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 들어가기 전 늘 밴치에 앉아 상념에 잠긴다. 여느 때보다 일찍 일어난 아침이었고, 헬스장에서 땀 좀 빼고 그릭요거트를 먹고 나섰다. 이른 기상이 주는 여유에 책을 한 권 펼쳐 벤치에 학교 고양이와 마주 앉았다. 나랑 생각이 비슷한 이의 글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어떻게 내가 했던 생각이 그대로 적혀있나 놀랍기도 반갑기도 하다. 어찌 보면 행복이란 건 나누고 같이 즐거움을 나눌 사람이 있으면 충족되는 게 아닐까.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아침해는 부지런히 도 구름사이로 빼꼼 고개를 내민다. 닿이는 따스함에 책장 몇 장 더 넘기게 되는 나란 사람의 얇은 마음에 웃음이 나기도 몇 번. 끝까지 읽겠다는 생각을 버린 뒤로 책을 펼치는 게 쉬워졌다. 내리쬐는 햇살을 더 쬐고 싶어서 혹은 고양이 옆에 그냥 있기 민망해서 책을 읽긴 해도 읽어가는 그 과정 자체가 좋아졌다. 고개를 살짝 들면 보이는 나른한 냥이의 표정도, 바람결에 살랑이는 갓 감은 샴푸향도, 아침을 깨우는 까치는 울음도, 사람들이 서서히 차가는 캠퍼스도. 이른 기상 후에 든 이런저런 나에 대한 생각과 계획과 다짐들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