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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결 Aug 08. 2024

어느 날, 나는 나와 작별했다.

폭발하는 순간 가장 빛나는 게 별이었다.

별은 폭발하는 순간 가장 빛난다. 하지만, 빛을 쏟아내며 밤을 밝힌 직후, 바로 먼지로 덧없이 흩어지는 존재이기도 하다.


조금은 나는 남들과 다르다 생각했다. 그 특별함이 내가 가진 빛이라 생각했지만, 세상에 나와 나보다 잘난 사람들을 만나면서 점차 빛이 사그라듦을 느꼈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별은 어스름한 회색빛 그림자만 만들 정도로 그 강렬함이 자신 없음으로 바뀌었다. 빛의 광란이 신음으로 바뀌어 소리의 형태조차 없이 그 누구의 귓가도 울리지 못한 채 소멸해 가는 슬픔. 그 어두운 낯빛이 서늘하고 서글퍼 나조차 고개를 쉽게 들지 못했다. 애도의 무게가 내 온 우주를 짓눌렀다.


그렇게 나의 별은 어둠 속으로 지쳐 스러져갔다.


콜록. 여름이 찾아왔다.

찌는 듯한 더위와 습기, 빡빡해진 공기의 밀도가 사람과 사람 사이 나와 내 마음 사이의 공간을 조이기 시작했다. 닿는 거리가 아닌데도 진공팩 속에 세상이 멈춘 듯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을 부대끼는 것 같았다. 누가 조금이라도 꿈틀대면 바로 가까운 거리의 모두가 불쾌한 느낌. 여름이 찾아왔다.

잠든 마음들의 조금의 뒤척임에도 온 신경이 불쾌하게 찌릿-저릿-했다. 처음에 몸살이라 생각했지만, 쉬어도 낫질 않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놓친 거지? 아니, 내가 뭘 잊은 거지…?”


잃어버린 앨범 속 사진들을 발견하듯 무언가 꿈틀-요동쳤다.

버스 창에 비친 한 여자의 얼굴에 내리는 여우비. 갑자기 쏟아지는 무거운 방울들이 창에 비쳐 미끄러졌다.

입가 살짝 머금은 미소는 마치 먼지처럼 희미했지만, 약간의 빛을 냈다는 것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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