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남편에게 임신테스트기를 건네줬다.

이게 뭐게

by 루시아

인스타나 유튜브 알고리즘에 임신하고서 남편이나 양가 어른들에게 임신을 공개하는 이벤트를 한 것이 종종 떠서 보게 된다.

부부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며 내 일도 아닌데 나도 같이 울고 있다. 양가 부모님들도 기뻐하며 눈물을 흘리신다.

난 왜 또 울고 있나. 흑흑. 그러다 문득 내가 임신했을 때는 어땠나 하고 기억을 더듬어본다.


서른을 두 달 앞둔 어느 날이었다.

임신을 바랐던 것은 아니고 때가 됐는데 생리가 시작되지 않아서 자꾸 신경이 쓰이던 터였다.

그날은 준비하던 시험일 전날이었는데, 시험장 가서도 계속 신경 쓰일 테니 확인이나 하자며 들어간 화장실에서

두 줄을 봤다.


결혼한 남녀사이에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는 건 어찌 보면 정해진 일이었는데, 왜 당황했을까.


화장실에서 나오니 남편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걸 어찌 알려주나,

안 보여서 다행인가, 임신테스트기를 들고 남편 한 번, 테스트기 한 번 보고 있어도 당연히 모른다.



누군가 시험 잘 치라며 응원의 선물로 초콜릿상자를 주었는데, 초콜릿을 꺼내고 거기에다 테스트기를 넣었다.

그러곤 남편을 불렀다.


"오빠, 이거 오빠 선물."


"뭔데?"


"한번 봐봐"


"누가 줬어?"


"00이가 줬어." (임신하기도 전에 남편이 아이가 생기면 짓고 싶다는 이름이 있었는데, 그 이름. 지금 우리 아이의 이름이다.)


"00이? 누구지?" (눈치 못 챔)


드디어 상자의 뚜껑이 열리고 그의 손에 테스트기가 쥐어졌다.


"이게 뭐야?"


"????"


아 그랬다.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정말 몰랐다.

다른 남자들은 알고 있었는지 그것은 잘 모르겠지만...

그는 정말 몰랐던 것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아니면 다행히도), 지금껏 그의 손에 임신테스트기가 쥐어진 적이 없었고,

매체에 임신테스트기가 나와서 화면해설로 '손에 임신테스트기가 들려있다'라고 해도

그것이 어찌 생겼는지 자세한 설명은 없었기에 정말 몰라서 몰랐던 것이다.


"이게 뭐야?"


(.... 설명을 해줘야겠군) "나 임신했대 오빠"


"????"


"임신테스트기인데 두 줄이 나왔어."


"두 줄이면 임신이야?" (그랬다. 그냥 두 줄이야...라고 얘기하면 김밥 두 줄이라 할지도)


"응"


"두 줄이 어디 있어?"


"여기에 있고 어쩌고저쩌고...."


설명이 너무 길어진 탓에 일단 김이 팍- 새서 감동은 뭐 저리 가버렸다.

그래서 둘째 임신 때는 임신테스트기를 손에 들이밀지도 않고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이야기했다.

또 한 번 그것을 손에 쥐어줘 봤자 이 남자는 또 모를 테니 말이다.


"오빠 나 임신이래."

이제 그 의미를 확실히 아는 남자는 내 말을 듣고 두 눈이(한쪽눈이 의안이니 사실 한 눈이..) 흔들렸다.

여전히 감동은 없지만 이 또한 그와 함께 하며 나만이 알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만으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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