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슬픈 책읽기 Ep.1
당신은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나요?
저는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봄이면 여름을, 여름이면 가을을,
가을이면 겨울을, 겨울이면 다시 봄을.
말하자면 ❝카르페디엠❞ 하지 못한 그런 인간입니다.
오늘을 살아라.
그 좋은 명언을 생의 클리셰처럼 들어왔음에도.
왜 저는 현재의 생이 아닌 미래의 기다림을 더 즐겼던 걸까요?
그건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빨랫거리, 연탄불 갈기, 먹을 것 장만하기, 청소 등 어젯밤에 분명히 다 끝낸 줄 알고 자리에 들었건만 아침이면 정확히 어제 아침만 한 부피로 돌아와 쌓여 있는 일과의 영원한 일진일퇴의 싸움질, 시시포스의 신화는 바로 다름 아닌 여자의 이 허망한 노고를 이름이렸다.❞
맞아요.
오늘이라는 것은 피가 날 정도로 치열한 사투이자,
권태로울 정도로 지루한 반복입니다.
사투와 권태.
그것을 좋아할 이가 누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그저, 기다릴 뿐인 것이죠.
기다림을 사랑한 작가, 박완서 선생님의 이런 글을 읽으며 말입니다.
❝아아, 어서 봄이나 왔으면, 채 겨울이 깊기도 전에 봄에의 열망으로 불안의 밤을 보낸다.❞
멸망해버린 세상.
이 세상이 야속할 떄는 이런 때입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봄은 당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
떠나간 이들의 글이 좋으면 좋을수록,
더는 그의 글을 볼 수 없기에 불안의 밤을 보내야 한다는 것.
예를 들어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읽는 지금의 저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남겨진 글을 반복해서 읽는 수밖에요.
【함께한 문장 혹은 책】
❝아아, 어서 봄이나 왔으면, 채 겨울이 깊기도 전에 봄에의 열망으로 불안의 밤을 보낸다.❞
❝빨랫거리, 연탄불 갈기, 먹을 것 장만하기, 청소 등 어젯밤에 분명히 다 끝낸 줄 알고 자리에 들었건만 아침이면 정확히 어제 아침만 한 부피로 돌아와 쌓여 있는 일과의 영원한 일진일퇴의 싸움질, 시시포스의 신화는 바로 다름 아닌 여자의 이 허망한 노고를 이름이렸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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