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오후 6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인데도 놀이터에 어둠이 깔린다. 더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재촉해 집으로 향한다. 어두워진 덕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여름보다 더 수월하지만 어두컴컴한 저녁이 누군가에겐 조금, 아니 많이 불편하기도 하다.
야맹증이 있는 남편은 이런 날 혼자 걷는 것이 참 어렵다.
나는 시각장애인으로 살아본 적이 없어서 이 정도도 못 본다고? 싶었는데, 그 정도는 못 봐야 나라가 알아주는 시각장애인이 될 수 있는 건지.... 평소에는 잘 걸어 다니던 익숙한 길도 어두워지면 그야말로 깜깜이가 되어 더듬거린다. 구름이 잔뜩 끼여있다던가 비가 와서 낮에도 흐린 날이나 요즘처럼 해가 빨리 지는 날에 잘 다치는 것 같다. 그래서 낮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케인도 저녁에 다닐 때는 꼭 사용하는 편이다.
남편은 일주일에 두 번 저녁식사 후 복지관으로 운동을 하러 간다. 어제 집을 나서려고 신발을 신는 남편의 등을 보며 딸이 말했다.
"아빠, 이렇게 어두운데 혼자 갈 수 있겠어?"
나와 남편은 빵- 터졌다.
아이의 말은
"나는 어두운 데는 무서워서 엄마 손을 꼭 잡고 가는데 아빠는 혼자 갈 수 있겠어?"였는데
나와 남편은
"이 시각장애인아 어두우니 케인 단디 짚고 가거라."라고 들렸으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혹시 어둠 속에 더듬대고 있는 이를 길에서 만난다면 도움이 필요한지 한번 물어봐 주면 어떨까. 눈앞이 정말 캄캄해졌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