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낙원을 욕망하는 이들에게
"지옥같은 한국에서 벗어나 해외로 이민가고 싶어." 항상 들어왔던 소리다. 서울은 항상 똑같다. 설렘이 없다. 주변 지인들은 기회만 있으면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그들은 서울이 얼마나 빡빡하고 사람 살 곳이 아닌지 해외로 나가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들의 이야기에 수긍 하였지만 머리속에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서울은 사람살기 좋은 곳이다. 어느 정도 해외 경험이 있던 나는 알면 알수록 서울이 매력적인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가까운 친구에게 서울이 뉴욕, 파리와 같은 세계적인 도시 보다 살기 좋은 곳이라고 애기하면, 모두들 농담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미래 도시 생활을 경험하고 싶으면 서울을 여행하면 된다.' Monocle의 서울 가이드를 읽던 중 발견한 문구다. Monocle의 창시자인 타일러 뷔를레는 인터뷰 영상에서 서울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대의 최신 테크놀러지와 과거의 문화 유산이 결합된 가장 흥미로운 도시라고 평하였다. 서울의 현대적이고 촘촘한 대중 교통 시스템은 견줄 도시가 없다. IT 기술로 구현된 지하철-버스-마을버스로 연결되는 환승 시스템과 세계 최고의 지하철로 선정된 서울 지하철 시스템은 외국인들이 손꼽는 서울의 좋은점이다. 500년 이상된 덕수궁 바로 옆에 세워진 현대적인 고층 빌딩의 강렬한 대조, 자하 하디드, 프랭크 게리 등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이 미래 문화 도시로서의 첫인상을 만든다.
탄탄한 밤문화를 빼고 서울을 말할 수 없다. 잠이 들지 않는 도시인 맨하탄을 제외하고 서울 만큼 밤문화가 활발한 곳도 없다. 알쓰인 나도 해가 뜰 때까지 놀 수 있는 서울의 밤문화 만큼은 인정한다. 1차로 가볍게 식사를 하고 2차로 술집을 가고 3차로 위스키바를 가거나 홍대나 이태원의 클럽으로 향할 수 도 있다. 노래방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을 수도 있다. 이것만으로 마무리 하기 아쉽다면 주변의 포장마차에서 친구와 닭발에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해가 뜰때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한밤중에도 친구들과 치맥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한강 공원은 총을 든 무장 강도가 무서워 밤에는 갈 수 없는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한국인은 까다로운 미식가이다. 주방의 폭군, 미슐랭 레스토랑 16개를 소유한 고든 램지도 산낙지와 육회의 맛은 세계적인 수준이고 한국인은 제대로 된 음식을 구분할 줄 알고 즐길 줄 아는 이들이라고 인정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언제든지 외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서울이다. 최근에는 해외 주요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사사받은 쉐프가 돌아와 한식을 현대화한 컨템포러리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오픈하여 서울의 미식 현장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이태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외국 음식점이 성업 중이다. 음식 유행도 빨라 업소간의 맛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다. 왠만한 떡뽁이 가게도 프로의식이 없으면 서울에서 살아 남을 수 없다. 생활의 달인에서 보여주는 은둔 식달이 많은데는 다 이유가 있다. 미국, 프랑스, 북유럽 국가 등 선진국 사람이 집에서 요리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외식 비용이 너무 비싼 탓이 더 크다. 북유럽의 휘게는 터무니 없이 비싼 외식 비용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서울에는 이름 없는 달인이 운영하는 로컬 가게가 많다. 미슐랭이나 럭셔리 브랜드가 아니어도 서울 로컬이 창조하는 상품은 까다로운 한국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만큼 질적수준과 완성도가 높다. 서울의 로컬 카페는 인테리어 디자인과 커피의 맛 모두 뛰어나다. 이 사실을 한국인만 모른다. 내 외국인 친구는 서울을 방문하고 로컬 가게의 수준과 그 다양성에 놀라 서울을 '깨끗한 버전의 뉴욕'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서울은 살고싶은 지상 낙원이다.
일상을 버텨 나갈 설렘을 만들기
우리가 소망하는 지상 낙원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다. 관점을 바꾸면 머나먼 이국이 아닌 우리의 일상 속에서 욕망하는 삶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인지심리학자인 김경일 교수에 의하면 "행복은 과정이지 목적이 아니다. 소확행은 목적이 아닌 남루한 일상을 버텨 나가는 에너지이다. 성공하기 위해 생활 속에서 작고 소소한 즐거운 행위를 찾는 것은 중요하다." 오래된 서울의 거리를 목적없이 걷다보면 종종 내 취향을 저격하는 거리나 카페를 발견하고 희열을 느낀다.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회색빛의 낡은 인쇄 골목이 설렘 가득한 핑크빛으로 가득차게 된다.
Peach Seoul은 서울을 새롭게 정의하고자 한다. 서울을 긍정 에너지가 가득한 곳으로 표현하고 싶다. 내가 경험한 서울은 복숭아 핑크빛에 가깝다. 서울의 거리에서 만난 로컬 가게는 자기가 좋아하는 하는 걸 하며 새로운 로컬 문화를 창조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길을 잃을 용기와 관심만 있다면 색다른 관점으로 서울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어쩌면 내 지상 낙원이 성북동 좁은 골목에 위치한 카레집일 수 도 있다. 을지로에 위치한 간판없는 카페가 나의 힐링 장소가 될 수 도 있다. 지겹기만한 서울에 내 취향을 기준으로 좌표를 찍고 Peach의 개성 가득한 서울 지도를 만들고자 한다. Peach Seoul은 직접 경험하고 평가하고 광고와 협찬없이 독립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소망이 있다면 Peach Seoul이 독자에게 서울에 대한 새로운 인상을 갖도록 유도하고 서울의 로컬 문화가 풍성해지는데 일부라도 기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