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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심메뉴고민 Nov 13. 2022

하고 싶은게 없을 때

뭔가를 하고는 싶은데, 하고싶은 건 없을 때


겨울 직전의 석촌호수




가끔씩 아침에 일어나서, 무작정 노트북과 책을 챙겨 나갈 때가 있다.

정처없이 걷다가, 자주 가는 카페로 향한다.


가는 길에 갑자기 게임을 하고싶을 땐, 피시방에 들러 게임을 하기도 한다.

게임을 한 지는 오래 되었지만, 이젠 혼자 게임을 하는게 더 이상 재미가 없다. 친구들과 해야 조금이나마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질린걸까?


아무튼 오늘은 자주 가는 역 근처 카페로 향하다가, 문득 예전에 책을 자주 읽으러 다녔던 다른 카페가 생각나 발걸음을 옮겼다.

그 카페는 생각보다 멀리 있는데, 걸어가자면 귀찮지만 그 카페만의 조용한 분위기와 맛있는 바닐라 라떼가 준비되어있어 막상 도착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마침 오늘은 날씨가 선선하고 공기가 깨끗해서 걷기가 좋다. 석촌호수를 걷는다.


걷다보면 이어폰을 빼고 싶어진다. 음악을 듣는 것 조차 언젠가부터는 너무 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탓이다. 출퇴근길에서도, 일을 할 때에도 음악을 듣기 때문에, 지금 만큼은 이어폰을 빼고 주변의 소리를 듣고싶어진다.


바람 소리, 강아지가 짖는 소리, 롯데월드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커플이 꼭 손잡고 걸어가는 기분좋은 소리.. 정말 다양한 소리가 들린다.


그러다가 문득 앉아서 쉬고싶을 땐, 벤치에 앉아 숨을 깊게 들이쉰다. 핸드폰은 절대로 꺼내지 않는다. 핸드폰을 꺼내는 순간 쉼이 깨지기 때문이다.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오늘의 내 기분을 들여다본다.


얼마 전, 자주 만나진 않지만 언제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친구들을 만났다. 평소에 만나는 사람들과는 다소 결이 다른 친구들이라, 내게 새롭게 다가오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6시간, 7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조심스럽게 내 의견을 전달하면서 서로의 생각들을 공유한다. 반대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도 괜찮다. 그래서 부담이 없고, 만남이 즐거운 모임이다.


최근 사람들을 자주 만나다보니 오늘 하루만큼은 충전이 필요했다. 느즈막히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씻고 나왔는데 뭔가 집 밖으로 나가야만 할 것 같았다. 분명 해야할 일이 있는건 아니지만, 나가서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평소 자주입는 맨투맨과 엊그제 산 회색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가방을 오른쪽 어깨에 걸쳐메고 집 밖을 나선다. "오늘은 뭘 하지?" 하고 고민하다, 저번에 읽었던 책을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분명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막상 카페에 가기가 귀찮아진다. 하고 싶었던게 아니라서 그런걸까? 그럼 내가 하고싶은건 뭘까? 재미있는 게임을 하거나 운동을 하고싶은건 아닌데, "생산성 있는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라는 강박에 사로잡혀있던 건 아니었을까 하고 스스로 자기합리화를 해 본다.


걷다보니 날씨가 좋아서 석촌호수로 발길을 돌렸고, 음악을 듣기 싫어서 이어폰을 뺐다. 이렇게 하고싶은대로 행동하는데, 나는 지금 왜 나와있는걸까? 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뭔가를 해야할 것 같아서, 하고는 싶은데, 하고싶은 건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야 말로 스스로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다. 내가 하고싶은게 무엇인지에 대해 찬찬히 생각 해 보며 나를 돌봐줘야 할 타이밍이다.



"해야할 것" 과 "하고싶은 것"은 다르니까.


살면서 "하고싶은 것"이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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