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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pricot 프로젝트 Jul 18. 2021

앱은 대형 쇼핑몰이 아니다

통합몰, 정말 성공할 수 있을까?마켓컬리와SSG.COM 앱 비교

앱은 대형 쇼핑몰이 아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대형 쇼핑몰 앱의 경우, 사람들이 오프라인 쇼핑몰에서 보이는 행동을 앱 내에서도 그대로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우리가 대형 마트를 개장하면 사람들이 식료품, 의류, 카페 등 여러 매장을 돌며 물건을 구입하겠지?'라고 기대하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은 선택지를 주고 '우리 앱에서는 전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사례가 특히 그렇다.

온라인에서 시작해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기업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시작해 앱 서비스로 뻗어나간 기업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마켓컬리와 SSG.COM.


어느새 덩치가 비슷해진 마켓컬리와 쓱닷컴


마켓컬리의 2020년 매출은 9,530억 원이었다. 2019년 대비 123%이 늘어난 수치이다. 신세계 그룹의 여러 사업군을 통합한 온라인몰 SSG.COM의 2020년 매출은 1조 2,941억 원으로, 2019년 대비 53.3% 는 수치이다. 마켓컬리가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의 온라인 몰과 비슷한 매출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마켓컬리는 적자가 심화되고 있어, 영업 이익으로만 보면 SSG.COM이 우위에 선 것으로 보인다.

마켓컬리와 SSG.COM의 매출 및 영업이익 비교, 출처: NICE평가정보


하지만 앞으로도 SSG.COM이 무서운 성장세의 마켓컬리와 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마켓컬리, 그리고 SSG.COM에서 신선식품을 다루고 있는 이마트몰의 홈 화면을 살펴보았다. 두 서비스는 어떤 차이점을 보이고 있는지, 두 기업이 어떤 전제와 기대로 앱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지 알아보자.



1. 홈 화면 - 사람들이 우리 앱에서 가장 원하는 것이 뭘까?

마켓컬리와 SSG.COM 이마트몰의 홈 화면


마켓컬리

앱의 첫 화면을 보면, 두 회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이해할 수 있다. 

마켓컬리 홈 화면에 들어가면 먼저 보이는 건 최근에 밀고 있는 100원 딜 배너. 그 아래로 다양한 상품을 제시한다. "이 상품 어때요?" "특가/혜택" 등 상품을 지금 할인하고 있는 제품들을 추천하고 선보이는 구성이다.


SSG.COM 이마트몰

이번엔 SSG.COM 이마트몰의 식품 카테고리를 보자. 들어갔을 때 가장 상단의 검색 입력 칸 아래로, 마케팅 배너와 다양한 식품 카테고리를 제공한다. 과일, 정육, 채소 등. 상품 카테고리를 한번에 전부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용자에게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찾는다"는 가치를 제공한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오늘은 딱 이것만 사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 장을 보는 경우도 있겠지만, "오늘 뭐 먹지?"라는 생각을 하고 앱을 사용한다면 어떨까? 오늘 저녁, 뭘 먹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며 앱에 진입한다면 사람들이 원하는 필요를 진정으로 충족시키는 것은 마켓컬리라고 볼 수 있다.



2. 사용자를 붙잡는 콘텐츠의 중요성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상품 카테고리가 구역별로 지정되어, 그 구역 안에 다양한 상품을 진열해둔다. 방문자는 카트를 끌고 제철과일 코너부터 정육, 채소까지 차례차례 지나가며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게 된다. 입구로 들어가 계산대에 도착할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고 장소를 둘러보아야 벗어날 수 있다. 

그럼 앱에서는 어떨까?

마켓컬리와 SSG.COM 이마트몰의 홈 화면 > 스크롤했을 때


SSG.COM은 홈 화면에서 스크롤을 내리면, 카드 프로모션과 다양한 장보기 버튼이 한 번 더 나온다.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처럼 입구로 들어가고, 원하는 장소에 도달하기 위해 스크롤을 길게 내리거나 버튼을 누르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반면 마켓컬리는 들어가자마자 상품을 보여준다. 이건 어때? 저건 어때? 다양한 상품을 둘러볼 수 있도록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온라인에서는 사람들이 앱 밖으로 나가기가 너무나도 쉽다. 원하는 열매를 얻기까지의 과정이 길고 지루하면, 금세 흥미를 잃고 떠나기 쉬운 환경이다. 그렇기에 앱 안에서 사람들이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흥미를 이끄는 콘텐츠를 먼저 보여주고 그 콘텐츠가 구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음 콘텐츠로 지속적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구매 앱에서 콘텐츠는 '상품'이다.


마켓컬리는 콘텐츠를 보여주고 누를지 누르지 않을지의 행위를 제안한다. 이마트몰은 다양한 상품 카테고리와 장보기 옵션을 10~15개의 버튼을 주고 고르는 행위를 제안한다. 사용자에게는 어느 것이 더 흥미로울까? 둘 중 어느 것을 더 빠르게 결정할 수 있을까?



3. 하단 내비게이션 - 단일 서비스라 할 수 있는 것, 통합몰이라 해야만 하는 것

마켓컬리와 SSG.COM 이마트몰의 홈 화면 > 하단 내비게이션


마켓컬리

홈 / 추천 / 카테고리 / 검색 / 마이컬리

가장 하단 내비게이션(탭 바)을 보자. 식재료 기반 제품 배송에 집중하는 마켓컬리는 추천, 카테고리, 검색 등 제품의 선택 과정에 필요한 요소들을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제품을 탐색하고 싶을 때 추천으로 들어가며, 원하는 제품을 찾고 싶을 때는 카테고리나 검색을 눌러볼 수 있다.


SSG.COM 이마트몰

카테고리 / 배송 조회 / SSG /  MY / 최근 본

SSG.COM의 이마트몰은 카테고리, 배송 조회, MY, 최근 본,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가운데의 SSG라는 가장 큰 버튼으로 이루어져 있다. SSG 버튼을 누르면 이마트몰에서 벗어나 SSG.COM 홈으로 이동한다. 이 하단 내비게이션은 SSG.COM 내에서 트레이더스, 신세계몰, 신세계백화점 등 여러 매장을 둘러볼 때 공통으로 적용되어 있어서, 이마트몰 내에서 제품의 선택보다는 SSG.COM 전체를 둘러볼 때 활용할 수 있는 요소에 가깝다. 식료품만을 구입하고 싶다면? 놀랍게도 하단 내비게이션은 사용자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SSG 버튼을 누르면 SSG.COM 홈으로 이동한다.

4. 상단 내비게이션 - 새로운 컨셉, 사람들이 알아줄까?

마켓컬리와 SSG.COM 이마트몰의 홈 화면 > 상단 내비게이션


마켓컬리

컬리추천 / 신상품 / 베스트 / 알뜰쇼핑 / 특가, 혜택

SSG.COM 이마트몰

자주구매 / 오반장 / 랭킹 / 신상품 / 세일중

상단 탭으로 옮겨 가보자. 컬리는 컬리추천, 신상품, 베스트, 알뜰쇼핑, 특가/혜택으로 나누어져 있다. 사람들이 물건을 구입할 때 고려하는 신상품, 인기 있는 제품, 할인에 집중한 구성이다. SSG.COM의 이마트몰은 자주 구매, 오반장, 랭킹, 신상품, 세일 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가 자주 구매하는 물건, 인기 있는 제품, 할인을 동일하게 제공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중 '오반장'이라는 처음 보는 단어가 눈에 띈다. 오반장이 무엇일까?

오반장은 '대한민국 정보기 국민 반장'이라는 의미로, 특가 할인 제품을 보여주는 페이지이다.


오반장은 '대한민국 장보기 국민 반장'이라는 개념 아래 특가, 전단행사, 사은품 등을 제공하는 페이지이다. 마켓컬리의 '알뜰쇼핑'에 해당되는 개념이다. 앱을 처음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오반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는 데 노력이 들어간다. 그 안에 오반장 특가, 전단 행사 등 할인 안에 또 다른 개념을 이해하는 데 노력이 들어간다. SSG.COM 안에, 이마트몰 안에, 오반장이라는 새로운 브랜드까지. 마트로슈카를 열어보는 기분이다. 물론 개념을 몰라도 물건을 사는 것에는 지장이 없다. 하지만 제품을 찾는 과정에서 머뭇거리며 이해하는 찰나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용자는 앱이 '사용하기 불편하다'라고 느끼게 된다.



앱은 대형 쇼핑몰이 아니다


이마트몰은 SSG.COM이라는 대형 쇼핑몰의 한 층을 차지하는 브랜드에 가깝다. 사람들이 SSG.COM에서 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 등 다양한 매장을 들러 한 번에 결제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앱은 대형 쇼핑몰이 아니다. 이마트몰을 사용할 때, 트레이더스를 사용할 때 SSG.COM의 하단 내비게이션은 쇼핑 경험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SSG.COM이라는 홈으로 돌아가는 기능만을 제공한다. 통합몰이 사용자에게 '한 번에 결제'라는 이점 외에 줄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일까? 가치를 더 고민하고 사용자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온라인에서 통합몰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없다.


식품은 마켓컬리, 생필품은 쿠팡, 옷 쇼핑은 무신사나 지그재그 같은 온라인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경쟁자들은 버튼 하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고민한다. 그리고 앱에서 편리함과 가치를 느낀 사용자들은 음식을 살 때, 옷을 살 때 이제 구글이나 네이버의 검색창에 검색하지 않고 앱 버튼을 누른다. 사용자가 필요를 느낄 때 명확하게 떠오르는 연결고리가 없다면, 통합몰을 그저 온라인 상에서 대형 쇼핑몰을 만들고 싶은 기업의 욕심으로 남아 더 이상 선택받지 못할 수 있다.


물론 마켓컬리가 적자를 딛고 계속 승승장구할 수 있을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선택한다고 해도 이윤을 낼 수 있을지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윤을 내기 위한 전제조건은 '사람들이 그 앱/서비스를 선택하느냐'이다. 사람들이 더 이상 다른 브랜드가 아닌 마켓컬리를 선택할 때,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이윤을 낼 수 있을까?


오프라인에서 편하게 배달받을 수 있고 품질이 대한 신뢰가 있다면, 오프라인 매장은 어떤 가치를 제공해 차별화할 수 있을까? 기존 사업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사용자를 위해 노력하고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By 에디터 Crumble


참고한 글 및 자료

잡코리아 SSG.COM 기업정보

잡코리아 (주)컬리 기업정보

한국경제, 쓱닷컴, 매출 1조 첫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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