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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심메뉴고민 Aug 18. 2022

'왜' 라는 질문을 할 때 생각해 볼 것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적당한 선을 찾아내는것도 능력이다


우연히 리처드파인만의 '[리처드 파인만] “왜 자석은 서로 밀어내는가?”에 대한 답변' 이라는 영상을 봤다.


 보자마자 굉장히 신선했다. 이걸 보자마자 떠오른 생각은 다섯살짜리 아이가 아버지한테 계속해서 '왜?' 라는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다.


 햇살이 따뜻한 가을날, 아버지와 아이가 산책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아버지와 아이 앞으로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다. 아이는 불현듯 궁금해진 생각에 아버지한테 물었다


"아빠, 왜 낙엽이 우리 앞으로 떨어진거야?"


아버지는 답한다.


"그야 낙엽이 떨어질 때 우리 앞으로 날아와서 그런거 아닐까?"


아이는 다시 묻는다


"왜 우리 앞으로 날아온거야?"


"음.. 낙엽이 달려있던 나무가 우리 옆에 있었기 때문이지~"


"그 나무는 왜 우리 옆에 있었는데?"


"누군가가 거기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지~"


"왜?"


"..."


 무지성으로 계속되는 아이의 "왜" 질문은 우리가 누군가와 커뮤니케이션 할 때 겪는 증상과 비슷하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왜 그런건지' 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상대방이 우리에게 충분치 않은 대답을 줘서 찜찜한 경우들이 종종 있다. 뭐 귀찮아서 대충 대답 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그 사람이 아는게 없어서 대답을 못 한것일 수도 있다. 정답은 그사람만 알 테지만, '왜'라는 질문을 던진 사람의 입장에서 한 가지 견지하면 좋을 태도를 위 언급한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분명 대화의 주제에 대한 지식 수준이 서로 다른 상대방과 이야기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위 영상에서, 기자는 '왜 자석은 서로를 밀어내려하는가?' 라는 질문을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물리학 교수인 리처드파인만에게 던진다. 더 정확하게는, '자석을 가까이 댔을 때, 그 사이에 뭔가 느껴지는 그 느낌이 무엇인가?' 라고 질문한다. 그리고 리처드 파인만 교수는 되묻는다. '그 사이에 뭔가 느껴지는 그 느낌 이 무엇을 의미하죠?' 라고. (난 이 부분이 굉장히 맘에 든다. 물론 리처드파인만 교수는 자신이 설명하고자 하는 것들을 빌드업 하기 위해 되물었겠지만, 상대방이 질문한 것을 정확하게 캐치하기 위해 되묻는 대화의 방식은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자가 되묻고, 리처드 파인만 교수는 그 질문이 굉장히 합리적이고 reasonable한 질문임을 인정하면서도 '그럼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할까?' 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모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병원에 실려간 이야기를 하면서, 기자에게 '왜'라는 질문을 주고받기 위해선 상대방과 내가 모두 참이라고 가정하는(이해하는) 일련의 명제들이 기저에 깔려있어야 가능하다는 영상의 주제를 가르쳐준다.


 여기서 내가 느낀 지점은 크게 세 가지이다.


 하나는, 이러한 현상은 세상에 존재하는 사실(수학, 과학, Fact)과 관련된 주제의 대화와 더 긴밀하게 연관된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내가 모르는 부분을 인정하고, 무지성으로 왜 그런것인지에 대해 탐구하려 하지 말 것' 이며, 마지막으로는 '상대방과 내가 가진 지식 수준의 깊이가 다를 때, 생산성 있는 대화를 위한 큰 그림을 파악하는 능력' 이다.


 아이가 물건을 훔치고 거짓말을 했을 때, '왜 그런거야!?' 라고 부모님이 혼을 내는 류의 대화에서 위와 같은 교훈이 적용되지는 않을거고, 사람의 마음과 관련된 대화의 주제는 이성적이면서도 비이성적이기 때문에 위 주제가 그리 영양가 있는 내용은 아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내게 이렇게 설명한다면, 그 이유가 있겠거니' 라는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견지하고 대화를 해 나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굉장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나한테 설명해봤자 내가 이해하지 못할 내용을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것도 리소스의 낭비니까.

 마지막으로, 학교에서, 회사에서 선생님 / 상사가 학생 / 부하직원에게 무지성으로 '왜' 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는 것도 그리 영양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물론 학생 / 부하직원이 원하는 답을 알고 있고, 그 답을 이끌어내기 위해 유도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거니까. 근데 모른다면? 학생 / 부하직원이 원하는 답을 모르는 상황에서 무지성으로 '왜 그런거죠?' 'A일까요 B일까요?' 와 같은 질문을 해댄다면, 당연히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고 부하직원 입장에서 나오는 말은 '모르겠습니다' 뿐이다. (여기서, 선생님 / 상사가 이끌어내고자 했던 내용이 학생 / 부하직원이 당연히 알아야할 사항이었다면 이건 학생 / 부하직원의 문제이다)


 오히려 중요한 부분이 뭔지 이끌어내고 가르치는것이 대화의 목적이었다면, 어느정도 압박과 긴장을 준 후 명쾌하게 알려줘서 기억에 남게 한다거나, 아니면 애초부터 여러번 알려 줄 생각으로 중요한 사실들을 말해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압박과 긴장을 준 후, 청자가 아무런 사실도 알아내지 못하고 대화가 끝나버리는 것 만큼 허무한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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