나보다 아기가 우선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우리 친구들이 나를 보며 부러워했던 첫 번째가 우리 부모님의 자녀 양육 방식이었다. 살갑게 우리 형제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친구들이 했던 말이 있다. “자기네는 방목 허영 크난, 생활력이 강할 수밖에 어신디, 니는 온실 속에 화초난 엄살도 피워지는 거라” 다정다감하신 부모님 영향 속에서 보고 자라서인지 나 역시 내 생활에서 아이들이 우선이었다. 내가 티 없이 자랄 수 있었던 것처럼, 내 아이들도 밝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어서 고맙고, 엄마의 기를 팍팍 살려주고 있어서 더더욱 감사하다.
엄마가 되면서 달라진 내 모습에 가끔 놀라기도 하고 존경스럽다. 하지만 엄마라는 내 모습과 함께 양윤화 존재 자체인 나를 여전히 사랑한다.
2020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