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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치료의 힘 1

일상의 이해

by 꿈기획가 Mar 12. 2025

가까이 사는 관계로 시가 식구들과 한 달에 2~3번은 외식을 한다. 팔순에 가까운 시부모님과 외식은 생각보다 까다롭기 때문에 이미 검증된 식당만 가고 싶지만, 모험과 도전을 좋아하는 남편은 꼭 새로운 장소를 굳이 굳이 탐방하고 싶어 한다.

동네에 이연복 셰프로 유명한 중식당 목란이 있지만 예약이 힘들어 십수 년 동안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다. 남편이 한 달 전에 직접 예약해서 드디어 다녀오게 되었다.

추천 메뉴인 멘보샤, 어항 동구, 동파육을 인원수에 맞게 전화로 미리 주문해 놓았다. 시간 맞춰 가니 딱 봐도 이 연복 셰프의 아드님인 듯한 분이 맞이해 주었고, 서빙하시는 여자분도 따님인지 조카인지

하관과 눈매가 닮으신 게 가족이 아닐까라는 합리적 추측을 하도록 했다.

하루에 4타임, 한 타임에 19팀을 받고, 정해진 시간에 일괄적으로 요리가 나오는 시스템이었다.


멘보샤는 밀키트와 다른 브랜드에서 먹어봐서 아는 맛이지만 바삭바삭 맛있고, 동파육도 고기가 살살 녹고, 특히 어항 동구가 맛있었다. 처음 먹어보는 맛인데 짜지 않고, 소스가 맛있어서 밥 비벼 먹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밥 없이도 삭삭 긁어먹을 정도?


이후 식사는 짜장, 짬뽕, 볶음밥 주문했는데 식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6명이 갔는데 짜다고 말하는 사람이 3명이었고, 솔직히 동네 중국집보다 나은 게 없다고 느껴졌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는지 다들 한 마디씩 했는데 특히 시아버님은 비싼 돈 주고 여길 왜 오냐, 내가 먹어본 중국요리 중에 제일 맛없다고 하셨다.


예전에는 비록 남편이 직접 예약하고 계산한 것이어서 내가 투입한 노력이 하나도 없을지라도 시부모님이 저런 말씀을 하시면 짜증이 났다. 장소 알아보고 예약하는 것이 그냥 되는 게 아닌데 그 노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폄하하는 게 너무 화가 났기 때문이다. 아무리 맛없다 한들 그것은 식당의 잘못인 것이고 식사를 대접하는 자녀들한테 고맙다고 말하는 게 예의 아닌가. 겉으로 표현을 안 했지만 속으로는 '다시는 절대 시부모님을 모시고 가지 않으리' 다짐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버님이 남편한테 요리 나오기 전에 현금으로 30만 원을 주셨기 때문이다. 아, 이것이 금융 치료의 힘인 건가? ㅋㅋ

이 일을 계기로 느낀 것은 불만을 말하고 싶으면 지갑을 먼저 열라는 것이다. 물론 지갑을 열고 입을 닫으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게 현명해지기 힘들다면 일단 지갑부터 열고 볼 일이다. 금융 치료는 최소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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