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중에도 혼자이고 싶었다.
그랬던 내가 벌써 32살이다.
나는 지금도 언제나처럼 다시 사랑을 믿고, 상처받길 반복하고 있다. 손톱 물어뜯는 습관은 양호해지고 있다고 믿으면서, 아직도 고치려 노력 중이다.
내 여동생은 장기 연애를 마치고 올해 말 결혼을 한다고 한다. 오늘은 왜인지 더욱 마음이 괴로운 날이라, 글을 쓸 기운도 없었다.
덕분에 예전의 글을 다시 꺼내보았다.
오늘 머릿속엔 이런 생각이 둥둥 떠다닌다.
‘편안한 사랑을 다시 할 수 있을까.‘
‘내가 까다롭고 예민한 걸까.’
하필 산책 중에 찾은 카페엔 온통 커플뿐이었다.
그래도 브라운치즈크로플과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여유롭게 먹고 나왔다. 사실은 조금 불편해하면서.
혼자가 익숙하면서도, 사람을 그리워하는 나.
나는 참… 외로운 사람이다.
나는 꿈이 있다. 좋은 엄마가 되는 것…
어릴 때, 감정기복이 심하고 화가 날 때면
“내가 접시물에 콱 코 박아 죽어야지!”
라는 자기 저주의 말을 자주 하던 엄마 밑에서
불안정한 애정을 받으며 자란 나는…
아직도 손을 물어뜯는다.
고쳐야지, 되뇌며 지낸 세월인데
벌써 스물아홉이나 먹었다.
어릴 때,
나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자주, 불쑥 찾아왔다.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무례하게 들이닥치는 그 감정이 사라지기 전에
가는 실을 손끝으로 잡듯이 붙잡아두었다가,
조용해진 후에 곰곰이 분석해 본 적도 있다.
지금은, 그 감정이 안 찾아온 지도 꽤 오래됐다.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 다시 설명해 보자면—
그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기 직전, 가장 높은 지점으로 천천히 올라가며 느끼는 불안하고 긴장되는 기분에서
갑자기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드넓은 바다 앞에 서 있는 느낌.
그러다 다시 롤러코스터를 타고
급속도로 아래로 하강하는 기분이었다.
이 감정이 도대체 뭐였을까,
성인이 되어 생각하다가
나는 그것이,
엄마에 대한 내 마음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어린 시절을 파노라마처럼 천천히 넘겨보다가
가장 기억에 남는 몇 장면에서 멈춰 서자면—
집안일에 대한 이야기다.
엄마는 집에 들어와 현관 앞에서 신발을 벗으며
세상 평온하고 부드러운 말씨로 나에게 말을 걸곤 했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솔직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평온함이 얼마나 빠르게
불같이 격양된 말투로 바뀌었는지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집안일에 대한 지적이었다.
맞벌이이신 부모님, 장녀인 나, 4살 터울의 여동생, 11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는 우리 가족은 꽤나 집안일이 많았다. 그 부담감은 항상 서로를 향한 날카로운 지적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그때 나는, 정말 너무 억울했다.
어린 왕자에서,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같은 시간에 오는 게 더 좋을 거야.
가령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더 행복해질 거야.
네 시가 되면 나는 벌써 초조하고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즉, 행복의 가치를 알게 될 거란 말이지.
그러나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몇 시에 마음을 준비해야 할지 결코 알 수 없을 거야.”
하지만 나는,
엄마가 일곱 시에 온다는 걸 알면
그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불안해졌다.
계속 집안의 먼지를 닦았다.
바닥에 떨어진 물건이 있나 확인하고, 치웠다.
하지만 엄마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어김없이 허점을 찾아냈다.
“바닥에 양말도 안 치우고 뭐 했어!”
말투는 사실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 엄마가
바닥에 놓인 양말을 보고 화를 냈다는 것,
그리고 그 이후에도 부정적인 기운을 쏟아내며
저주의 말을 뱉었던 기억은 선명하다.
그래서일까.
나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내 안에 결핍된 하나의 욕구가
바로 안정감이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주변에서
“결혼은 언제 해?” “이제 해야지~”
하고 물어올 때면
나는 익숙한 대답을 한다.
“아냐, 남자 안 만나. 나중에 강아지나 키우면서 살 거야.”
하지만 그건—
사실 거짓말이다.
나는,
아직도 결혼하고 싶다.
32살 현재, 내가 20살 이후 연애한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 보았다. 한 번 사귀면 장기연애를 하게 되어서 그 기간이 생각보다 길었다.
• 명확한 연애 기간만 포함하면: 약 83.3%
• 애매한 관계까지 포함하면: 약 94.4%
즉, 20살 이후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누군가와 연결된 상태로 살아온 셈이다.
그만큼 사랑을 깊이 겪어온 사람이다.
지금 이 시점, 내 미래의 연이 또 생길지 나는 모르겠지만… 온전히 혼자일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느낀다.
조금 아프지만, 홀로 살 수 있도록 숨 고르기 하는 시간. 나… 잘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